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뉴욕타임즈 기사를 왜곡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올림픽 재계 홀대론'을 펼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3일 <뉴욕타임즈는 조선일보 말대로 정말 '평창 재계 홀대'를 지적했나>라는 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조선일보와 TV조선이 뉴욕타임즈 기사를 왜곡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이 지적한 보도는 지난 10일자 조선일보<1조 후원하고도…기업인들은 평창에 안보인다>와 TV조선<‘평창’ 유치 주역 “개막식 땐 소외”>다. TV조선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평창올림픽 개막식 때 소외됐다고 전했다.

<1조 후원하고도…기업인들은 평창에 안보인다> 조선일보 2월 10일자 종합 09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10일자 기사에서 "올림픽은 전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는 행사라 개최국 대표 기업이 대대적으로 후원하며 홍보 효과를 노리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평창올림픽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뉴욕타임즈의 7일(현지시각) 기사를 일부 인용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한국 기업이 평창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정작 올림픽에서는 소외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며 이른바 '재계 홀대론'까지 나와 평창올림픽에 1조원 이상을 후원·기부한 대기업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최한 평창리셉션에 초청받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TV조선 역시 같은날 리포트에서 "외신에선 한국 기업이 평창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올림픽에서는 소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7년 전 평창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제 개막식에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1조 원을 후원한 기업인들 역시 리셉션 등에서 소외됐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평창’ 유치 주역 “개막식 땐 소외”> TV조선 2월 10일 보도화면 갈무리

그러나 실제 7일 뉴욕타임즈 기사의 논조는 조선일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민언련의 지적이다. 조선일보가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 뉴욕타임즈의 7일 기사 <주식회사 대한민국, 돈과 정치가 이상한 올림픽을 만든다>를 살펴보면 한국의 대기업들이 한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스캔들, 변화된 정치적 상황 때문에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에 대한 태도가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졌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민언련은 "오히려 뉴욕타임즈는 ‘삼성의 뇌물 수수 사건과 박근혜 게이트와의 유착관계가 밝혀지면서, 기업의 올림픽에서의 적극적인 후원, 마케팅이 국민들로부터 오해를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버렸다는 점’ 등을 ‘삼성이 과거에 비해 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게 된 주요 배경으로 꼽고 있다(But in South Korea, the recent atmosphere of scandal has made it an especially awkward time for the country’s leading corporate names to be plastering Olympic venues with logos and showering athletes with freebies. The corruption allegations that ensnared Mr. Lee’s son and heir — and that last year felled Park Geun-hye, then South Korea’s president — involved bribery via sports sponsorships.)"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는 해당 기사에서 평창 올림픽 유치 캠페인을 주도한 재계 관계자(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박용성 두산 회장)들이 기소되었던 사실과, 특히 2008년 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회장의 경우 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사면되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Three leaders of Pyeongchang’s winning campaign to host the Winter Games were industrialists who had, at one point or another, been convicted of financial crimes: Mr. Lee of Samsung, Cho Yang-ho of Korean Air and Park Yong-sung, formerly of the Doosan conglomerate. The company’s chairman, Lee Kun-hee, is a longtime member of the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and lobbied for years behind the scenes to bring the Winter Games to South Korea. The government saw Mr. Lee as so pivotal to its Olympic dreams that after he was convicted of tax evasion in 2008, the country’s president then pardoned him expressly so he could resume lobbying for Pyeongchang.)

또한 뉴욕타임즈는 "시대정신은 재벌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재벌들을 매우 민감한 위치에 놓이게 한다"는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의 발언과 서울 공식 올림픽 전시장에서 "재벌들이 이와 같은 스포츠 행사를 통해 정치적 점수를 얻는 것은 문제"라고 답한 일반 시민 인터뷰를 덧붙이며 사실상 기업의 올림픽 개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뉴욕타임즈 기사가 올림픽을 매개로 한 정부와 기업의 '유착'을 조선일보처럼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그런데 정작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뉴욕타임즈 기사의 일부 내용을 가져와 맥락을 지워버리고 자사 의견을 덧붙여 해당 보도가 문재인 정부의 재계 홀대를 지적하기라도 한 것처럼 날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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