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코피, 멈추지 않는 그 코피는 강두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재영은 오빠 강두 피검사를 하지만 상태가 좋지 않다. 문수는 강두 옷장에서 첫사랑이었고 자신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 성재의 휴대폰을 찾게 된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지독한 공포는 문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스스로 만든 감옥;
사는 것이 헤어짐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헤어짐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상처 받은 사람들. 그들이 만나 사랑한다. 서로의 상처를 내보이지 못하고 힘들기만 한 이들은 충돌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문수는 엄마와 싸웠다. 10년이 지났지만 그래도 힘들고 어렵다. 그 지독한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내면의 상처와 항상 부딪칠 수밖에 없다.

하얗게 내린 눈길. 먼저 문수가 걷기를 바라는 강두. 그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보다 강렬해지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소미가 강두가 왜 좋으냐는 질문에 싫은 게 없다고 표현하는 문수는 그렇게 사랑에 빠졌다. 어렵게 만난 만큼 그들의 사랑은 단단하게 이어졌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주원은 유진과 하룻밤을 보냈다. 원하지 않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유진은 그렇게 낯선 남자 앞에서 주원을 생각했다. 너무 사랑해서 오히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이 된 남자. 그와 함께 보낸 하룻밤이 그들의 앞날을 바꿀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묘한 변화를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문수가 며칠 전 버스 정류장에서 아는 사람 같다던 아주머니는 바로 쇼핑몰 붕괴 사고에서 사망한 성재의 어머니였다. 동생 연수 때문에 성재를 만날 수 없었던 문수는 약속 장소를 쇼핑몰로 옮겼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나기로 한 문수와 성재는 만나기 직전 쇼핑몰이 붕괴되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영원히 성장할 수 없게 된 성재. 추모비를 준비하는 문수는 희생자 중 하나인 성재 가족을 찾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더는 미룰 수 없었던 문수는 그렇게 그의 집을 찾지만 성재 어머니는 마치 아들이 살아있는 듯 행동했다. 그게 이상했다. 죽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어머니는 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일까?

성재는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은 희생자다. 강두가 지독한 고통에 시달리는 것은 성재가 악몽으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매번 환청이 들릴 정도로 강두는 성재 악몽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부상 후유증으로 간이 크게 손상된 상태에서도 강두는 간에 안 좋은 진통제를 먹어왔다. 그 결과로 코피가 쏟아지며 몸이 위험하다는 신호가 계속해서 나오게 되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반복적으로 쏟아지는 코피는 강두에게는 만성이다. 강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몸의 신호는 그렇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경고를 하고 있었다. 심각한 간 손상은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강두는 어쩌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강두는 문수에게 붕괴 사고 후 갇혀 있던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상처다. 강두는 두려웠다. 철근이 다리를 관통해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문수만 구조된 후 남겨진 강두는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독한 비로 그나마 있던 빛까지 사라진 상태에서 그에게 말은 건 것은 시체였다.

지독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강두는 이를 이겨내기 위해 대화를 시작했다. 성재는 자신의 집 주소를 알려주고 자신이 여기 있다고 엄마에게 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했다. 그런 사자와 대화를 하며 두려움을 이겨냈던 강두는 그렇게 현실에서도 지독한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나도 힘든데 힘겨워하는 엄마가 싫어 심한 말까지 했다는 문수. 강두는 그러지 말라며 엄마와 화해하라고 한다. 깊은 상처로 인해 화해하는 방법마저 서툰 이들은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다. 말도 안 되는 재난 속에서 어렵게 살아난 그들은 피해자이기보다 생존자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혼자 다시 그곳에 가기 힘겨웠던 문수는 강두와 함께 성재의 집을 찾았다. 하지만 강두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 집은 바로 자신과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이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찾았었던 그 집. 아직 그곳에 성재가 있다는 말이 문수를 두렵게 한다. 여전히 찾지 못한 아들의 사체. 어머니는 그렇게 아들을 10년 채 기다리고 있었다.

공사 현장에서 사람 유골로 보이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를 서둘러 덮어버리려는 현장 소장과 달리, 강두는 철저하게 조사를 하자고 요구한다. 유골 사진을 보고도 주원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청유건설 측의 방식을 아버지를 통해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주원이 강두를 건설 현장에 있도록 한 이유는 누군가를 감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강두를 현장에 보낸 것이었다. 피해자 가족인 강두가 현장에 있다면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바로 이야기를 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원은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에 갇혀 사는 인물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그는 아버지의 길을 걸으며 그 두려움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다 유일하게 찾지 못한 희생자 유골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극도의 불안감이 모든 것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강두는 유진을 찾았다. 주원의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유진이라면 해법을 찾아줄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주원의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유진은 회사가 직접 움직여 유골 수사를 의뢰했다. 아직 찾지 못한 마지막 희생자의 유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실하게 폐기물을 옮기던 트럭을 잡아 세우던 강두는 떨어진 거대한 기둥을 피하다 다치고 만다. 작고 큰 상처를 달고 사는 강두는 걱정하는 문수에게 괜찮다고 하지만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계속되는 코피와 함께 강두는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절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다.

병원 가기를 거절하는 강두를 위해 피 범벅이 된 옷을 대신 챙기는 문수는 놀랐다. 코피 자국이 묻은 옷들이 한둘이 아니다. 강두가 코피를 흘리는 일이 처음이 아닌 반복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문수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옷들 속에 있던 낡은 휴대폰이었다.

휴대폰 고리의 이니셜. 그 모든 것은 10년 전 첫사랑이었던 성재를 위해 어린 문수가 직접 만들어 선물했던 것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문수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고통. 그 지독한 두려움이 사랑하는 사람의 물건 속에 있다. 두려워 떠나려는 문수를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강두는 동물적 감각으로 느꼈다. 지금 그대로 가면 문수와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말이다.

JTBC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

강두는 살 수 있을까? 죽을 수도 있다는 예고는 더욱 씁쓸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미 상당 기간 강두는 지독한 진통제를 줄여왔다. 마마는 영양제를 속여 먹여왔다. 그럼에도 강두 상태가 나쁜 것은 분명하다.

10년 동안 강두를 괴롭힌 환청은 여전히 공사 현장에 묻혀 있던 성재의 외침이었다. 그 유골이 뒤늦게 발견되었다. 이는 강두가 그 지독한 환청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강력한 진통제를 더는 먹을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과정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정리하느냐가 마지막 2회의 남겨진 이야기일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헤어짐을 무한 반복하듯 경험한다. 하지만 헤어짐이 익숙한 사람은 없다. 헤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그 헤어짐이 언제나 아픈 인간들은 그렇게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재난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 그들은 힘겨운 사투를 벌이며 살아야 한다. 세상의 왜곡된 시선과 맞서 싸워야 하고 먼저 떠나보낸 사람들과 이별을 하지 못해 힘겨워한다. 그런 그들은 과연 위로 받을 수 있을까?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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