강팀 킬러로 등극한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의 기세가 무섭다. 대회 첫 상대였던 세계랭킹 1위 캐나다를 잡은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없는 한국컬링 여자대표팀은, 이번 올림픽 5전 전승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웨덴마저 잡으며 단숨에 공동1위에 오르며 사실상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소치동계올림픽을 통해 컬링 열풍을 앓았던 대한민국. 당시 여자 컬링대표팀은 비록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낯선 컬링 종목의 매력을 시청자에게 강렬하게 전달했다. 특히 얍! 헐! 등 약간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처절해 보이기도 하는 선수들 간의 구호는 흥미와 호기심을 크게 자극했다. 당시 이슬비 선수 등 여자 컬링선수들은 검색어에 항시 오르는 등 인기를 구가했다. 그러면서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를 패러디한 컬스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18일 오후 강원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 한국 대표팀 김은정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많은 비인기 종목들이 그러하듯이 올림픽이 끝나자 사람들은 무서울 정도로 그 뜨거웠던 컬링에 대한 열기를 놓아버렸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후 얼마 되지 않았던 2014년 4월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은 비록 중계는 됐지만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 대회 결승에는 현재 평창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고 있는 여자컬링 팀과 숭실대 팀이 맞붙었다.

당시 결승전을 중계하던 캐스터는 도중 “컬링 인기가 많이 올라가다가 지금 이렇게 썰렁한 경기장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군요”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럴 만큼 경기장 객석은 텅 비어있었고, 선수들의 구호는 여기저기서 메아리로 돌아왔다. 갑자기 뜨거워졌다가 더 빨리 식는 비인기 종목의 비애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4년 후 다시 컬스데이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지난 소치 때와 또 다른 의미로 사람들을 흥분케 하고 있다.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은 세계 최강자들을 차례로 쓰러트리며 현재 일본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0개 팀 중 예선리그를 거쳐 4강을 선발하게 되는데, 5승 1패를 거두며 스웨덴과 공동 1위에 오른 한국은 4강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19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여자 컬링 예선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경기. 한국 김영미의 투구를 김선영과 김경애가 스위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 전 한국 여자컬링대표팀이 소치에서 거둔 성적은 3승에 그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첫 번째 올림픽 참가라는 점에서 절대 나쁘지 않은 선전이었다. 그런데 이번 대표팀은 이미 3승을 넘어 5승을 거두고 있고, 4강 진출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연히 메달도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 특히 19일 4강과 메달 전망에 최대 고비였던 스웨덴마저 쓰러트린 기세라면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게 됐다.

세계 상위랭커들을 차례로 꺾은 한국 여자컬링 대표팀의 강점은 기복 없는 경기운영이다. 큰 실수가 없는 경기운영으로 오히려 상대팀의 실수를 유발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이번 여자컬링 팀의 경기 특징이다. 여자컬링 득점분포를 보면 스틸(선공인 상태에서 후공에게 점수를 주지 않고 반대로 점수를 빼앗는 상황)이 잦은 것이 그 증거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우리선수들의 결정적 실수가 적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침착하게 이번 올림픽에 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자컬링대표팀의 침착함은 사실 놀라운 것이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많은 이점이 있는 동시에 부담감이라는 또 다른 맹점도 존재하는 법이다. 게다가 세계 최강자들과 초반에 만나는 대진운도 사실 큰 위험이었다. 그러나 여자컬링대표팀은 모든 맹점을 극복하고, 이점만 살리며 두 번째 올림픽 출전 만에 메달을 바라보게 됐다. 돌아온 컬스데이 여자컬링 대표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7위인 미국팀과의 20일 경기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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