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기 쪽 뺀 단비가 참 많이 달라졌다. 세계 최대 빈국 라오스에서도 가난한 마을로 꼽히는 반눈마을을 찾은 단비팀의 첫 번째 미션은 갈증보다도 우선하는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물 팔 때보다 더 심각하고 우울한 일이겠지만 단비팀은 반눈마을의 현실에 몰입하지 않고 희망을 향했다. 그렇다보니 오리를 사러간 시장도, 사육장을 만들고 오리를 풀어놓을 때 그리고 식사 상황까지 예능에 충실했다.

내부 회의를 통해 작지 않은 연못을 가진 반눈마을 주민들이 손쉽게 키울 수 있는 오리 사육장을 조성하기로 하고 단비팀은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외국사람이 우리가 먹는 번데기를 보고도 같은 심정이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라오스의 노점 식품 쥐와 박쥐를 먹게 되는데 이때부터 단비천사 윤소이의 굴욕이 시작됐다.

시식자를 고르기 위한 다수 묵찌빠는 눈치 보기와 배신이 점철된 단비만의 복불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쨌든 이 과정에서 여배우답지 않은 털털한 웃음을 가진 윤소이는 결국 용만의 억지로 박쥐를 시식하게 됐다. 방송이라 어쩔 수 없이 먹게 됐겠지만 과장도 없이 덤덤한 모습을 보여서 호감을 샀다. 그러나 그것은 윤소이가 겪게 될 일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윤소이는 아주 열심히 오리사육장 짓는 일을 했는데, 웃는 모습이 털털한 탓에 정형돈, 김용만에게 코 먹는 여배우라고 놀림을 받게 됐고 일을 마치고도 그 웃음은 그치지 않아 저녁식사 때 제작진이 금지한 개인 음식을 압수할 때는 코 먹는다고 그것까지 압수하겠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먹을 것이 걸린 게임에서는 허섭형제에게 화장발 천사라는 놀림까지 받아 윤소이는 라오스 편의 웃음천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렇듯 눈물의 코드로 활용됐던 단비천사들도 적극적으로 웃음에 동참해서 어느 때보다 개운하고 즐거운 단비 미션이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밝은 웃음처럼 반눈마을에도 오리 4백마리로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비의 미션은 또 하나의 선행을 완성했다. 제작비는 모두 단비팀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지만 오리를 사거나 우물을 파는 비용들은 모두 시청자들이 십시일반 기부하는 단비방울(이 블로그 오른쪽 위젯)로 마련된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눈물기 뺀 단비에 의외의 일이 또 벌어졌다. 처음부터 단비의 라오스 행에는 두 개의 미션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반눈마을의 굶주림을 해결하는 일이었고 나머지 하나를 확인하는데 갑자기 웃음이 빵 터졌다. 두 번째 미션가방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단비우물 4호 팻말이었다. 그것을 본 비스트 윤두준은 아주 크게 웃었는데 그만큼 단비팀이나 시청자 모두 완전 달라진 단비 분위기에 몰입해 우물을 깜빡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도 가난해서 트럭조차 들어오지 못해 멀리서부터 오리를 몰고 오는 모습은 의외의 장관이었다. 패트릭 스웨이지가 주연해 감동을 주었던 시티 오브 조이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단비의 상징 우물파기가 남아 있었고 사실 당연한 일인데도 팻말만 보고도 웃음이 났다. 세상에 아주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일부로 울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눈물이 나쁜 것은 결코 아니다. 눈물과 웃음은 사람에게 주는 정화의 기능이 존재한다. 그러나 역시나 눈물보다는 웃음을 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편집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웃음 때문이었는지 단비의 라오스 일정은 2부 분량을 넘겨서 다음 주까지 조금 더 이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단비천사 신세경과 함께 동 티모르 일정으로 넘어갈 예정이다. 이제 달라진 단비니만큼 동 티모르에서 허섭형제와 자막남매에 휘둘려 청순천사 신세경이 또 어떻게 웃음의 코드를 만들어낼 지 기대가 된다. 그리고 약간의 눈물은 덤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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