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포함해, 대부분의 스포츠 중계방송에서 해설자의 역할은 상당합니다.
그림이나 자막으로도 중계방송에는 차별화가 가능하겠지만... 역시 시청자들에게 뭐라뭐라 해도 가장 큰 판단 기준은 "해설자",
특히나 월드컵처럼 방송 3사가 똑같은 그림으로 중계를 하는 경우는 "입"의 차이가 곧 시청률 차이의 가장 큰 요인이 된다는 거.

그 월드컵 해설자라는 자리를 두고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6년 반 동안 몸담았던 수원 삼성에서 마지막 경기를 펼치는, 수원의 차범근 감독이 주인공이죠.

K리그 소속구단의 감독으로 축구해설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던 2006년에 비하면 오히려 한결 마음이 편해졌을 처지가 된 차감독,

감독직을 떠나는 그를 향해 수원의 공식서포터즈 그랑블루는 애증을 넘어선 감사를 표시합니다.
K리그 우승으로 얻은 2개별을 포함해 8번의 우승을 감사하며, 신문에 감사의 뜻을 담은 광고를 게재했다고 하는데요.

1998년,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며 천국과 지옥을 맛본 뒤 국가대표팀과 인연을 끊었던 차감독.
승부조작설 발언 등으로 5년간 자격정지를 받고 중국 프로축구에 머물던 차감독은 2000년 사면된 뒤, 2001년 M본부와 연을 맺기 시작,
2002 월드컵에서 말 그대로 MBC 월드컵 중계를 1등으로 이끈 주역이 되면서 다시금 국가 대표팀과의 인연도 이어갑니다.

2002년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첫 경기 폴란드전에서 시청률 32.8%를 기록한 MBC, -SBS는 25%수준, KBS는 16%에도 못 미쳤죠.-
그 1등 공신은 차범근의 해설이었고, 이 인기는 독일과의 4강전에 이르러, 시청률 37%란 경이적 기록까지 이르게 됩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도 이어진 차범근 감독과 MBC의 인연,
결국 토코와의 첫 경기에서 MBC는 방송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률 30%를 넘겼습니다.
-MBC는 30.9%, KBS는 24.2%, SBS는 15.9%로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특히 SBS와 MBC의 차이는 거의 2배였다는 거죠.-
당시에는 모든 방송이 스타급 해설자 영입으로 맞대결을 펼쳤기에 더욱 차범근 감독의 가치는 빛이 났습니다.
-MBC는 차범근-차두리 부자, KBS는 이용수 해설위원에 2002년의 스타 유상철을, SBS는 신문선 위원에 황선홍 감독을 영입했다는 거.-

특히나, SBS의 경우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을 겁니다.
1998년 월드컵 MBC 중계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던 신문선과 송재익 캐스터를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과감하게 영입했으나 결국 실패,
그 이후 2006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차범근 감독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소문이 돌았죠.
결국 영입 실패로 돌아가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당시에 MBC 해설이 확정된 차범근-차두리 부자를 두고 비난기사가 이어졌다는..
스포츠 뉴스에서 <시련의 부자>라는 꼭지를 통해, 감독과 선수로서 차-차 부자를 공격, 경쟁사인 MBC 흠집내기란 의혹까지 불러왔습니다.

M본부의 승리를 이끌고, 다른 방송사들에게 엄청난 구애와 또 질투의 대상이 된 차범근 감독, 아니 해설위원 차범근.
어떤 강점이 그토록 그를 월드컵 시청률 승리의 보증승표로 만들어주고 있을까요?

무엇보다, 차범근 감독의 해설은 차분하면서도 치밀하고, 또 알기 쉬운 어법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무대에서 오랜 시절 활약한 연륜을 보이며 세계 축구를 선도하는 유럽스타일을 잘 분석한다는 장점도 있죠.
정확한 상황분석은 특히 타사에 비해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는 거.
이런 장점들이 어우러지며 어느덧 월드컵 중계방송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차범근 감독의 해설, 아무래도 탐을 낼만 합니다.

어찌됐던, 다른 여타의 이유들보다 MBC가 지난 2002-2006월드컵에서 1등을 했던 건 차범근 해설의 파워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거.
다른 여타의 강점들도 있었겠지만..-뭐, M본부의 2006월드컵은 "오늘 축구는 죽었다", 같은 명언도 있었죠.-
차감독의 위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점에 대해선 아마 큰 이견이 없을 겁니다.

ⓒMBC
SBS의 경우, 특히나 3사가 같이 중계할 때마다, 주로 3등을 차지했기에 단독중계를 과감하게 결정했을 터.
이번 월드컵을 단독중계를 하면서, 확실한 승리를 위해, 또 비난의 대상이 된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불만이 많다는 점에 대해,
확실한 선택, 분명한 중계방송의 승리를 위해선, SBS에게 차범근 감독은 최상의 선택이자, 필요충분조건이란 겁니다.

아직까지 논란은 남았지만, 차범근 감독의 SBS해설은 거의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인데요.
심지어 2014 브라질 월드컵 해설위원 우선협상권까지 약속하며 고액이 오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선 결코 해설을 하지 않겠다던 감독직 사퇴 당시의 발언에 대한 번복이자, 무언가 석연치 않은 계약이 느껴지는 분위기...

뭐, 아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진 않았다는 이야기, 또 한편으론 논의가 남았다는 여론도 있으나..
아마도 이번 월드컵 SBS를 보며 차범근 감독의 해설을 들을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러다 김성주 아나운서까지 영입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차범근 감독의 선택이 우선입니다만...
월드컵 계약에 이어 또다시 뭔가 뒤숭숭한 계약이야기가 이어지니, 좀 그렇단 생각도 듭니다.

어째, 이번 월드컵은 중계방송을 두고 왜 이리 이런 논란의 대상이 많은 걸까요?
또 한편으로는 차범근 감독의 결정에 서운함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건 또 왜 그런지...

어찌됐던, 여러 논란 속에 이제 월드컵은 코앞까지 왔습니다. 2010남아공 월드컵이 말이죠.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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