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원정 16강을 향해 힘찬 출발을 알린 허정무호. 강한 전력을 드러내며, 단 한 경기 만에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허정무호는 남은 경기에서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전략으로 화끈한 축구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두 골을 넣었음에도 끊임없이 공격을 거듭하고, 90분 내내 크게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펼쳐 전 유럽 챔피언 그리스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허정무호의 남은 경기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습니다.

일단 B조에서 허정무호는 같은 날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은 아르헨티나를 골득실에서 밀어내고 중간 순위 1위를 달려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중간 순위 조 1위에 오른 것은 2002, 2006년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아직 단 한 경기이기는 해도 승점 3점을 챙기며, 경쟁국들을 기선 제압하는데 성공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허정무 감독이 원하는 대로 첫 번째 시나리오가 작성된 것도 눈길을 끕니다. 당초 허정무 감독은 아르헨티나가 모든 경기를 잡고, 첫 경기 그리스전을 이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의 공세를 막아내며 첫 승을 신고하면서 '조 2위 16강 진출' 목표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 그리스전 승리를 챙긴 허정무호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하지만 어떤 스포츠 경기를 갖든 '비기는 전략'보다는 '이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팀이라 해서 무조건 비긴다는 생각보다는 한번쯤 정면승부를 해보면서 당당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효율적인 축구'로 상대에게 카운트 펀치를 날리면서 이길 수 있는 전략으로 다음 상대인 아르헨티나와 정면 승부를 해본다면 아마 한국 축구를 보는 세계의 시선도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만약 한국이 아르헨티나를 꺾는다면 의외로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3차전 나이지리아전을 편하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승리를 거둘 경우, 승점 6점을 챙기고 나이지리아와 그리스가 무승부를 거둬 승점 1점에 그친다면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월드컵 출전팀 가운데 가장 먼저 1승을 거둔 한국 축구가 16강 진출도 가장 먼저 확정짓는다면 이는 2002년 월드컵 4강 만큼이나 엄청난 성과로 기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으로 따지면 지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사격 여갑순이 대회 첫 금메달을 따내고, 마라톤 황영조가 마지막 금메달을 따내 '한국이 열고 닫은' 결과에 적당히 비유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어떤 강팀이 16강을 조기에 확정지었다는 소식을 월드컵에서 들을 때마다 정말 부러운 시선을 가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한국 축구가 그 같은 시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당당하고 후회 없는 승부로 '이기는 축구'를 보여줘 16강을 조기에 확정지었다는 소식을 꼭 들을 수 있는, 지긋지긋한 경우의 수도 따지지 않는 그 모습을 아르헨티나전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캡틴 박' 박지성이 "아르헨티나전에서 이변을 일으키겠다"고 한 말이 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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