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가계통신비 인하'가 이동통신 3사의 반대에 막혀 난항을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이통3사, 관련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가계통신비 정책협의체까지 구성했지만, 이통3사의 '묻지마 반대'는 여전하다. 미디어스는 정책협의체에 시민사회 측 대표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는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을 만났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연합뉴스)

Q. 가계통신비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국민의 실생활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문제라 관심이 높다

우리 국민이 사용하는 이동통신 데이터 양이 평균 6GB가 넘는다. 무제한 요금제를 빼도 평균 2GB다. 계속해서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동영상, 이미지를 많이 보는 시대이고, 정보나 자료까지도 SNS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통한 데이터 이용량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통신 서비스의 성격이 날로 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생활에서 통신은 이제 의사소통 필수품을 넘어 생활필수품, 노동필수품, 안전필수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들의 통신 기본권을 더욱 더 확보해야 하고,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도 더욱 제고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에, 이동통신 3사가 이를 악용한 독과점 상태에서 사실상 가격 담합을 하고 폭리를 취하고 여러 횡포를 부리고 있으니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Q. 가계통신비 정책협의체에 시민사회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논의 진행 상황은 어떤가?

이통3사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동안 관료와 언론을 대부분 장악하고, 특히 SK텔레콤(이하 SKT) 중심으로 독점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공약도 하고 압박을 해도 그것을 각종 해괴망측한 논리로 피해나가고, 모든 통신비 인하에 반대만 하고 있는 것에 큰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통신비 인하를 위해서 만들어진 가계통신비 정책협의체에서도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년 가까이 통신비 운동을 해왔는데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말이 절로 나오고 있다.

정책협의체에서 오간 논의를 자세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통3사가 보편요금제 도입, 기본요금의 순차적 폐지 등의 통신비 인하 방안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는 말은 하겠다. 그나마 LG유플러스의 경우 최근 몇 가지 통신비 인하 방안을 내놓기도 하고 실행도 하고 있는데, SKT와 KT는 오로지 통신비 인하 반대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저소득 노인세대를 대상으로 1만1000원을 할인하는 것에도 SKT가 반대해서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의 어르신들이 총궐기해서 SKT를 규탄해도 모자랄 판이다. 정말 어르신들이, 자식들과 함께 손을 잡고 문재인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을 거부하는 SKT 앞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국민에게는 보편적인 통신비 인하 조치를 취해주고, 저소득 노인세대들에게라도 선제적으로 요금 인하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자는 것이다.

Q. 현재 통신 요금제에 어떤 문제가 있나?

일단 데이터 전용 요금제가 나오면서 기본요금이 좀 불분명해진 측면이 있다.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는 요금구조를 공개하지 않고 원가도 공개하지 않는데 기본료, 기본 서비스 제공량, 제공량을 초과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추가요금구간이란 3부 요금제를 적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편요금제 도입도 도입이지만, 기본요금이 폐지돼야 하는 이유다. 전격적으로 폐지하면 매출액 감소가 너무 클 수가 있다고 해서 순차적인 폐지도 가능하다고 했음에도 통신재벌 3사들은 통신요금 원가공개도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의 소송에 대해 항소심 법원까지 원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지만, 통신요금 설계구조도 공개를 거부하고 있고, 한사코 기본요금 인하도, 보편요금제 도입도 반대만 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요금제를 사실상 담합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이통3사가 데이터 무제한 구간의 요금제가 똑같다. 데이터전용 최저가요금제도 3만2890원(SKT 3만2900원)으로 비슷하고, 300MB 데이터 주는 것도 같다. 무제한 요금제에서 하루에 얼마 제공하고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까지 똑같다. 부가세를 뺀 상태에서 문자 요금 20원, 음성통화 1초당 1.8원, 심지어 데이터 요금은 0.5KB당 0.275원으로 소수점 3자리까지 똑같다. 작년 5월 18일 참여연대에서 공정위원회에 담합 신고까지 해놨다. 지금 공정위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반드시 이 고질적인 담합과 폭리 문제를 반드시 개혁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5월 18일 KT광화문 사옥 앞에서 통신요금 담합 행위 공정위 신고에 앞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참여연대 회원들. (사진=참여연대 제공)

Q. 그런데 이통3사가 주장하는 통신비 인하 반대하는 이유가 경제지를 매개로 퍼져나가고 있다. 먼저 반대 이유로 자신들은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든다

통신사업 생태계는 3개사만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독점적 이득이 보장되는 자연독과점 상태다. 그 과정에서 사실상의 담합을 벌이고 폭리를 취하며 가격경쟁도 없다. 특히 전파라는 공공재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

이통3사는 과거에는 정부에 소속된 기관, 공기업이었다. KT는 과거 전화국이다. 국민세금으로 인프라를 깔았다. SKT는 KT의 자회사였던 공기업 한국이동통신을 SK가 특혜불하 받은 거다. LG유플러스도 체신부가 수립한 데이터통신 육성추진계획으로 설립된 한국데이터통신이 모체다. 민간 기업 논리를 펼칠 거면 제4, 5 이동통신사 모두 허용해고 3개사의 독점적 지위를 포기해야 맞는 거다.

Q. 이통3사는 망 설치비용의 회수를 이유로 들기도 하는데

엄청난 과장이다. LG유플러스는 흑자전환이 된 지 얼마 안 됐으니 그렇다 쳐도, SKT와 KT는 이미 본전을 뽑고도 엄청난 누적 이익을 쌓아 왔다. 모든 통신비 인하 정책을 주도적으로 반대하는 SKT의 경우를 보면 매년 1.5~2조 원을 번다. 대한민국에 영업이익이 1조 원이 넘는 기업은 30여 개밖에 없다. SKT는 그렇게 해마다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그렇게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과정에서도 재벌특혜, 정부 지원, 결정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도움을 수 없이 받았다. 이통 3사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리고 있고 시장지배적 사업자고, 각종 로비로 한국통신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게 SKT다. SKT가 선도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통신비가 내려간다. 물론 SKT가 통신서비스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크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들의 성원에, 국민들의 통신비 고통과 부담 완화라는 사회적 책임으로 부응해야 할 때다.

Q. 요금인가제 때문에 제대로 가격경쟁을 하지 못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마치 경제지 기사들을 보면 이통3사는 요금경쟁하고 싶은데 인가제 때문에 안 된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기통신사업법 인가제 조항을 보면 "단, 요금 인하 할 때는 신고만으로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인가 안 받아도 된다. 이통3사가 다 같이 '탐욕 상태'에 빠져있는 거다. 독과점과 담합, 폭리를 숨기기 위해 일부 경제지와 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SKT가 통신요금의 전체적 인하, 보편요금제 도입, 기본료 인하, 데이터요금제 구간 하향 조정 등을 시행하면 나머지 2개사도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Q. 5G, 4차 산업혁명에 투자해야 한다는 이유도 댄다

5G는 망을 새로 까는 게 아니다. 4G가 LTE 기반인데 5G도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업데이트'의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5G 구축하는 데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3G 구축이나 LTE 구축하는 것처럼 광케이블 다 깔고 설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도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통3사들이 통신비 인하 불가 이유로 늘 드는 건데, 4차 산업혁명은 이통3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지 않나. 이통3사가 제공하는 저렴한 통신서비스와 공정한 정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네트워크 사업, 스타트업 기업들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 꽃을 피우는 거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때문에라도 통신서비스가 저렴하게 공공성 있게 보장돼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에는 아예 "전기통신서비스는 공정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의무적 조항으로 적시돼 있다.

Q. 이통3사가 통신비 인하에 반대하는 이유가 궁색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경제지, IT지를 중심으로 이러한 논리들이 기사화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제 생각에는 이통3사 광고를 너무 많이 받으신 것 같다. 특히 어떤 매체들은 너무 노골적으로 SKT 편을 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하나은행의 광고비 로비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이 광고를 하고 로비를 하고 다니는 것이 SKT다. 실제로 SKT 비난 기사는 많이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미디어스가 늘 지적해오던 문제 아닌가.

SKT는 로비도 심하게 한다. 국회에 가보면 SKT 대관업무 담당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도 있다. SKT는 대관 업무만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룹을 지어 다니면서 로비를 하고 다닌다고 국회 쪽에서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었다. 광고 때문에 SKT 눈치 봐야 하는 매체들도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Q. 경제지들이 통신비 찬성 입장에 대한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긴가

아예 오지 않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오지 않고 막 써버린다. 특히 일부 경제지와 IT전문지가 심하다. 기자들이 SKT 기자실에 상주하면서 SKT 입장에 유리한 것만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했으면 한다. 물론 그런 것을 일선 기자들보다는 회사의 데스크나 경영진이 부당하게 개입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그래서 SKT 앞에서 여러 번 기자회견도 하고 1인 시위도 수십번 했다. 그러다보니 SKT가 참여연대와 참여연대 사무처장 안진걸을 매우 싫어한다고 소문까지 났다.

Q. 생각하는 통신비 인하 방향성은 뭔가

국민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통3사의 영업이익과 ARFU도 최근 다시 늘었다는 통계다. 이통 3사들이 작년 4/4분기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발표도 했다. 따라서 반드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고, 기본료 폐지도 순차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어렵다면 데이터를 충분히 쓸 수 있는 구간대가 현재 6만 원대에서부터 시작하는 요금제인데, 이거라도 5만 원대로 낮춰야 한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어쩔 수 없이 데이터 사용을 위해 고가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9~10만 원대 요금제도 7~8만 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그렇게 전체적으로 통신비가 대폭 인하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이통3사들이 국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성장한 재벌기업인만큼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 한다. 인하 여력이 충분한 것은 각사의 영업이익 등을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동안 누적된 이익과 사내유보금 등을 보라. 6000만 가입자가 넘어서 충분히 박리다매에,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해서 앞으로도 매우 안정적인 수익 구조이다. 특히 통신시장은 이통3사가 국가의 허가를 받아 5대3대2 시장점유율로 수십년간 가장 중요한 가격 경쟁도 거의 없이 손쉽게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 더 얘기하자면, 700만이 넘게 가입돼 있는 알뜰폰(알뜰통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알뜰폰이 생존하고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알뜰폰에 대한 이통3사의 망 도매대가 대폭인하, 알뜰폰 영역을 침탈하고 있는 이통3사 자회사 철수 등의 조치도 꼭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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