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둘러싸고 국민의당 내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 18명이 개혁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분당이 가시화된 가운데 안철수 대표가 "창당을 할 거라면 국민의당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는 "어제 바른정당과 통합을 반대하는 분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2월 6일 별도의 신당을 창당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면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통합반대파를 향해 "별도의 창당을 할 것이면 나가서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상식이자 도리"라면서 "통합을 찬성한 전체 당원들의 뜻을 우습게 여기고, 합법적인 전당대회의 무산을 꾀하고, 다른 당을 창당하겠다는 행태는 해당 차원을 넘어 정치 윤리적으로 용인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이 같은 논리가 적반하장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미 통합반대파 의원들이 안 대표에게 "통합을 추진할 거면 나가서 하라"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박주선 의원은 "통합이란 건 당원 80%든 90%든 동의를 받은 뒤 합의가 이뤄져야 할 것 아니냐"면서 "그게 안 된다면 당원 뜻을 벗어난 통합이기에 꼭 통합을 해야겠다면 나가서 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과거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천정배 의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어제(12월 20일) 의원총회에서도 정 합당하고 싶으면 나가서 하라(고 했다)"면서 "당을 나가서 통합이든 합당이든 하고 싶은 사람들이 당을 나가서 하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탈당 후 통합추진을 요구하는 통합반대파 의원들의 말을 무시하고, '전당원투표'를 강행했다. 지난달 안 대표는 통합찬반을 논의하는 의원총회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전당원투표 강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철수 대표는 통합반대파의 반발이 강하자, 국민-바른 통합 전당대회를 전국에서 분산시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통합반대파 측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당대회 의장 이상돈 의원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이를 위해 당무위를 개최해 당규까지 변경했다. 이 같은 안철수 대표의 독단적 행보에 22일에 '안철수 사당화 방지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창당을 할 거면 나가서 하라"는 안 대표의 발언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 받는 이유다.

23일에는 안철수 대표가 긴급 소집했던 당무위원회를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당초 이날 당무위에서는 통합반대파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징계 대상 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되자, 징계를 강행할 경우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는 23일 오전까지 당무위원들을 비롯한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오후 예정됐던 당무위를 기자간담회로 변경했다고 한다. 전날 통합반대파 의원들로 구성된 개혁신당 창당추진위원회는 "당을 사당화한 것은 안철수 대표다. 당무위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면서 "만일 내일(23일) 당무위 소집이 전당대회 의장 및 부의장을 징계하기 위한 것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의 당무위 취소에 대해 통합반대파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대표가 당무위를 취소했다가 또 연기하고 같은 시간 기자회견을 한다고 한다"면서 "국민의당과 당무회의를 안 대표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공깃돌로 취급하는 사당화 사례"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의원은 "심심하면 꺼내 가지고 놀고 싫으면 주머니에 넣어 둔다"면서 "취소했다가 연기, 기자회견 하겠다, 징계한다고 했으면 하지 왜 못하느냐. 칼을 꺼냈으면 무라도 잘라야지, 이런 리더십이니 당을 이 꼴로 만들었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이런 형편없는 리더십으로 유승민 대표와 통합하면 당원은, 의원은 유승민 대표 모셔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