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남아공월드컵이 개막됐습니다. 그리고 한국 축구의 위대한 도전도 시작됐습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허정무호 축구대표팀이 바로 오늘(12일) 밤, 전(前) 유럽 챔피언 그리스와 월드컵 조별 예선 1차전을 갖습니다. 벌써부터 많은 팬들의 설레임과 기대가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을 만큼 그리스전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데요. 과연 그리스전에서 산뜻한 출발을 맞이하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순조로운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를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지만 유로2004 우승에 이어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른 그리스의 전력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단순한 공격 패턴을 보여줌에도 높은 정확도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교묘한 '그리스식 축구'는 이미 유수의 많은 팀들이 희생됐을 만큼 의외로 매력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 축구 특유의 탄탄함과는 다소 거리가 멀고, 우리가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상대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가장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는 그리스전 관전포인트를 몇 가지 뽑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지난 2007년, 영국 런던에서 그리스와 평가전을 가졌을 당시 박지성의 슈팅을 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목표는 무조건 승점 3점, 자신감있는 경기 중요하다

이 경기의 목표는 무조건 승점 3점을 따내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만만치 않은 상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첫 경기 그리스전은 한국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이자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는 속담도 있고, 이미 1998년,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첫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느낀 바 있었던 만큼 한국은 이 경기에 올인한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는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 있는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선수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것, 다시 말해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대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고, 그동안 보여 왔던 장점들을 충분히 발산해 내 경기 전체를 주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점유율 면이나 결정적인 기회를 잇따라 만들어내면서 정확한 공격을 펼쳐나간다면 기량 면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 한국이 유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트 피스에 승부 갈린다

이번 그리스전의 주요 화두는 뭐니뭐니해도 세트 피스일 것입니다. 두 팀 다 나름대로 세트 피스에는 강점을 보이는 팀들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골이 터질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연 어느 팀이 결정적인 순간에 세트 피스의 위용을 과시하며 승부의 무게 추를 자신의 것으로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그동안 5개 월드컵 대회 연속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킨 좋은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1990년 황보관의 캐넌슛을 시작으로 1994년 홍명보, 1998년 하석주, 2002년 이을용, 2006년 이천수까지 모두 직접 프리킥을 통해 골망을 갈랐습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가진 평가전에서 한국은 세트 피스에 의한 득점을 연결시키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힘차게 날린 킥은 골문과 거리가 먼 곳으로 날아갔고, 크로스의 정확도 역시 떨어지는 면이 많았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은 남아공에 입성하자마자 세트 피스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을 펼쳤고, 그 덕에 키커 기성용, 염기훈, 박주영 등 3인방은 나름대로 위협적인 킥 능력을 과시하면서 예전 수준만큼 자신감이 붙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강한 파워보다 약속된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허점을 이용하는 전략으로 프리키커 3인방은 예리함을 찾고 이번 그리스전에서 높은 정확도를 선보이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리스의 세트 피스는 한국보다 힘이 넘치고,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을 만큼 타점 높은 제공권을 활용하는 세트 피스를 구사해 경계해야 할 특징 1순위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190cm가 넘는 장신 공격수들을 활용해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뒤, 공간을 확보하고는 가장 확률 높은 지역에 있는 선수가 타점 높은 일격을 날리는 것이 그리스 세트 피스의 특징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 그리스는 지난 유럽 예선에서 21골 가운데 5골을 이런 방식으로 성공시키며, 고공 축구의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정수(가시마) 같은 장신 수비수들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협력 수비를 통해 상대의 헤딩 파워를 떨어트리는 전략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득점력이 적은 팀에 세트 피스는 유용한 공격 루트 가운데 하나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세트 피스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두 팀 가운데 어느 팀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지 눈여겨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세트 피스 중추 역할을 담당할 박주영, 기성용 ⓒ연합뉴스
상대의 느린 발, 빠른 공격으로 공략하라

그리스의 수비는 키 큰 선수들이 높은 제공권을 바탕으로 탄탄한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수비 조직력이 첫 경기, 한국전부터 선보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주전 중앙 수비수 방겔리스 모라스가 한국전 출전 포기를 선언한데다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 역시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플랜 B로서 파파도풀루스, 빈트라 등 다른 중앙 수비수들을 투입하고, 스리백 등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수비 전술을 사용할 수 있는데 무게감, 안정감 면에서 떨어지는 면이 많아 한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략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으로 그리스 수비진이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팀에 약한 면모를 보였던 점이 한국 입장에서는 공략해볼 수 있는 특징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달 북한 정대세가 빠른 스피드와 강한 파워, 과감한 돌파를 앞세워 그리스 수비진 앞에서 2골을 뽑아낸 것은 한국 공격진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줬습니다. 2대1 패스나 찔러주는 스루패스 상황에서 뒤로 돌아가는 플레이로 스피드를 살린다면 의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마라스, 카라구니스, 살핀기디스...꽁꽁 묶어야 산다

단순한 공격 패턴을 '자랑하는(?)' 그리스라 하지만 선수들 개인의 능력만큼은 무시 못 할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그리스 공격의 핵심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세 명의 선수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카라구니스는 그리스 공격의 키를 쥐고 있는 플레이메이커로 패싱력과 활동량을 겸비한 플레이로 그리스 공격을 이끌고 있는 선수입니다. 날카로운 킥력이 좋아 세트 피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카라구니스는 특히 패싱, 움직임에서 그리스 선수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모습을 보이며, 한국 팀에는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로2004 우승 주역으로 경험도 풍부하고, 거친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1차적으로 저지하는 동시에 팀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해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할 한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고 있는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는 192cm의 장신 선수로 헤딩력이 좋고 크로스 능력도 뛰어난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경기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있어 그리스의 활력소나 다름없는 사마라스는 현란한 발놀림과 테크닉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패싱력이 돋보이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여기에 오른쪽 측면 공격을 주도하는 디미트리오스 살핀기디스는 키는 작지만 빠른 발재간과 정확한 크로스로 고공 폭격을 자랑하는 그리스 공격의 시발점이 되는 선수입니다.

이렇게 세 명의 선수가 가진 장점이 위력을 발휘하면 의외로 무시 못 할 경기를 펼칠 그리스이기 때문에 한국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이들로부터 연결된 공격이 테오파니스 게카스, 하리스테아스 등 결정력 좋은 선수들에게 연결된다면 꽤 높은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기에 이들이 펼칠 날카로운 패싱이나 움직임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강한 압박이 필요합니다.

정성룡의 활약

공격, 수비 등 필드 플레이어의 활약과 더불어 눈길을 모으는 것은 바로 골키퍼 정성룡의 활약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혁명'을 일으키며 골키퍼 주전 경쟁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정성룡이 그리스전 출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연 평가전에서 보였던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가는 모습으로 보탬이 될 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 정성룡 ⓒ연합뉴스
순발력, 공중볼 처리, 안정감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대선배' 이운재보다 확실히 나아 보이는 측면이 많았던 정성룡은 키가 큰 그리스 선수들의 공격을 상대할 수 있는 장점이 뚜렷하다는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긴 팔과 190cm라는 신장, 그리고 뛰어난 점프력을 강점으로 그리스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데다 여기에 공격수를 향한 길고 정확한 킥 능력과 순발력 등에서도 강점을 보여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발이 느린 그리스 수비수들을 상대해 정확한 역습 전략을 쓸 수 있는데 정성룡의 장점이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얘기인데요. 공, 수 양면에 걸쳐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는 정성룡이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 꼬리표를 떼고 무실점 본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어떤 경기를 펼치든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 있게, 후회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는 것입니다.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한국 축구 특유의 근성 있는 축구를 보여주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줄 수 있을지, 6월 둘째 주 토요일 밤을 후끈 달아오르게 할 그 순간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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