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은 화려하고 큰 울림을 주었다.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날씨까지 도왔던 개막식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의 추위였다. 영하 15도가 넘게 내려갔던 기온이 개막식에는 영하 5도 정도로 올라갔다.

퀸연아 최종 성화 주자, 촛불이 모여 비둘기를 만들고 오륜기로 하나가 되었다

그 춥다는 평창도 올림픽을 위해 잠시 쉬어갔다. 마치 거짓말처럼 막강한 추위는 잠시 멈춰 섰고, 개막식에 참석한 3만 5천의 관객과 전 세계인들은 화려하면서도 유쾌한 평화 메시지를 역동적이며 정교한 개막식 행사를 통해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개막식의 핵심은 '평화'였다. 이 주제를 완벽하게 관철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막식은 매력적이었다. 평화 올림픽을 준비해왔던 만큼 그 메시지를 개막식에서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다섯 아이의 여행을 통해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잘 보여주었다.

남북, 한반도기 앞세우고 동시 입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앞세운 단일팀이 들어서는 순간 큰 환호성이 터지고, 귀빈석에 있던 남북 정상들의 악수는 극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영남 김여정과 악수를 하는 장면은 국민 절대 다수가 원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치를 극대화시켰다.

올림픽에 정치가 개입할 이유는 없다. 정치와 상업을 배제하겠다는 IOC의 강력한 조처도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작 올림픽이 정치적이고 상업적으로 변모한 현실 속에서 이런 원칙은 무의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IOC마저 환하게 웃게 만든 것은 전 세계인들에게 전하는 '평화' 메시지였다.

개막식 프로그램은 '평화'라는 주제를 향해 이어졌다. 모든 퍼포먼스와 이야기들의 끝에는 평화가 함께했기 때문이다. 개막식은 큰돈을 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국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듯 국정 농단 세력들로 인해 엉망이 되어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연합뉴스

IOC에서 한일 양국이 분산 개최를 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할 정도였다. 그만큼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촛불로 부당한 권력을 무너트린 국민의 힘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여러 모로 부족한 상황은 힘든 여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안에서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해 가장 멋진 개막식이 연출되었다.

한국의 전통과 IT와 CT가 결합된 궁극의 재미가 개막식 곳곳에 녹아 있었다. 한국의 정서와 세계 공통의 정서가 반영되어 어우러짐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태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거대한 군무로 형상화하는 장면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세계인들에게 태극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넌버벌 퍼포먼스로 잘 녹여냈으니 말이다. 난타를 만들었던 송승환의 능력은 그렇게 개막식에도 그대로 전달되었다. 개막식에서도 놀랐고,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드론 오륜기'다. 많은 사람들이 CG라고 이야기했던 그 장면이 실제 드론 1218대가 만든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모두가 놀라고 있는 중이다.

오륜기가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에 '평화' 메시지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풍랑이 거셌던 바다에서 다섯 아이들의 촛불은 다른 가족에게 전달되고, 그렇게 퍼져나간 촛불들은 거대한 비둘기가 되었다. 그 비둘기를 채우기 위해 평창에서 사는 주민 천명이 촛불을 들고 거대한 비둘기의 완성체가 되었다.

개막식 드론쇼, 인텔 제공(연합뉴스)

그 비둘기는 반딧불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동계 스포츠 선수로 형상화된 이 불빛은 결국 거대한 오륜기로 완성되었다. 올림픽이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효과적으로 잘 담아낸 장면이었다.

대한민국은 촛불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나라다. 지난겨울 대한민국 국민들이 일군 뜨거운 촛불은 세계인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그 뜨거운 평화에 대한 갈구는 그렇게 거대한 비둘기가 되고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기가 되었다.

개막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성화 최종 주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언제나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성화 최종 주자였기 때문이다. 트랙 안에서 동하계 올림픽 스타들이 차례대로 성화를 전달받았다. 그리고 성화봉 앞에서 대기하던 남북 여자하키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전달받아 '빛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도착한 곳에서는 전 세계 피겨 팬들을 사로잡은 '퀸 연아'가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 마련된 빙판에서 여왕의 우아한 스케이팅은 동계 올림픽을 가장 특별하게 보여주었다. 짧은 스케이팅을 마무리하고 남북 단일팀이 건넨 성화를 받아 성화봉에 불을 붙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인 김연아가 성화대 앞에서 마지막 주자 남측의 박종아, 북측의 정수현 선수로부터 성화를 받은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섰던 김연아. 누구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그녀는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를 국내로 운송한 존재이기도 하다. 김연아를 빼고 동계올림픽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가 마지막 주자가 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개막식은 웅장했고 세련되었으며 감동까지 선사했다. 인텔 슈팅스타 드론을 1218대를 이용해 만든 오륜기는 기네스북에까지 올라갈 정도로 장관이었다. 그리고 김연아가 채화하고 성화대에 마지막으로 불을 붙이는 과정 모두가 '한반도 평화'에 모아지고 있었다.

성화 봉송에 참여한 숫자는 한반도 인구수를 상징한다. 그 모든 것이 '한반도 평화'에 맞춰졌다. 그리고 그런 의지는 북한의 '백두혈통' 김여정이 처음으로 남한을 찾는 이유가 되었다. 긴박했던 상황 속에서 일부 국가는 전쟁 우려로 올림픽 참여를 거부하겠다는 말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 평화로운 평창 동계올림픽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평화'를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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