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안철수 대표가 지난 2일 통합정당의 당명을 '미래당'이라고 정했다. 그러나 이미 '우리미래'라는 이름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정당이 있어, 당명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미래는 지난 4·13총선에서 2030 청년들이 중심이 돼 만든 정당으로 주로 청년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정당이다. 이들은 선거권·피선거권 연령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 각종 청년정책과 관련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의 당명 결정이 애꿎은 청년정당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청년정당 우리미래가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했다. (사진=우리미래 제공)

안철수 대표는 정치 진출 당시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다. 2009년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서 건실한 청년 사업가 이미지를 쌓아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었고, 이후 '청년 멘토'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우클릭 행보로 청년 지지층을 잃더니, 이번엔 이유야 어찌됐든 청년정당의 당명을 빼앗으려는 정치인이 돼버렸다.

우리미래 당원들은 통합정당의 당명 결정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이성윤 우리미래 공동대표는 "2일 통합정당 당명이 결정되고 나서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우리 당이 뒤에 당 자가 붙지는 않지만, 기사가 나갈 때 '우리미래당' 등의 식으로 기사가 나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공동대표는 "저희도 지방선거에 후보를 낼 건데, 통합정당에서 자신들 지지 발언할 때 '우리 미래당을 지지해달라'라는 말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당명이 겹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미래 당원들은 당명을 지키기 위해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다. '미래당'이라는 명칭을 '우리미래'의 정당 약칭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다. 정당법 제41조 3항은 "창당준비위원회 및 정당의 명칭(약칭 포함)은 이미 신고된 창당준비위원회 및 등록된 정당이 사용 중인 명칭과 뚜렷이 구별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미래 당원들이 도착한 후 정확히 5분 뒤 국민의당 관계자가 '미래당'을 국민의당 약칭으로 등록하기 위해 선관위를 찾았다는 점이다. 미래라는 말을 현재 국민의당 당명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법에 정확히 명시돼 있는 건 아닌데 약칭은 사전적으로 봐도 준말이니, 새로 만들어진 당이 창당한 다음에나 약칭을 쓸 수 있는 것"이라면서 "법 해석 이전에 우리 상식의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민석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약칭이 되려면 말 그대로 줄여서 써야 하는 것"이라면서 "문헌해석에 따라야 하는데, 국민의당이 미래당을 약칭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문헌해석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미래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정당의 미래당 당명 사용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우리미래는 "우리미래 당직자들은 생존의 위기를 느낀다"면서 "슈퍼를 개업했는데 바로 앞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기분이고, '새정치'의 의미가 퇴색된 것처럼 '미래'도 퇴색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우리미래는 안철수 대표가 자신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점에 분노를 드러냈다. 우리미래는 "안철수 대표는 작년 3월 우리미래에서 주최한 정책토론회에 참여했고, 또한 우리미래 정책팀장이 안 대표가 참석한 국민의당 행사에 초청받은 적도 있다"면서 "도의적인 면에서도 적절하지 않은 결정이며, 이는 청년정당 우리미래를 같은 정당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우리미래는 "통합신당에게 명칭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청년들의 정치세력화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통합신당의 당명 변경에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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