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축구팬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월드컵 개최국이 16강(과거 8강 토너먼트 포함)에 진출하지 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많은 해외 축구 전문가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이 징크스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지만 한국은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며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일본도 두 번째 진출 만에 16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10년,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에서 '개최국 16강 징크스'가 또 한 번 위력을 발휘하면서 아프리카 축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10 월드컵 개최국, 남아공이 사상 첫 16강 진출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지난 1998년 처음 본선 무대에 이름을 올린 뒤, 2002년 대회에서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첫 본선 승리를 일궈냈던 남아공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약체 개최국'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아프리카 축구에 새 바람을 몰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발 선상에서 멕시코와 맞대결을 펼쳐 힘찬 첫걸음을 내딛게 됩니다.

남아공 축구대표팀 ⓒ연합뉴스
홈 이점을 얻는 부분이 많다고 하지만 남아공 축구에 대해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았습니다. 현재 국제축구연맹 랭킹이 83위로 북한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데다 전력 면에서 그다지 뚜렷하게 나타나는 강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형식상으로' 치른 월드컵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도 최종예선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며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중반까지 좋았던 분위기를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성적 부진으로 조엘 산타나 감독을 지난해 10월 경질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지난해 말까지는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지난 독일월드컵 때 브라질 팀을 맡는 등 월드컵 본선 경험이 풍부한 카를로스 파헤이라 감독이 취임한 뒤, 남아공 팀은 자신감을 되찾고 순항을 이어나갔습니다. 패배 의식에 젖었던 선수단의 체질 자체가 바뀌면서 긍정의 신호가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A매치 11경기 연속 무패의 행진을 이어가며 '지지 않는 팀'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콜롬비아, 과테말라, 덴마크 등 월드컵 본선 직전 가진 마지막 3경기에서 8골을 넣고, 1골만 내주는 균형 잡힌 경기력을 보여주며 남아공 홈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상당한 부진으로 별 기대조차 갖지 않다가 본선 직전에 희망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마치 2002년의 한국대표팀을 보는 듯 합니다.

남아공 대표팀 전력의 핵은 역시 해외파입니다. 스티븐 피에나르(에버턴), 베니 맥카시(블랙번) 등 프리미어리거를 주축으로 아프리카 팀 가운데서 비교적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칠 줄 아는 팀으로 정평이 나 있는 남아공입니다. 특히 피에나르는 좌우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뛰는 선수로서 탄력과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가 인상적이고, 골 결정력도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입니다. 에이스가 될 만 한 선수가 틀을 잡고 경기를 펼치다보니 파헤이라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도 어느 정도 빠른 시간 내에 정착할 수 있었고, 월드컵을 앞두고 무서운 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A조 1승 1무 1패의 성적으로 4강에 올랐던 남아공. 하지만 당시 1승 1무를 거뒀던 상대가 뉴질랜드, 이라크 등 약체여서 이번 월드컵은 실력을 제대로 증명해 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첫 상대인 멕시코를 비롯해 우승 전력이 있는 프랑스,우루과이와의 대결을 통해 남아공은 지난 2002년 '끈질긴 축구'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 두 번 다시 얻기 힘든 홈팀으로서의 기회를 살리려 할 것입니다. 그 어떤 월드컵보다도 개최국의 토너먼트 진출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과연 남아공이 홈팬들 앞에서 대박을 터트릴지, 아니면 일찌감치 탈락해 쪽박을 찰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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