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개헌을 통해 언론의 역할과 ‘언론 출판의 자유’가 확대될 수 있을까. 2월 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언론 표현의 자유와 개헌’에서 현행 현법 수정안의 언론 관련 조문을 두고 토론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언론 자유 확립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언론 표현의 자유와 개헌 세미나(미디어스)

다음은 현행헌법과 개정 헌법 조문 시안이다.

현행헌법
제21조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개정 헌법 조문 시안
제29조
①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권리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금지된다.
②언론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은 존중된다
③언론 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배상 또는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제30조
①모든 국민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지며, 이에 대한 허가는 금지된다.

언론매체의 자유와 다원성 다양성 존중? 표현 모호해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문 시안 제29조 2항에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거나 ‘가진다’가 아니라 ‘존중한다’라고 규정한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언론 자유는 국가 생존의 필수적인 사안인데 ‘존중한다’는 규정이 모호하다는 주장이다.

언론 표현의 자유와 개헌 세미나(미디어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그는 “조문 시안 제29조 2항의 취지와 구체적인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언론매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가 없다. 다원성과 다양성 확보라는 미명 하에 국가의 불필요한 개입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개헌 논의에 언론의 자유가 더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그는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가능케 하는 자유라는 말이 있다. 국가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강화하고, 이를 위해 언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미려 "이처럼 앞으로의 개헌이 표현의 자유를 더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상정정 청구권? 언론 자유 심각하게 침해

조문 시안 제29조 3항에 대한 비판도 줄을 이었다. 이승선 교수는 “현행헌법 제21조 4항인 피해 배상 청구에 관련된 내용은 언론 활동을 제약하려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거기서 파생된 조문 시안 제29조 3항도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민정 교수는 조문 시안의 일관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민법상 불법행위,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언론중재법 등 유관 조항이 있다. 그런데 굳이 헌법에 배상 또는 정정을 강조해 규정할 이유와 실익이 없다”고 강조했다.

발언중인 송경재 경희대 연구위원(미디어스)

송경재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도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규정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포괄적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현호 <한겨레>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은 현실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조문 시안에 배상 정정 청구권이 포함돼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 언론 자유에 제한이 있을 수 있는 조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정정보도 청구권은 언론사에 무과실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제 3자의 주장을 보도했는데 그 말이 허위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무조건 정정보도의 의무를 지게 된다면 언론사는 진위를 사전에 심사해야만 보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정정보도를 규정하는 것이 언론의 위축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발언 중인 여현호 한겨레 선임기자(미디어스)

그는 “이미 언론중재위 조정대상에 포함된 대부분의 손해배상액은 억 단위이다. 실제 조정 결과는 몇 백 만원 수준이지만 언론사 입장에선 압박으로 느껴진다”며 “이를 헌법 규정으로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 굳이 넣을 거라면 정정 대신 반론보도 청구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문했다.

이번 토론에는 ▶고문현 숭실대 교수 ▶조소영 부산대 교수 ▶이현출 건국대 교수 ▶이승선 충남대 교수 ▶김민정 한국외대 교수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위원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여현호 한겨레 선임기자가 참여했다.

헌법의 의미는 크다. 국가의 방향이며 모든 하위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각 항의 문맥, 단어, 조사가 앞으로의 언론 자유 정도를 결정짓는다. 87년 이후 향상된 언론의 역할을 새 헌법이 담아낼 수 있을까. 현재 여야가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견해차가 커 협상과 타결에 이르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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