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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정치학'내로남불'만 들먹이는 기성정치… 이익 위해 안전 희생하는 본질 직시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1.29 08:00

2014년 4월 이후, ‘참사’를 말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그러나 참사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기에, 그것을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난해 말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지난 26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역시 사회구조적 문제와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2014년의 비극을 다시 떠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세월호 이후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대한민국을 다시금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렇다. 여전헤 세월호 침몰의 진실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영역에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체제가 생산한 어떤 탐욕을 향한 효율성의 신화가 만든 참사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제천과 밀양의 비극도 그렇다. 드라이비트 공법, 필로티 구조, 이용이 불가능했던 비상구, 스프링클러 미설치, 방화문의 불능화, 과도하게 밀집된 병상 등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안전을 희생한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참사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단지 정쟁을 멈추고 수습에 진력하자는 말은 그래서 공허하다. 참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세계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제를 눈앞에 놓고 현실 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참사에 개입하고 있느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 정치권이 벌이는 입씨름은 재발의 방지가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을 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 참사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 문화체육회관을 방문,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고약한 것은 보수언론을 포함한 보수세력 일반의 목소리다. 이들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최근 연이어 일어난 사고와 세월호 참사는 다를 것이 없다”이다. 앞서도 언급했듯 이 명제는 어떤 관점에서는 참이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은 효율을 위해 안전을 희생하는 구조의 변화를 촉구하는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들이 하고 싶은 말은, 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은 세월호 참사를 이유로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고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자신들이 정권을 잡은 지금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거다. 그 이유는 사실 과거 야당이었던 현 정권이 세월호 참사를 ‘진정성’을 갖고 대했다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런 주장의 행간에 드러나는 결론이다. 이는 ‘내로남불’과 ‘이중잣대’의 배후에 사적이득의 추구가 존재한다는 냉소적 주장의 전형적인 형태를 띤다. 꼭 세월호 참사를 들먹인 것이 아니더라도 자유한국당 소속 인사들이 사고 현장을 찾아 내놓은 주장은 대개 이런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주장을 다루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너는 뭐가 다르냐”고 하는 것인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직전 이곳 행정의 최고책임자가 누구였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한 점이나 우원식 원내대표가 “화재 예방에 꼭 필요한 경남지사를 뽑지도 못하게 꼼수 사퇴한 게 누군가”라고 한 사실 등을 보면 그렇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어떤 심정이나 ‘구전논리’ 대응 등을 위한 발언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정치의 이런 대응이 근본적 차원의 대책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아닌 건 분명하다.

단적으로 말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상적인 방식으로 사퇴하고 후임 경남도지사를 선출하도록 했더라도 이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당선된 경남도지사가 여당 소속이었더라도 마찬가지다. “다 똑같다”는 말을 하자는 게 아니다. 누가 도지사이든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언제든 내포돼있었다는 게 우리가 직면해야 할 진정한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수세력의 ‘내로남불’ 논변을 깨려면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상황을 다시 복기해봐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들이 특검 도입 및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를 요구한 것은,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근본적 차원에서 세우자는 너무나도 당연한 요구를 박근혜 정권과 그 하수인들이 매우 불성실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정권의 책임은 그 사건을 막지 못한 것에 있다기 보다는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사건의 내용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동시에 정치공작을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파렴치범으로 몰아간 것에 있다. ‘7시간의 진실’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어떤 음모의 일면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이 온 힘을 다해 그 내용을 감추려한 것에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7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현장을 찾아 소방관계자에게 화재 원인 등에 대해 보고받은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박근혜 정권의 책임을 특별히 물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이다. 때문에 단지 ‘참사’라는 공통점만을 그대로 가져와 ‘내로남불’을 묻는 것은 정치를 희화화하는 일이며 공동체의 발전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외면하면서 서로에게 ‘내로남불’만 묻는 정치 문법은 이제 폐기돼야 하고 이런 일에 언론이 먼저 앞장서야 한다.

동시에 같은 물음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할 필요도 있다. 최근 논란이 된 한 장의 사진 또는 하나의 동영상이 그렇다. 어떤 사람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사진이 인쇄된 현수막을 들고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우리가 갖고 있는 건전한 상식으로는 어떤 기준으로든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그저 ‘문빠 불매선언’을 위한 수단으로 소비하고 마는 것은 사태의 핵심에 다가서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것보다는 이 사람의 세계관을 파악하는 게 먼저이다. 요약하면 이런 얘기일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불량품’들이 운영한 정권에서 일어난 ‘예외적’ 사건이고 희생자들은 권력의 비정상성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다. 즉, 정상적 권력이 정권을 운영하였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이 사람에게 있어서 ‘진정성’을 갖춘 문재인 정권과 그것을 지지하는 자기 자신, 그리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은 정상적 체제의 요소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런 인식 속에서 이들이 ‘같은 편’이라는 것은 필연이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과 생일 케이크가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장면에서 스스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및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 나온 다수가 가진 세계관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어야 한 이유는 그가 기괴한 행위를 했거나, 주술에 빠졌거나, 지적 능력이 모자란 어떤 ‘불량품’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이 투표를 통해 위임한 권력을 사사로이 개인에게 위임하고, 이 개인이 사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나라를 쥐락펴락 하도록 방치했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을 통해 “피청구인의 위헌 위법행위는 대의민주제 원리와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한 것”이라며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한 게 이걸 말하는 거다. 그러나 촛불시위에 참가한 다수의 생각은 당시 드러난 여러 구호나 발언 등의 내용을 볼 때 그렇든지 저렇든지 이유를 불문하고 ‘불량품’의 퇴출을 기대하고 주장하였던 것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을 되돌아봐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권력이 정상이든 비정상이든 참사는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앞의 구도에서 권력의 정상성 여부는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에 다다르기 위해 정치가 어떤 노력을 하도록 할 것이냐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계속 강조하듯이 여기서 재발방지는 오직 정치가 참사의 근본 원인인 효율적 이윤 추구를 위해 안전의 포기를 강요하는 체제와 직접 대면해야 실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중이 불량품의 감별 권한이 아니라 세계의 통제 수단을 획득하는 대안적 정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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