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과 관련한 중앙일보의 이상한(?) 조짐은 사실 어제(17일)부터 보였다.
중앙은 17일자 사설 <BBK 사태, 결국 특검으로 가나>에서 “이제 BBK 사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같다”면서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대선을 치르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식과 순리와 법에 맡기면 된다. 이왕 특검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모든 세력은 냉정하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이 이 사설에서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후보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했고 “이 후보가 몰릴 대로 몰리다 특검을 수용한 것은 이러한 정황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같은 날 동아와 조선일보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의 사설을 중앙이 게재한 셈이다.
중앙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는 특검에 적극 협조해야”
그런데 묘하다. 중앙의 이 같은 ‘차별화 움직임’은 오늘(18일)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어제(17일) 사설을 게재하기 전까지 특검 자체를 반대해왔다. 하지만 17일자에서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이 후보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특검 지지’로 돌아서더니 오늘자(18일)에서 한나라당과 이 후보는 특검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한다. 이건 중앙의 ‘최근 흐름’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것을 일정하게 시사하는 부분이다. 우선 중앙의 오늘자(18일) 사설을 한번 보자.
주목하자. 중앙은 특검법 통과에 대한 한나라당의 ‘항변’을 “곁가지”라고 지적한 다음 “특검에 적극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그런데 중앙일보.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특검법은 주가 조작 부분뿐 아니라 도곡동 땅 실 소유주와 다스 지분의 정체도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 두 부분은 이명박 반대 세력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의혹이다. 특히 도곡동 땅은 검찰이 8월 수사를 마치면서 이 후보의 형 지분에 대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만 발표했다. 누구의 소유인지 밝혀내지 못해 의혹만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후보 반대 세력에서는 여전히 ‘이 후보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제에 특검은 소유주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
언급한 부분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성명서나 입장이 아니라 중앙일보의 오늘자(18일) 사설 가운데 일부다.
“특히 도곡동 땅은 검찰이 8월 수사를 마치면서 이 후보의 형 지분에 대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만 발표했다. 누구의 소유인지 밝혀내지 못해 의혹만 더욱 키웠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후보 반대 세력에서는 여전히 ‘이 후보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차제에 특검은 소유주를 밝혀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주목하자. 중앙은 ‘이명박 BBK’와 관련된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에 ‘푹 빠진’ 동아일보
중앙의 이 같은 ‘입장’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를 가늠하려면 오늘자(18일) 동아일보 사설을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동아는 사설 <대선 연장전 노리는 ‘이명박 특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언급한 부분은 한나라당 성명서가 아니라 오늘자(18일) 동아일보 사설이다. 헷갈리지 말기 바란다. 동아의 이런 입장은 ‘차제에 도곡동 땅 실 소유주가 누군지 밝혀보자’는 중앙일보와상당한 거리가 있고, 현재의 ‘복잡한 정국’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조선일보와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정리하면 동아는 계속해서 ‘지르고 있는 양상’이고 조선은 ‘고민’을, 중앙은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자(18일) 조선일보 사설 맨 마지막 문단이다. 눈여겨보자. “투표가 끝나도 끝이 아닌 대선”이라고 했다. ‘끝이 아닌’ 대선 이후의 ‘주판알 튕기기’는 비단 정치권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보수신문의 ‘저마다 다른 셈법’을 감상해보는 것도 대선 이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