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의 상징이 되어버린 서포터즈 '붉은 악마'는 수많은 이슈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멋진 구호와 문구들은 하나의 사회적 함의가 되어 많은 이들을 감동하게 했습니다. 그런 그들의 가장 큰 공로는 다름 아닌 시민들에게 광장을 되찾게 해주었다는 것입니다.

광장을 찾았던 붉은 악마, 광장을 버리다

광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런 광장의 힘을 너무 뼈저리게 느낀 MB 정권은 소위 '광장 공포증'에 시달리며 철저하게 광장을 봉쇄하는데 모든 공권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광장을 막기 전까지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광장에 모여 서로의 뜻을 나누곤 했습니다.

국민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권력자들에게 철저하게 막힌 광장은 특정 종교 집단들을 위한 홍보처로 전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들이 이번에는 기업과 월드컵이라는 교집합을 통해 광장 장사에 적극 나섰습니다.

월드컵 응원의 상징이 되었던 광장 응원은 2002년부터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외국에서도 유행이 될 정도로 대한민국의 열정과 힘을 상징하는 핵심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었습니다. 넓은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의 활기찬 모습은 선진국이 되고자 했던 대한민국의 역동성에 가장 부합하며 '다이나믹 대한민국'을 알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죠.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기는 힘들 듯합니다. 과거 방송 3사를 통해 모든 경기를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상황과는 달리 한 방송국의 독점과 기업 위주의 응원 분위기는 하나의 돈벌이로 소비되기만 합니다. 최근 방송국의 입장이 바뀌기는 했지만 다수가 모이는 공간에서 월드컵을 보는 것조차 돈을 내라고 요구하는 방송국의 장사 속은 많은 이들에게 원망과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많은 월드컵 관련 상품과 분위기 메이킹 작업들은 특급 스타들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시작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광장에 모여 거대한 붉은 물결이 뿜어내는 열정과 열기가 필요했습니다. 이미 종교 의식이라도 치르듯 월드컵하면 '광장 응원'이 정석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광장을 하나의 거대한 상품 광고로 사용하려는 기업, 방송국과 권력자들에게 '붉은 악마'는 통쾌한 한 방을 날렸습니다.

피파의 지독한 돈벌이와 방송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만들어낸 독점 방송은 그들에게 돈벌이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뿌리 깊은 안티를 양산하며 골 깊은 불신만을 조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피파 입장에서는 방송 3사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독점을 요구하는 방송국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니 말이지요.

철저하게 돈벌이에 눈이 먼 방송국과 광장을 시장 개인 소유나 권력자의 안마당쯤으로 생각하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광고판에 국민들이 무료로 참여해 그들의 돈벌이에 이용당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런 국민적인 응원과 즐거움을 위해서 서울시가 모든 경비를 지원한 열린 광장이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콘크리트로 막아놓고 수도 물을 흘려보내는 청계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만 아껴도 이런 광장의 즐거움을 많은 이들이 만끽할 수 있었겠지요. 전시행정에는 천문학적인 지원은 할 수 있어도 사회 약자들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는 것도 모자란 상황에서 모든 지원들을 줄이거나 없애가는 그들에게 광장은 그들이 가진 그들만의 앞마당이었습니다.

그런 상징적인 서울광장이 기업체의 거대한 광고판으로 만들어지고, 월드컵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국민들을 이용해 돈벌이로 사용하겠다는 추한 욕심을 '붉은 악마'들은 시원하게 걷어차 주었습니다.

"순수해야 할 응원이 기업 홍보 장으로 전락한 상황이 안타깝다"

붉은악마 측에서 서울광장 응원을 포기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순수함을 왜곡해 자신들만의 사리사욕에만 눈이 먼 그들의 들러리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상업적인 이용이 아닌 순수한 열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그들의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시대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되살아나며 자유의 상징이 되었던 광장이 봉인된 이후 월드컵이라는 호재로 다시 활짝 열리기는 했지만, 그 광장에서 권력자들과 기업인들의 홍보의 장만이 마련되어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거대한 광장을 거부하고 다른 장소에서 순수한 열정을 발산하겠다는 '붉은악마'의 선택을 환영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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