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이 공식 출범했다. 조사단의 규모는 검사 6명과 수사관을 포함하여 10명 선으로 꾸려진다. 그렇지만 출범 전부터 논란으로 떠올랐던 셀프조사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성검사장 1호라는 상징적 의미 이외에 조사 대상자들이 전부 고위급인 상황에서 이번 진상조사단이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다.

외부 인사를 조사에 참여시키라는 법무 검찰개혁위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은 검찰 진상조사단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이다. 자문은 받지만, 조사는 검사들만 하겠다는 검찰의 입장이 조사내용을 검찰 내부에서 적당히 조정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의 반발도 무리는 아니다.

검찰에 꾸려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1일 오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서지현 검사 성추행 피해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 자리에는 당시 법무부 이귀남 장관도 있었다. 조희진 단장은 이귀남 전 장관을 비롯해서 현직인 박상기 법무장관도 조사할 수 있다고 기세를 높였지만, 실제로 그럴 것이라는 기대가 적은 것도 사실이다.

남성위주의 검찰 조직문화 속에서 문제없이 소위 출세한 조희진 검사장이 서지현 검사 등과 같은 문제에 절실하게 다가설 수 있겠냐는 의심도 전해진다. 또한, 과거 ‘안태근 검사는 못 건드린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본인은 극구 부인을 했으나 단순한 부인으로 의심을 풀기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사실상 지엽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검찰 내 성추행은 비단 검사들 사이에서만 존재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소 권한을 가진 동료 검사에게 성폭력을 가할 정도라면 검찰 내 근무하는 많은 여성들. 더 나아가 검찰에서 조사들 받았던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나 변호사에 대한 성폭력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미투 행렬에 참여한 것이 그 증거다.

이재정 의원(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정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슈가 됐으니 서지현 검사의 피해만 다루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처리하려는 것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일례로,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 내부에서는 일부라지만 서 검사를 향한 악성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고 한다. 정치에 입문하려는 것이나 애초에 인사불만을 품은 문제 있는 검사라는 등의 루머다.

이는 피해자에 대해 폭력을 가하는 2차 가해인 것인 동시에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는 패륜적 언행도 서슴지 않는 검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서지현 검사 역시도 그런 반응을 예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가해자와 은폐를 도운 검찰 간부들로부터 명예훼손의 피소도 각오했다고 했다.

범죄를 고발하면서 소송을 각오해야 했다는 대목은 검찰의 성추행 진상조사단의 항로가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을 예상케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흔한 ‘뼈를 깎는 반성’이 아닌 내부의 문제를 덮기 위한 방어에 이미 나서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진정 조직내 성범죄에 대해서 뿌리를 뽑을 의지가 있다면 10명 안팎의 진상조사단으로는 어림없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로 당장 설치를 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에 준하는 권한과 인력을 갖춘 위원회 수준의 기구가 요구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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