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가 지난주 뚫어낸 30%대 시청률을 월드컵 붐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냈다. 이런저런 흠도 많지만 흥한 요소도 많아 동이는 선덕여왕의 바통을 이어받을 자격을 갖춘 셈이 됐다. 그러나 30%를 위협하는 요소는 도사리고 있어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운 좋게 월드컵 일정은 절묘하게 피해갔지만 그리스전 승리로 달궈진 월드컵붐이 아르헨티나 전까지 승리하게다면 폭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외부의 위협이라면 내부의 위협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동일한 플롯이 반복되는 지루함이 동이의 독주를 위협하는 내부 불안요소가 될 것이다. 전반 20회 정도는 숙종의 눈부신 활약과 적어도 대비 시해 사건 전까지는 새로웠던 장희빈 그리고 큰 차이는 없지만 캐릭터에 순행한 인형왕후에 대한 호감 등으로 잘 유지되었다. 그렇지만 동이의 천방지축 오지랖과 그에 따르는 위험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 구해주는 패턴이 변화 없이 반복되고 있어서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한번 탄력을 받으면 쉬이 내려가지 않는 것이 시청률이기 때문에 동이는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성공가도를 달릴 것이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 뒤에는 그만큼의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이번 주 25회부터를 동이 시즌2라고 재미삼아 부르고들 있는데, 그렇다면 동이1에서 기대를 걸었다가 팽(?)당한 것들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토사구팽 1위는 단연 장악원이다. 기획의도부터 거창하게 조선조의 궁중음악을 심도 깊게 조명할 것처럼 하더니 결국 남은 것은 큰 의미 없이 시간 때우기로 등장하는 이희도와 이광수 두 배우뿐이다. 그러다보니 장희재가 배신해버린다면 이계인 부자도 사실 갈 곳이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희도, 이광수보다도 존재 이유가 더 부족한 인물이다.

사실 이런저런 곁가지를 떼어내면 동이는 30부작을 빠듯하게 채울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그것을 애초의 기획대로 장악원 묘사로 채웠다면 지루함보다는 탄성과 칭찬으로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이 장악원을 묘사한다는 것은 무리거나 혹은 거짓말이었다. 이렇다 저렇다 설명 없이 동이가 감찰부로 옮겨간 후로 장악원은 슬그머니 동이의 배경에서 사라졌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장악원을 제대로 묘사한 것도 아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동이가 묘사한 장악원은 허술하고 오류투성이였다. 그러더니 아예 사라졌다. 이희도와 이광수는 순전히 동이와의 개인적인 친분을 이유로 출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장악원은 동이의 주력 아이템이 아니라, 대장금의 수라간, 이산의 도화서의 맥락을 잇는데 잠시 쓰고자 했을 뿐이란 의심을 갖게 된다.

두 번째로 장악원만큼이나 기대감을 주고 장악원의 퇴출보다 더 허무하게 사라진 것은 검계이다. 동이의 도입부에 대단히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검계의 존재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추노를 자연스럽게 연상케 했다. 그러나 허무할 정도로 검계는 너무 쉽게 붕괴되었고, 동이의 아비와 오라비는 죽음을 당했다. 그런 속에서 천수(배수빈)만 살아남았고, 동이의 오라비 동주를 사모했던 기생 설희에 의해 동이는 궁중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천수는 도사 김환에 의해 구출되어 목숨을 건졌고, 동이를 애타게 찾았다. 그리고는 죽은 검계수장 최효원의 유지 따위 까맣게 잊고 오로지 동이의 보디가드에 여념이 없다. 몰살당한 검계원들의 넋이야 있건 없건, 검계가 가졌던 이상세계에 대한 염원도 사라졌다. 앞뒤 가리지 않고 옳은 일에 매진하는 정의의 처녀 동이를 돕는 차천수이기 때문에 교묘하게 묻어가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결국 매몰차게 말하자면 검계는 애초에 추노의 잔향을 끌어 모으기 위한 집음 장치였나 하는 회의를 갖게 된다. 물론 의주에서 동이를 찾은 후라도 곧바로 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탓에 천수가 다시 검계 부활을 도모할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기대할 바는 못 된다. 중전 장옥정이 폐비를 없애려는 음모를 유상궁(임성민)과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몇 달만에 도성으로 돌아간 동이는 그 음모에 앞서 폐비를 지켜낼 것이다.

그리고는 누구나 고대하던 숙종의 승은을 받게 될 것이니 그때가 천수가 본래의 임무를 수행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산의 대수처럼 천수 역시 동이바라기인 탓에 검계의 부활보다는 동이를 지키기 위한 서용기와의 투톱진용을 깨지 못할 것이다. 그 짓 하지 말고 검계부터 해결하라고 강요하기에는 사고무친 동이가 안쓰럽지 않은가. 결국 검계도 장악원과 마찬가지로 미안하지만 팽이다.

이렇듯 장악원과 검계는 동이 초반을 지탱해준 주요 소재였으나 유야무야 사라지고 말았다. 마치 속은 기분이 들 정도로 아쉽다. 현재 동이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대장금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해외에 동이붐을 일으킬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는데, 장악원의 잘못된 묘사를 만회할 기회도 없이 퇴장한 것은 너무도 아쉽다. 사실 이런 드라마에 문화부가 정책적으로 지원을 했었다. 엉뚱한 곳에 낭비하고 말았지만 한류예산이 아직도 있는지는 몰라도 꽤 컸었다.

한국 드라마는 사극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김수로가 그렇듯이 조선을 벗어난 사극은 리스크가 크다. 또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은 고증에 대한 압박 또한 만만치 않다. 다른 시대보다 남겨진 기록이 많지만 기록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들, 즉 무형의 존재 때문이다. 춤과 음악이 대표적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춤과 음악은 구심전수라 해서 교육과 전승이 구술과 생활로 행해졌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통음악을 쉽게 생각한 제작진의 실수였다.

결국 동이도 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사극이 한국 전통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묘사해줄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동이에게 팽 당한 장악원이 몹시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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