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아이돌이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이승기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따라가고자 하는 하나의 완벽한 롤모델입니다. 분명 가요, 예능, 드라마의 세 가지 다른 분야를 재패했다는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칭호나 국민 황제라는 거창한 별명은 여전히 젊디젊은 한 청년에게는 과분하고 부담스러운 장식이긴 합니다. 하지만, 손을 대는 곳곳마다 확실한 성과를 이루고 여전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분명 가수로 출발해 활동분야를 점차 넓히고자하는 다른 남자 아이돌들에게는 라이벌로서 넘어서고자 하는, 그리고 제2의 이승기를 노리려는 가장 바람직한 모범답안이에요.

그러기에 이미 제2의 이승기가 되고자 하는 여러 후발주자들이 난립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패떴 시즌1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드라마 진출을 준비 중인 빅뱅의 대성, 패떴2의 완성도가 아쉽기는 하지만 신데렐라 언니에서의 준수한 모습으로 그 가능성을 내비친 2PM의 새로운 에이스 옥택연도 이승기의 길을 밟고 있는 후보자들이죠. 그리고 오랜만에 좋은 카드를 거머쥔 일밤의 새로운 코너, 뜨거운 형제들에서도 제2의 이승기를 꿈꾸는 새로운 유망주가 등장했습니다. 신생 그룹에서 서서히 정상으로의 길을 밟고 있는 그룹 비스트의 멤버이자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연기 경력을 시작한 청년, 이기광이 그 주인공이죠.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곳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은 뜨거운 형제들에서 실제로 이기광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역시 웃음의 포인트는 상황극의 지배자 박명수와 오랜만에 어울리는 무대를 만난 탁재훈, 그리고 출연진중 유일하게 꼬여있는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김구라가 잡고 있어요. 제작진이 이기광에게 기대했던 것은 보다 높은 여성 연령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상진과 마찬가지로의 얼굴마담의 역할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면모를 보여주면서 프로그램에 활력과 기대감을 심어주는 의외성이었겠죠.

그런데 시작한지 별로 안 되는 이 신생 프로그램에서 이기광은 이런 낮은 기대감을 충족하고도 남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적절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말이죠. 예능 초보로서 독하디 독한 형들에게 휘둘리는 모습으로 확실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자신의 긍정적인 캐릭터 역시 차곡차곡 쌓아가는 굳건한 모습이에요. 착하고 순진한, 하지만 늘 고분고분하지만은 않은. 그렇게 적절하게 올바른 청년의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아이돌이 망가지면서 웃음을 줄 수 있는 포인트를 만들어가고 있거든요.

아바타 미팅에서 부끄러워하면서도 박명수의 억지 지시를 위트있게 따라하고, 막장이 넘실거리는 상황극 속에서도 나름의 고집과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던 다른 형들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고 그의 수더분하지만 만만하지만은 않은 동생이라는 장점이 출연진들과 겹치지도 않죠. 충분히 매력적이고 정이 가는 인간적인 매력을 부각시키면서도 독한 웃음의 포인트는 형들이 알아서 해결해주기에 그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이기광에게 뜨거운 형제들은 다소 빡빡하고 불친절한 환경이지만 제2의 이승기로의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예능 적응과 인지도 확산을 위해 확실히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이 가득한 보물창고인 셈이에요.

물론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한 이야기입니다. 뜨거운 형제들 출연자들 스스로도 토로하는 것처럼 이승기의 강호동처럼 누가 확실하게 키워주고 가르쳐주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고, 일밤의 회생 역시도 여전히 미지수이죠. 그룹 비스트의 일원으로 행동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 연기자로서의 도전 역시도 두고 봐야할 일이죠. 이승기는커녕 대성이나 옥택연 같은 다른 경쟁자들 앞에서도 명함조차 내밀기 조심스러운, 이제 막 출발점에 들어선 것이 냉정한 현실이에요. 하지만 누나만을 외치며 X맨에서 어수룩한 모습을 보여주던 이승기가 지금의 황제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처럼 이기광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역시도 모를 일이에요. 게다가 그의 성장에는 그 자신은 물론이고 한창 상승세에 있는 그룹 비스트의 성공, 그리고 전통의 명가 일밤의 부흥까지 걸려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진진한 관전거리입니다. 이렇게 재능 있는 청년들이 늘어간다는 것은 아이돌 전성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멋진 선물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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