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출범한 이후 타 팀에 비해 허약한 전력 탓에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구단을 꼽는다면 프로출범 원년 15승에 머물렀던 삼미 슈퍼스타즈 (당시 시즌 경기 수는 80경기였음),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했던 청보 핀토스, 청보 핀토스를 인수한 태평양 돌핀스, 그리고 1991년 시즌부터 합류하여 1999시즌을 마지막으로 해체했던 쌍방울 레이더스 등을 꼽을 수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2015시즌부터 리그에 합류한 kt wiz가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물려받고(?) 있는 중이다. kt wiz는 20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는데 이는 삼미, 청보, 태평양, 쌍방울도 겪어보지 못한 수난이었다.

2010년대 들어 KBO리그는 2013시즌 NC 다이노스, 2015시즌 kt wiz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10구단 시대를 열게 되었다. 신생팀의 합류로 인해 전체적인 프로야구 수준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꽤 높았었다. 그러나 NC 다이노스는 프로에 합류한 이후 단 한 번도 최하위에 머문 적이 없었다. 오히려 프로 합류 2년차인 2014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리그에 신흥 강팀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러나 kt의 행보는 NC와 너무도 대조적이다. 과연 지난 세 시즌 동안 kt가 극복하지 못한 전력난은 무엇이었을까.

1. 허약한 중심타선

NC 이호준이 홈런을 터트린 후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3시즌을 앞두고 NC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거포 중의 한 명인 이호준을 FA로 전격 영입하였다. 당시 37세의 이호준과 3년 계약한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이호준은 2013시즌부터 2016시즌까지 매년 2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심지어는 40세이던 2016 시즌에도 이호준은 21홈런 87타점을 기록했다.

녹슬지 않은 기량에 덕아웃에서 중심을 잡아준 베테랑 이호준의 공헌도는 눈에 보이는 기록을 훨씬 상회했다. 이호준과 더불어 좌타자 나성범은 당초 투수로 입단했으나 김경문 감독의 결단을 통해 타자로 전격 전향했다. 나성범은 이제 NC 다이노스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리그 정상급의 호타준족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호준, 나성범의 국내 선수의 활약과 더불어 2014시즌부터 팀에 합류한 용병 테임즈는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완벽하게 업그레이드시켰다. 메이저리그로 유턴하기 전까지 테임즈는 3시즌 동안 무려 WAR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합계 23.00을 기록하였다.

kt의 경우 리그에 처음 합류한 2015시즌 마르테, 박경수, 김상현 등이 20홈런 이상을 기록했으나 상대 투수진에 위압감을 심어줄 정도의 위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중심타선의 위력은 2016시즌 더 퇴보하였다. 마르테, 박경수는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지만 김상현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FA로 야심차게 영입한 유한준도 14홈런 64타점에 그치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다.

2017시즌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를 통해 넥센에서 4번타자로 활약하던 윤석민이 가세하면서 팀 중심타선에 무게감이 더해졌다. 윤석민은 kt 이적 후 14홈런을 기록하면서 올 시즌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였다.

kt와 계약한 황재균[kt 제공=연합뉴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황재균을 전격 영입하였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커리어 하이시즌을 기록했던 황재균은 넓은 사직구장보다 홈런의 부담감이 덜한 수원 kt위즈파크를 홈으로 쓰게 된다. 2016시즌의 활약을 재현한다면 팀 창단 이후 최초의 30홈런 타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또한 재계약에 성공한 용병 타자 로하스도 풀시즌을 뛴다면 30홈런 이상을 기대할만하다. 그렇다면 윤석민, 로하스에 황재균이 가세하는 중심타선은 구색이 갖춰질 수 있다.

황재균과 더불어 올 시즌 kt 타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또 하나의 자원은 다름 아닌 신인 강백호이다. 서울고 1학년 당시 고척 스카이돔 개장 첫 홈런을 기록할 만큼 거포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은 강백호는 투타 겸업이 가능한 자원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일단 김진욱 감독은 강백호를 좌익수로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고졸 신인들이 프로 무대에서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고 장타력까지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강백호의 비범함은 팬들로 하여금 kt 창단 후 첫 신인왕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kt wiz 강백호(오른쪽)와 임종택 단장[연합뉴스 자료사진]

kt 중심타선뿐만 아니라 타선의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기대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웨이트 트레이닝 분야에서 탁월한 재주를 인정받은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의 가세이다. 넥센 코치시절 웨이트 요법 전수를 통해 김민성, 유한준, 김하성 등의 장타본능을 일으켰던 이지풍 코치의 마법이 kt의 구단명(위즈 - 마법사)처럼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2. 외국인 원투펀치

외국인 선발투수 농사여부에 따라 한 시즌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류현진, 김광현 이후 리그에 주목할 만한 토종 선발 자원이 발굴되지 않는 현상과 맞물려 외국인 선발투수의 비중은 더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은 헥터(KIA), 니퍼트(두산), 해커(NC), 레일리(롯데), 켈리(SK) 등 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외국인 에이스를 보유했기에 상위권 도약이 가능했다.

반면에 외국인 선발투수 활약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한화, 삼성 등은 좀처럼 하위권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2015 시즌 1군 무대 데뷔 이후 kt의 외국인 선발투수의 활약을 요약하자면 '흙 속의 고군분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고군분투'였을 뿐 '군계일학' 급은 아니었다. 그리고 신생팀에 대한 특혜덕분에 외국인 투수를 타 구단에 비해 1명 더 보유할 수 있었지만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된 투수도 드물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빈약한 타선과 견고하지 못한 수비진으로 인해 활약에 비해 성적이 뒷받침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더스틴 니퍼트[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옥스프링 (12승), 2017년 피어밴드 (평균자책점 리그 1위) 등이 그나마 활약을 해줬을 뿐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수들의 성적 기여도가 미미했다. NC가 리그 데뷔 첫 해부터 아담, 해커, 찰리, 웨버 등의 외국인 투수들이 선발진을 지탱해준 것에 비하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는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외국인 선발진을 구성하였다. 지난 시즌 평균자책점 1위 피어밴드와 다시 계약했으며, 올해 초 두산에서 역대 외국인 최다 승수인 94승을 올렸던 베테랑 선발자원 니퍼트를 전격 영입했다. 당초 니퍼트 대신 염두에 둔 외국인 선발투수가 일본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차선책으로 니퍼트를 영입했지만 그동안의 활약상으로 볼 때 가장 네임밸류가 높은 외국인 선발투수를 영입한 것은 분명하다. 니퍼트의 나이와 구위 저하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잠재하고 있지만 그동안 리그를 호령했던 니퍼트가 최소 10승만 올려줘도 kt 외국인 선발투수의 흑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3. 토종 선발자원

KT 고영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똘똘한 토종 선발자원 구하기는 리그 전 구단이 들고 있는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그러나 kt의 경우 토종 선발 투수난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창단 이후 두 자리 승수를 거둔 토종 선발투수가 전무하다. 그나마 지난 시즌 고영표가 8승을 거두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보낸 박세웅이 올 시즌 12승을 거두면서 리그 정상급 선발투수로 도약한 모습을 보면 더욱 아쉬움이 커질만하다. 지난 시즌 고영표 외에 주권, 정성곤, 류희운 등이 선발 등판의 기회를 부여 받았으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였다.

올 시즌에도 토종 선발진의 활약이 얼마나 업그레이드될지는 변수가 많다. 우선은 지난 시즌 고영표처럼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이닝 소화능력을 키울 수 있는 토종 선발자원을 더 많이 발굴하는 것이 1차 과제이다.

창단 이후 아직까지 5할 승률은커녕 4할 승률도 달성하지 못한 kt가 올 시즌 어느 정도 도약할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kt가 보여준 행보는 이전 대비 훨씬 통 큰 행보였으며, 전력보강도 팀 창단 이래 가장 알차게 진행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초반 연승행진을 달리면서 깜짝 선두에 올랐던 돌풍의 힘을 최소 5월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kt의 올 시즌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kt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탈꼴찌 및 5할 승률 달성에 성공할지 여부도 올 시즌 KBO리그 관심거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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