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네이버 등 포털을 이용한 여론 조작이 가능하며 언론사가 한편에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미디어스는 마케팅 전문 업체 두 곳을 취재했다. 이들은 구매자가 원하는 키워드는 무조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관 검색어 등록도 가능했다. 예를 들어, ‘미디어스’라는 단어를 원하는 시간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넣고 싶으면 2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언론사에 기사를 요청하고, 이를 근거로 해서 검색량을 늘리는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이다. ‘언론사’를 검색했을 때 ‘미디어스’를 연관검색어로 뜨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네이버 로고(미디어스)

A업체에 ‘평양올림픽’을 실시간 검색어로 올리고 평창올림픽의 연관검색어로 나오게 해달라는 내용의 문의를 했다. A업체는 불법적인 키워드만 아니면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견적은 실시간 검색 3시간 유지 2000만원, 연관검색어 한 달 유지는 500만원이었다. 금액은 키워드 검색량에 따라 달라진다. A업체는 “평창올림픽은 한 달 검색량이 67만7300건이다. 그럴 경우 단가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도 설명했다. A는 “목표 시간 한 시간 전에 언론사 뉴스 송출과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그리고 해당키워드를 시간당 10만 명이상 검색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인위적인 여론 형성에 언론 기사가 동원된다는 설명이다.

A업체와의 대화 내용 중 일부(미디어스)

그가 말하는 언론사 뉴스 송출은 네이버 뉴스 검색에 기사가 걸리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 뉴스 검색이 활용되는 것은 다음의 검색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A업체는 “네이버에 검색 제휴가 된 언론사에 뉴스를 낸다. 언론사 직원들이랑 파트너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기자들도 개인 비즈니스를 한다. 아웃소싱이 있어 기사 송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3개 정도”라고 말했다.

B업체도 마찬가지 설명을 했다. B는 “연관검색어 등록은 가능하다. 그 경우 2개월 정도의 작업 기간이 필요하다”며 “언론사가 뉴스 송출을 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검색량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한호현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옛날에는 사람을 동원해 작업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일종의 로봇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업체도 있겠지만 대부분 실제로 한다고 보면 된다”며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A업체와 B업체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에 걸리는 기사를 돈을 받고 써준다고 설명했다. A업체 사장은 전화통화에서 “뉴스 송출 비용은 30만원이다. 기사가 30개 나가면 원가만 900만원”이라고 말했다. B업체의 경우 매체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30개 정도의 언론 리스트가 있다. 유명 매체는 가격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A업체와 B업체는 “(언론사)인지도는 중요하지 않다. 원하는 시간대에 기사를 올리기만 하면 된다”고 입을 모았다.

B업체가 보낸 언론 기사 송출 견적서(미디어스)

B업체는 기사 송출을 위한 견적서도 보내줬다. B업체는 “의류 쇼핑몰 언론보도 기준의 견적서”라며 “소위 메이저 업체일수록 단가가 높아진다”고 전했다. 견적서의 금액은 기사 송출의 대가로 언론사에 주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일수록 기사 단가가 높아졌다. 한 경제 매체의 직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에는 광고국에서 돈을 받고 기사를 써달라고 한 적 있었다”며 “기자들이 문제제기를 했고, 이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에게 실시간 검색어 등재와 연관검색어 등록에 기사가 필요한 이유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서다. A업체는 “네이버에 아무 이유 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키워드는 없다. 연관성 없는 게 갑자기 오르면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기사를 미리 보내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사 견본을 요구하기도 했다. A업체는 “보도자료나 견본기사가 필요하다. 기자들이 뉴스 콘셉트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10개 정도의 송출본을 줘야 한다. 각기 다른 10개의 원고와 사진 10장을 보내라”고 말했다. 기사 내용은 구매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설명했다. A업체는 “언론사의 필터링은 들어간다. 허위사실이나 표절을 걸러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업체는 “보도자료 정도만 있으면 된다. 어느 정도 수정을 거쳐 언론사로 보낸다”고 말했다.

IDS홀딩스 관련 여론 작업 내용(미디어스)

실제 모 마케팅 전문회사가 연관검색어를 조작하고 언론 기사를 송출한 사례도 있다. ‘제2의 조희팔’로 불린 유사수신업체 IDS홀딩스의 경우, 마케팅 전문회사인 T사를 통해 사기행각을 은폐한 사실이 있었다.(관련기사 ▶ 사기업체 IDS홀딩스 홍보 기사의 실체)

IDS홀딩스에 유리한 기사가 보도된 네이버(미디어스)

당시 미디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T사는 IDS홀딩스에 비판적인 내용의 키워드를 포털 연관검색어에서 모두 사라지게 했다. 이와 함께 IDS홀딩스에 유리한 내용이 검색되도록 연관검색어를 조작했다. IDS홀딩스 고발기사의 검색순위를 밀어내기 위해 홍보기사를 언론에 배포하기도 했다. 당시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형언론사들도 T사가 배포한 자료를 무분별하게 받아썼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여론 조작 행위에 언론사가 개입된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사가 여론 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면 언론 윤리를 위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네이버는 이런 상황을 알고 있지만 원천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어뷰징(특정 키워드의 비정상적인 검색량 증가)은 인지하고 있다”며 “바이러스와 백신 같은 관계다. 네이버는 끊임없이 대책을 강구하고, 업체들은 새로운 어뷰징 방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라며 “문제가 생기면 수시로 막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가 언론사의 기사에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검색어 순위와 연관검색어 조작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이와 같은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들어가면 네이버는 수사기관에 적극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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