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에 이어 밀양 세종병원의 화재 참사는 너무도 마음이 아픈 사건이다. 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너무 많이 나온 것도 있지만 인재 때문이다. 건물 책임자들의 무책임하고 무대책한 안전의식이 첫 번째 인재였고, 둘째는 언제부턴가 너무도 느슨해진, 안전을 담보할 각종 건축 및 소방 규제의 후퇴를 꼽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우리들에게 참사는 결정적 한 마디들로 기억되고 있다. 가만히 있으라는 그 말만 없었더라면, 경찰과 용역들에게 돌격하라는 명령만 없었더라면 세월호 참사도, 용산 참사도 상황은 다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 제천과 밀양의 화재 참사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 안타까운 희생 앞에 우리는 역시나 소방법만 느슨해지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

28일 오전 경남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에 마련된 밀양 세종병원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헌화·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밀양시 화재에서 그토록 많은 희생자가 나온 원인으로 스프링클러와 재연시설의 미비를 꼽는다. 그처럼 안전 사각지대인 것도 모자라 일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16인실 병실이 존재했다는 것은 이번 화재를 참사로 몬 결정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제천과 밀양, 두 번의 참사를 겪은 우리 사회는 비로소 소방법 강화를 거론하기 시작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다면 국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참사에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

제천과 밀양 화재가 준 커다란 교훈은 재연시설의 중요성이다. 두 곳 모두에서 불길이 아니라 연기로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어야만 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드라이비트 허용이라는 무서운 무책임 행정이 도사리고 있다. 또한, 6층 미만의 건물에 스프링클러, 배연 설비 등 안전 규제가 사라진 것이야말로 진정한 참사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이 법을 개정하고 정비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이미 완성된 모든 건물에 적용할 수 없단 점이다. 따라서 화재와 재난에 대해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은 소방청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들의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한 소방대원 증원은 이제 절대로 외면할 수 없는 지상과제가 됐다.

야당들이 소방공무원 증원을 막고자 내뱉은 막말들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 “불은 자주 나지 않는다” “노는 공무원 왜 늘리냐” 등의 야당 국회의원들의 말들은 마치 저주처럼 우리 사회에 재난을 불러온 듯 불길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에게 화재 원인 등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밀양 재난 현장에도 정치인들의 발걸음들이 분주했다. 그러나 홍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와 원내대표는 모두 시민들로부터 거친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시민들은 “불난 집에 와서 무슨 정치보복 그런 이야기를 해요” “소방법 반대하더니 왜 왔냐”고 정치인들에게 따가운 일침을 놓았다. 그 말이 불편했겠지만 그래도 “민주당 애들이 여기도 있네”라는 말은 제1야당 대표 아니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하지 말았어야 했다. 슬픔에 빠져 누구라도 원망할 수밖에 없는 시민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은 제천에 이어 밀양에도 재난 현장을 찾아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자격 없는 말들로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야당이니 당연히 정부 비난을 하겠지만 적어도 재난 현장만은 피했어야 했다. 슬픔의 현장에서는 슬퍼하고, 슬퍼할 공감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침묵하는 것이 정치공세보다는 더 인간적이다. 정치인으로서 참사 앞에서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 누가 있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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