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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극적인 환골탈태[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0.06.12 15:11

*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경기 관전평에서 선발 투수와 4번 타자가 제 역할을 하면 경기는 쉽게 풀리기 마련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오늘도 그런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4번 타자로 출장해 이틀 연속 결승 홈런을 뿜어낸 박병호의 환골탈태는 가히 극적입니다.

오늘 박병호는 3타수 3안타 3타점 1볼넷으로 100% 출루했습니다. 특히 2:1로 뒤진 6회초 기아 선발 윤석민으로부터 좌중월 역전 2점 홈런으로 결승타를 기록했고, 8회초에는 좌전 적시타로 4:2로 도망가는 타점을 만들었습니다. 홈런과 적시타 모두 2사 후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값졌습니다. 2개의 도루뿐만 아니라, 8회말 1사 1, 2루의 위기에서 김상현의 파울 타구를 담장과 그물을 의식하지 않고 잡아내는 호수비는 결정적이었습니다. 지난 주말 SK전부터 갑자기 타격과 수 싸움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박병호는 어제 경기부터 다른 그 어느 팀 4번 타자 못지않은 대활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병호가 현재와 같은 호조를 이어간다면, MBC 청룡 이래 29년 간 해소되지 않은 우타 거포에 대한 숙원이 해소될 것입니다. 물론 이틀 연속 장타로 쐐기 2타점을 기록한 조인성의 9회초 2점 홈런 또한 훌륭했습니다.

5월까지 LG가 불펜의 힘에 의존했다면 6월 들어서는 선발 투수의 분발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더마트레가 합류해 2승을 거두며 외국인 선발 투수가 제몫을 해주자, 박명환이 어제 7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고, 오늘은 김광삼이 6이닝 4피안타 2볼넷으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2회말 2점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할 때, 시초는 1사 후 김상현에게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이었지만, 김상훈의 강습 타구를 정성훈이 다리 사이로 흘리며 2루타로 만들어 준 실책성 수비도 크게 작용했습니다. 5회초에는 선두 타자 박용택이 2루타로 출루했지만, 진루타가 나오지 않아 주자가 2루에 묶인 채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야수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어지간한 투수라면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김광삼은 4회말부터 6회말까지 매 회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6회말 기아의 중심 타자 김원섭, 최희섭, 김상현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 김광삼 ⓒ연합뉴스  
 
비록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무려 8개의 땅볼 타구를 모두 깔끔하게 아웃 처리한 오지환의 수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27개의 아웃 카운트 중 1/3에 육박하는 아웃을 오지환이 땅볼로 처리한 것입니다. 비로 인해 그라운드가 미끄럽고 인조잔디라 땅볼 타구가 더욱 빨라져 처리가 어려웠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안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역동작으로 잡아 1루에 송구해 아웃을 잡아낸 4회말 1사 후 안치홍의 타구 처리는 오지환이 유격수로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호수비였습니다. 올 시즌 최다 투구인 43개로 2이닝을 아슬아슬하게 무실점한 이동현과 동점 주자가 들어찬 9회말 2사 만루에 등판해 이종범을 삼진으로 솎아낸 김기표도 승리에 공헌했습니다.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남습니다. 우선 김광삼의 교체가 성급한 감이 있었습니다. 오카모토가 부상으로 서울에 남았고, 계투진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6이닝 동안 2실점하며 고작 83개의 투구 수에 그쳤던 선발 투수를 7회말 하위 타선을 상대로 다시 올리지 않고 내린 것은 아쉬웠습니다. 지난 5월 2일 SK와의 문학 경기에서도 5이닝 2실점, 투구 수 69개에 그친 김광삼을 강판시킨 뒤 불펜이 역전패를 허용했음을 회상하면, 오늘 경기의 결과가 좋았기에 망정이지, 김광삼의 빠른 강판이 화가 될 뻔 했습니다.

9회말 6:2 4점차의 리드를 안고 등판해 2사까지 잘 처리하고 갑자기 무너져 내린 김광수의 난조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두 타자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하며 1실점한 것은 그렇다 쳐도, 김선빈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은 어처구니없었습니다. 6:3 3점차에서 1명의 주자가 있었으니, 설령 김선빈에게 한복판 스트라이크를 던져 홈런을 허용하는 일이 있더라도, (김선빈은 2008년 프로 데뷔 이래 단 1개의 홈런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김선빈이 홈런을 칠 확률은 이대형이 홈런을 칠 확률보다 낮습니다) 볼넷으로 출루시켜 주자를 모아줘서는 안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김광수의 난조는 첫째, LG는 등판시키지 않고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며 이상열과 김기표를 소진했고, 둘째, 기아 타선에 자신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내일 경기에 2가지 악영향을 자초한 셈입니다.

최근 7연승을 달리는 롯데의 호조로 LG는 5위와의 게임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지만, 대신 공동 3위 삼성과 기아와의 게임차를 2.5까지 좁혔고, 7위 한화와는 3.5게임차로 벌리는 다소 여유가 생겼습니다. 내일은 봉중근과 로페즈의 맞대결인데, 선발 싸움에는 우위를 점하겠지만, 오카모토의 부재와 계투진의 과부하로 종반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자신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설령 리드하고 있더라도 방심하지 않고 타자들이 1점이라도 끈질기게 추가하는 근성이 필요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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