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재학시절 성적표를 직접 공개하면서 언론들은 논란을 불식시켰다고 마무리를 짓고 타블로의 심경글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네티즌들 사이에는 좀처럼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가 않는데요. 마녀사냥이라며 이제 그만하자는 네티즌들과 믿을 수 없다며 냉소를 보이는 네티즌들 사이에 공방이 치열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일단 믿을 수 없다며 냉소를 보이는 네티즌들의 대표적인 주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개한 성적표 역시 위조한 것이다. 왜 성적증명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미국인만 지원 가능한 CIA 인턴사원 서류전형에 어떻게 합격한 것이냐?

수석(summa cum laude)이라고 해놓고, 왜 성적표에는 상위 15%에게 주는 with distiction라고 명시되어 있는가?

2001~2002년 동안 서울 호야어학원에서 학원강사 생활을 했다고 해놓고, 어떻게 2001년 스탠포드에서 초단기간에 학위를 딸 수 있었는가?

이것 말고도 네티즌들이 제기하는 의문점들은 상당히 많은데요. 하지만 그 중 주관적인 살을 더 붙여 성급히 단정 짓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데요.

울프 교수가 타블로의 글을 보고 천재라고 극찬했으며, 울프 교수와 함께 일해 달라고 하는 것을 타블로가 거절하고 한국에 와서 힙합 가수가 되었다면서, 책을 팔았죠. 그 마케팅으로 타블로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울프 교수는 타블로란 사람을 기억을 전혀 못하고, 나중에 한국에서 문제가 커진걸 알고 이것저것 기록을 조사한 후에, 타블로가 졸업한 것 맞다, 단편 소설로 자기한테서 장려상을 탔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울프 교수가 소설을 보고 천재라고 극찬했다고 선전하면서 책을 팔았는데, 정작 받았다는 상은 장려상? 실제로는 등외의 가작과 같은 상이였습니다. 타블로가 거짓말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울프 교수가 증명해준 것은 타블로가 3년 반만에 두 학위를 마쳤다는 것과 작문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고 그 상에 자신이 직접 서명을 했다는 것인데요.

울프 교수가 한 말

“너무나도 특이한 성과라 처음에는 나 자신이 믿지 못했지만 우리의 기록은 명백하다”
“그는 그가 말하는 그 사람이 맞고 그가 주장한 것은 모두 진실”
“이제 이 사람이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

울프 교수가 보낸 공문

스탠퍼드대학교와 영문학과는 다니엘 선웅 리(필명 다니일 아만드 리), 한국의 음악가 타블로가 우리 학교로부터 석사 학위 및 우수 학사 학위(Bachelor of Arts with Distinction)를 받았음을 증명합니다. 위 사람은 두 학위를 3년 반 만에 마쳤으며 이는 참으로 유례가 없는 성과입니다.

참고로, 그는 학부 재학시 ‘쥐(The Rat)’이라는 스토리로 작문대회에서 장려상(Honorable Mention)을 받았습니다. 문예창작 과정 지도교수인 토비아스 울프 본인이 직접 그 상에 서명을 했습니다.

본 대학교와 영문학과의 학적 기록은 사실과 다름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2010년 6월9일 토비아스 울프

네티즌의 주장은 울프 교수가 처음에 타블로를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에 천재라 극찬을 받은 것은 거짓말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일을,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이름을 듣자마자 단번에 기억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장려상을 탔다고 폄하하는 것 역시 상의 결정 방법은 여러 명의 심사위원들과 평가 기준이 있었을텐데, 그 기준에서 장려상일 뿐이지 울프 교수에게는 극찬을 받고 천재 소리를 충분히 들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네티즌의 주장이 틀렸고 타블로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듯 네티즌들은 판단함에 있어 주관적인 생각에 사실을 끼워 맞추기 보다는, 사실에 입각한 주장과 판단을 해야 할 듯 한데요. 디시인사이드나 여러 기사 아래 달리는 댓글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해 보입니다.

타블로가 학력 위조 논란에 대해서 늑장대응한 이유

암튼 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관련하여 성적표 위조 등 다른 의구심들을 가지기 이전에, 울프 교수의 공문으로 타블로의 스탠포드 대학 재학 사실과 3년 반만에 두 학위 모두 이수한 사실은 증명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울프 교수의 공문마저도 위조되었다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결국 다시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겠지만, 울프 교수의 공문은 진짜라는 가정 하에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첨에 논란이 제기 된 것은 타블로가 과연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것이 맞느냐는 것이었는데요. 이에 타블로는 당연히 자신이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것이 맞기 때문에 무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 갑자기 이슈가 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는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타블로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간단히 증명할 수 있는 것을 왜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젠 학력위조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 타블로가 했던 모든 말들까지 의심을 하게 되는데요. 그리고 여전히 네티즌들이 원하는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는 공개하지 않은 채 빙빙 돌려 성적표로 대체하고 울프 교수의 공문으로 돌려 증명하려는 것이, 네티즌들이 보기엔 자꾸만 이상하게 생각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진작 공개해서 논란을 진압할 생각을 하지 않고, 논란을 키운 뒤에 어렵게 돌아가며 해명하고 상처받았다고 호소하고 있는 걸까요?

타블로는 첨에 무시했던 논란이 점점 커지며 소수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무시 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타블로는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길에 빠진 듯 보이는데요.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자신이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사실을 증명하자니, 자신이 그동안 부풀려 놓은 이야기들이 들통날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죠.

일단 논문의 경우 정식 논문이 아닌 매 과목마다 20여쪽 분량의 페이퍼를 제출하고 별도 논문은 출간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것은 제외하고,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그동안 얘기하고 다녔던 수석졸업이라는 것에 대하여 수석이냐 아니냐가 밝혀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동안 타블로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4.0 만점 수석 졸업을 했다고 밝혀왔는데요. 스탠포드에는 summa cum laude라는 수석 명칭이 없다고 합니다. 대신 상위 15%에게 with distiction이라는 것을 명시한다고 하는데요. 타블로는 자신이 수석이라고 얘기함으로서, 즉 대한민국 사람들이 볼 때는 전체 1등 한명만이 가질 수 있는 명예, 그것도 스탠포드 대학 영문학과에서 전체 1등을 했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성과에서 수석이라는 거짓말 하나가 더 붙게 됨으로서, 대한민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대단하게 보고 자연스럽게 천재 이미지가 각인되게 되었는데요. 스탠포드 대학을 나왔다고만 해도 대단하게 생각할 텐데 그것도 수석이라니, 사람들은 타블로를 자연스럽게 천재로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와 수석이 아니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면, 천재 이미지에 타격은 물론 거짓말 했냐는 비난과 함께 자신의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사실까지도 폄하 당할 수 있겠지요.

암튼 그렇게 주위에서 알아 받들어 모시면서 자신의 스탠포드 대학 시절 이야기는 하나의 영웅담으로 자리 잡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볼 때 더욱 신기해하고 대단하게 볼 수 있도록 이야기를 과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교수와 사귀어서 공부도 안하고 모두 A를 받았다고 하는 것이나, 미국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CIA 인턴사원 서류전형에 붙었다고 한 것이나, 스탠포드에서 재학하고 있어야할 시기에 한국에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나, 심지어는 첼시 클린턴, 위더스푼, 사정봉 이야기까지 그것이 모두 과장이 하나도 없는 100%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그렇게 타블로는 점점 그런 영웅담에 도취되어 거짓말이 꼬리를 물며 착각 속에 빠져버린 듯 합니다.

그러다 이렇게 논란이 되고 그동안 이야기를 재밌게 들어주던 사람들이 학력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동안 방송에서 얘기했던 것들에 대해 여기저기서 반론을 제기하고 사실해명을 요구하자, 착각에서 깨어나 딜레마에 빠진 것이지요. 어디서부터 해명을 해야 할지, 하나라도 그것이 과장임이 드러나면 자신은 거짓말쟁이가 되기 때문에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그동안 자신이 천재라며 칭송하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돌아서서 자신을 사기꾼, 거짓말쟁이라며 몰아세움에 따라 타블로는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죠. 만약 100개 중에 99개가 사실이고 1개가 거짓이라도 그 1개 때문에 자신은 거짓말쟁이가 되고 대중들에게 온갖 비난을 받게 될테니깐요. 그래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하려 하다보니 결국 의혹만 더욱 키운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암튼 타블로는 자신의 사소한 거짓말이 드러나더라도 속시원하게 성적증명서나 졸업증명서를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아보이는데요.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의혹만 증폭되면서 타블로에 대한 모든 것이 부정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가 만든 음악까지도 편견에 의해 폄하당하고 말이에요. 가족은 물론 동료인 투컷과 미쓰라진, 그리고 자신의 아내 강혜정까지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며 고통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만약 타블로가 현재 이 논란들을 이대로 그냥 묻으려 한다면, 학력위조라는 단어는 타블로에게 앞으로도 꼬리말처럼 따라다니며 끊임없이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타블로가 진정 거짓말을 전혀 한 것이 아니라면 억울하다는 감정호소보다는, 정말 속 시원하게 네티즌들이 요구하는 성적증명서나 졸업증명서를 공개한 후에 진정 어떠한 거짓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네티즌들에게 썩소를 날려주었으면 좋겠는데요. 또한 자신이 한 얘기 중에 사소한 거짓말이나 과장이 있었더라도 솔직히 얘기하면서 잘못을 인정하고 말이에요.

타블로는 이런 네티즌들의 의구심들을 해결하지 않고 무시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할 듯 합니다. 요즘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풍산개가 되어버린 네티즌들 앞에서는, 모든 의구심에 대하여 속 시원한 해명과 객관적인 증명이 되지 않는 한 이것은 절대 끝나지 않는 논란이니깐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사기꾼이라면 치를 떨거든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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