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취업비리는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소위 ‘빽들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또 하나의 신의 직장 강원랜드는 온갖 청탁과 부정이 오간 것이다. 굵직한 정치인의 이름도 등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취업비리자 239명은 업무에서 배제한다는 소식 정도만 들려왔지, 이렇다 할 누구 하나 구속되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검찰수사가 큰손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4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런 사실 뒤에 감춰진 문제를 고발한 춘천지검 안미현 검사와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얼마 전 자신이 당한 성추행 피해에 대해서 폭로했던 서지현 검사에 이어 이번에는 좀 더 본질적인 검찰의 문제를 드러낸 내부 고발이 나온 것이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안미현 검사는 이 사건을 맡은 이후 국회의원들과 검찰 상부로부터 압력을 받았음을 말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것이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이고, 고검장이라는 사실도 당당히 밝혔다. 안 검사는 인터뷰 중에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 안 검사가 겪어야 했던 부당한 압력과 개입이 많았음을 의미한다. 안미현 검사는 이런 과정을 겪으며 검사로서 무섭고 위축되는 일이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강원랜드 취업 비리 사건은 나라를 흔들었던 대형사건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취업 비리라는 수식어도 따라 다녔다. 그런 사건치고는 결과는 너무도 보잘것없는 것이 의문이었는데, 그 내면에 이런 부당한 압력과 개입이 존재했기 때문이었다는 또 다른 부조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국회의원과 검찰총장까지 연루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었다. 안미현 검사는 지난해 4월 17일 당시 춘천지검장으로부터 사건보고서 작성을 지시받았다. 그때만 해도 사건 처리는 불구속. 구속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날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후 춘천지검장은 불구속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한, 권성동 의원 측으로부터 자신과 관련된 증거목록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도 했다. “채용 비리 사건이 급작스럽게 종결되게 된 것에 관련해서 영향력이 행사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증거들을 비롯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언급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부 빼달라는 취지였다” 검찰 상부로부터 대검과 권 의원 측이 곤란하고 불편해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다른 의혹의 중심에 섰던 염동렬 의원의 경우에도 안미현 검사는 이유 없이 대면조사에서 배제됐다고 한다. 안 검사가 염 의원의 보좌관을 구속시켰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굳이 동일 사건의 조사를 다른 검사에게 배당한다는 것은 아무리 검찰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본다고 하더라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안미현 검사는 “검사로서 당당하게 자기가 세운 수사계획대로 또 당연히 법률상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로 국회의원으로부터의 압력이라든가, 저한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들어오고.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전혀 확보할 수 없고.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수가 없다”면서 “앞으로 제가 검사로서 일을 수행해 가려면 이럴 수밖에 없었다”라면서 “외롭더라도 제가 검사라는 생각을, 일을 하려면 누군가는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라고 이번 고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안미현 검사의 폭로가 가져올 파장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단군 이래 최대 취업 비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강원랜드 취업비리 수사마저 이처럼 빽들이 조정했다면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안미현 검사의 폭로로 인해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부 성추행 피해 사실과 더불어 검찰은 또 하나의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되었다. 공수처의 설치를 요구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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