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지현 검사가 법무부 고위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후 2차 피해를 호소하며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차 피해는)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얘기했을 때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시선"이라며 "현장에서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역고소를 당하는 것도 많이 체감된다"고 전했다.

이미경 소장은 12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김혜영입니다'와의 전화통화에서 서지현 검사를 둘러싼 '옷차림이 어땠다더라', '정치계에 입문하려 한다' 등의 소문에 대해 "서 검사도 말했듯이 이것은 예상된 것"이라며 "피해자 분들이 피해 사실을 이야기했을 때 겪어야 하는 사회적인 시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의심하는 그런 시선들"이라고 분석했다.

검찰 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가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내에 설치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에서 피해자 및 참고인 조사를 받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5일 서 검사 측에 따르면 서 검사와 대리인들은 전날 진상조사단 사무실에 출석해 '2차 피해'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미경 소장은 "현장에서 보면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피해자가)역고소를 당하는 것이 많이 체감된다"며 "무고나 역고소 피해 그런 것이 있다면 피해자는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거다. 말했을 때 오히려 내가 피의자가 되고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누가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서지현, 임은정 검사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또한 지난 7일 법원은 배우 이진욱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뒤 무고죄로 피소된 30대 여성 A씨에 대해 2심에서 1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이미경 소장은 "우리 사회에서 30년 동안 성폭력 피해자들의 법적 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가 무고죄로 역고소가 되는 그 순간 피의자가 된다"면서 "신뢰관계인의 동석제도라든지 이런 식의 피해자 권리들을 하나도 활용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지현 검사의 폭로와 맞물려 확산 중인 '미투(#MeToo)운동'에 대해 이미경 소장은 "(서 검사의 폭로가)굉장히 감동적이었지만 사실 충격적이거나 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계속해서 피해자 분들은 말씀을 해오셨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저희 상담소만 하더라도 1991년에 문을 열었는데 한 개 상담소에서 8만 1500여 회의·상담이 있었다"며 "그동안 사회가 눈 감고, 귀 닫고, 가슴 닫았던 상황에서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남성혐오다', '분열을 조장한다' 등 미투운동을 둘러싼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미경 소장은 "이런 반응이 전혀 예상 밖은 아니다. 그렇지만 왜 지금까지도 이렇게 저열한 인권의식이 있을까라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미투 운동에서 '나는 그럼 어떤가. 나는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는가'라는 자기성찰적 돌아보기가 먼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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