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형제가 쌀집아저씨 체제로 바뀐 일요일 일요일밤에(아래 일밤)에서 전에 없었던 뜨거운 반응을 계속 끌어내고 있다. 게다가 멧돼지로 골머리를 썩인 헌터스, 역시나 공익을 내세웠지만 싱겁기만 했던 에코 하우스로 이어지는 부진을 끊고 나온 것이라 거짓말 같은 결과다. 물론 아직 초반이라 지금의 기세를 계속 끌어갈 수 있느냐의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제작진의 문제이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왕 보는 일밤의 진일보가 반갑기만 하다.

아바타 소개팅으로 대박을 친 뜨거운 형제들은 타이틀에 걸맞은 형제로서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서로를 알자며 상황극을 준비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본성대로 행동하게 되는데, 그것을 통해서 방송이나 일상에서 알 수 없었던 멤버들의 진정한 모습을 알자는 취지였다. 그것을 캐치하기 위해 심리행동전문가도 초빙해 자리를 함께 했다.

▲ 상황극에서 가장 큰 웃음은 사이먼디가 만들었다. 이 장면이 왜 웃긴지는 방송을 직접 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 잠깐의 상황극 게다가 웃음을 담보해야 할 상황대처가 진정한 심리적 표출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문가까지 대동해 진지함을 가장하는 설정 자체가 상황극이었다. 일반적인 예능의 오프닝같이 시작된 뜨거운 형제들 두 번째 아이템 상황극 '네 형제를 알라'는 박명수와 쌈디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아바타 소개팅에서 단연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박휘순은 의외로 통편집의 굴욕을 당했지만 모니터 상황실로 돌아와서는 자신을 나무라는 박명수에게 "3년 안에 형 이길 거에요"라며 뜬금없는 말 한 마디로 폭소를 끌어내 그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게 했다.

한편 상황극에는 뜨거운 형제들 제작진의 보이지 않는 배려와 고민이 담겨 있었다. 시청자 눈도 그렇거니와 카메라의 방향도 우선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뜨거운 형제들 예능고수 3인방 외의 멤버들에게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게 굳어진다면 뜨거운 형제들은 결국 실패를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황극 속에서 모두에게 자기를 드러낼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아바타 소개팅도 그런 내적인 배려가 있었지만 이런 배려의 배경은 또 있다. 간담회에서도 유재석, 강호동의 강력한 중심역할에 대한 요구가 당연한 것처럼 질문이 나왔듯이 뜨거운 형제들은 명확한 구심점이 없다. 잠정적으로 박명수가 원톱의 위치에 서고 탁재훈, 김구라가 외곽의 회전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상황극 오프닝에서도 위치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3인방 외의 아우들의 치고 빠질 기회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이승기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애완돌 비스트 이기광, 김구라 식 막말 평가로는 MC몽보다 낫다는 사이먼디 그리고 아직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한 한상진과 노유민 등등 나머지 멤버들은 뜨거운 형제들의 메인보다는 보조적 역할로 진용을 짤 수 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로 비주얼 담당에나 머물 것 같았던 한상진과 이기광의 예능 욕심과 의욕이 의외로 뜨거웠다. 이들의 변화와 발전이 앞으로 뜨거운 형제들을 지켜보는 흥미로운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상황극에서 예상 밖의 활약으로 웃음을 터뜨린 사이먼디의 경우도 아직은 MC몽에 비견할 만한 예능재목의 자질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 뜨거운 형제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개팅이나 상황극같은 것들만 할 수는 없다. 분명 초반 기세를 잘 타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지금까지의 포맷은 각개전투의 양상일뿐 8명 멤버들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뜨거운 형제들은 어떤 시점에서 전체가 어우러지는 코너로의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역시나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 3인방의 역할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이 3인방의 모습을 봐서는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 싶다. 박명수, 탁재훈의 애드리브 대결에 은근슬쩍 초보들도 끼어주고 김구라가 적절한 선에서 자르는 등 서서히 이들의 합이 맞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폭소 저격수 탁재훈의 분발이 눈에 띈다. 뜨거운 형제들의 미래가 이들의 합에 달린 만큼 희망을 걸어본다.

사실 외관상 이들의 합은 맞지 않는 불협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불협화가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고 예능초보인 아우들이 끼어들 여지를 만들어주는 역설의 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뜨거운 형제들이 아주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일요일 예능의 부활을 이뤄낼 것 같은 흥분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슬럼프의 끝에 선 것인지 입이 풀려가는 탁재훈의 활약도 다시금 기대할 수 있겠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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