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페인 경기를 보도한 영국 스카이스포츠
스페인전에 대한 외신들의 다양한 반응들

참 아까웠습니다. 지난 4년간 단 2번만 비기고, 1번만 졌을 뿐 그 어떤 상대와 만나도 모두 이겼던 스페인을 상대해 비교적 괜찮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아쉽게 0-1로 패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은 스페인과의 경기를 통해 상당한 자신감을 쌓았고, 월드컵에서 경쟁력 있는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남아공으로 향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축구가 4일 새벽(한국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헤수스 나바스의 중거리슛 한 골에 무너지며 0-1로 패했습니다. 이로써 한국은 벨라루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유럽팀에 패하는 쓴잔을 맛봤습니다. 그러나 강팀을 상대로 크게 주눅 들지 않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본선에서 해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꽤 유익한 평가전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해외 언론들 역시 '우승 후보' 스페인의 경기 때문이었는지 이 경기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는데요. 대부분 스페인을 중심으로 기사를 쓰기는 했지만 한국에 대해 비교적 괜찮은 평들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한국은 남아공으로 가기 전 마지막 경기에서 잘 짜여진 조직력을 보였다(well-organised display)"면서 비교적 후한 평을 보였고, AFP 통신은 "스페인이 2002년 월드컵의 악령을 떨치려 했지만 (사우디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강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한국은 초반부터 관중들의 응원을 받으며 공격적인 무드를 보였는데 특히 67분, 기성용의 강한 슈팅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며 역시 괜찮았다는 평을 보였습니다. 또한 데일리 뉴스는 "한국이 이번 경기에 졌지만 에콰도르, 일본, 코트디부아르를 이전에 꺾는 등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면서 "스페인은 이 경기에서 적어도 두 골을 넣었어야 했다"고 평했고, 스카이스포츠는 "전반 끝날 때까지 한국은 이렇다 할 문제점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두 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며 한국 축구의 여러 차례 기회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이 한국에 고전했다는 평도 제법 있었습니다. 특히 스페인 영자신문사이트인 'thinkSpain'의 반응은 흥미로웠습니다. 제목 자체가 '납득할 수 없는(unconvinc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스페인의 한국전 신승에 다소 실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thinkSpain은 "경기는 이겼지만 강한 인상은 아니었다"면서 "전반 35분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기 전까지 이렇다 할 기회가 없었다. 다비드 비야, 사비 알론소, 차비 에르난데스, 페드로 로드리게스가 들어가면서 보다 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쳐나갔다"며 스페인의 플레이에 다소 실망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또한 팀토크.com에서는 "스페인은 승리를 위해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고 했고, 스카이스포츠 역시 "유럽 챔피언은 한국을 상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을 보였다(European champions produce unconvincing display against Korea)"면서 스페인이 다소 고전했다는 평을 보였습니다.

결과가 아쉽기는 했지만 한국 축구는 모든 평가전, 테스트를 마치고 바로 내일 결전의 땅, 남아공에 입성하게 됩니다. 지난 2년 반동안 숱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점점 좋아지는 조직력, 경기력을 보인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가 필요하겠습니다. 스페인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선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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