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에는 정말 빠져 버릴 듯한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남자를 모두 나쁜 남자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나쁜 남자가 되지 못하는 가슴 시린 남자다. 마음 한구석은 언제나 텅 빈 것처럼 차가움을 담고 살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남자이다.

심건욱은 미워할 수 없는 나쁜 남자다. 그는 세 명의 여자를 미치게 하는 존재다. 그리고 순수하게 다가온 홍모네의 가슴에 첫 사랑을 불어 넣어 버리고 진실한 사랑을 잊어버렸던 홍태라에게는 뒤늦게 찾아온 격정적인 사랑으로 빠져들게 만들어 버리는 나쁜 남자다. 하지만, 단 하나의 여자 문재인, 바로 이 여자의 존재감이 심건욱을 미치게 한다. 모두 여자에게 나쁜 남자가 되지만 단 이 여자에게는 흔들려 버리는 마음은 눈빛조차 감출 수가 없다.

심건욱의 또 다른 이름 홍태성, 어린 시절의 고통이 담겨 있는 이름이다. 어머니와 이별하게 한 이름이다. 그래서 그는 이 저주스러운 홍태성 이름에 대해 경멸을 느낀다. 하지만, 그러한 홍태성을 사랑하려는 여인 문재인은 심건욱의 가슴을 더욱더 아프게 한다.

사랑이 없다고 믿는 여인 문재인, 그녀는 남자의 마음 따윈 믿지 않는다. 진실한 사랑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지금 필요한 건 재벌의 조건을 갖춘 홍태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알고 이 남자 홍태성은 그녀의 착각이 부른 심건욱이다.
심건욱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자신을 향해 커피를 들고 달려오는 문재인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참을 수 없는 사랑의 묘미를 느낀다.

그러나 첫사랑의 고통에 헤어나오지 못하는 여인 홍모네의 가슴 시린 사랑을 생각하면 아직 문재인이 파고들 공간이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여자 홍태라를 보면 그녀의 품에 안기어 그대로 울고 싶을 만큼 그녀의 눈은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하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부를 때마다 심건욱을 향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는 여인, 그가 저 멀리서 다가올수록 뛰는 심장은 이네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들켜버리는 소녀처럼 가슴 여린 홍태라다. 마치 둘의 대화에서 흘러나온 파트라슈와 네오의 이야기가 자신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그 감정은 길거리를 헤매는 파트라슈 심건욱을 감싸 안아 주고 싶은 심정이다.

문재인은 무척 열심이다. 오로지 사랑보다는 홍태성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자신에게 넘어오는 듯한 이 남자에게서 사랑의 묘한 감정이 느껴지니 말이다. 사랑? 그따위 사랑은 문재인에게 사치인데 말이다. 하지만, 문재인의 가슴은 왠지 심건욱을 계속 담으려 한다.

흔들리는 버스 안. 볼일이 있다며 계속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심건욱에게 문재인은 숨길 수 없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만다. 그리고 잠시나마 심건욱의 품에 안긴 문재인은 어느새 터져버릴 듯한 사랑에 미쳐가 버리고 있었다. 그가 떠나고 책을 읽던 문재인의 머릿속에 맴도는 그의 품 안의 느낌은 이제 빠져나올 수 없이 엉켜 버린 실타래와 같이 스쳐 지나간다.

홍모네가 너무 아프다. 이젠 참을 수 없이 아프다. 하루하루 커져만 가는 심건욱에 대한 사랑은 그를 보지 않고 못 살 것 같다.
그리고 이네 울리는 전화벨에 오로지 심건욱을 찾는 홍모네. 그녀가 너무나 순수하기에 그녀의 사랑도 너무나 가슴이 시리다.
첫 사랑의 아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찾으며 애를 쓰는 홍모네는 눈물만 흘리다 사라질 이슬 같은 존재다.

심건욱을 홍태성으로 착각하고 걸려온 문재인 전화에 잘 못 된 것인 줄 알지만 오로지 심건욱을 만난다는 기쁨에 그는 문재인의 약속을 받아들이고 만다. 그리고 삼자대면. 심건욱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나 태연하다. 그리고 홍모네에게 아무렇지 않은 듯 부드러운 미소와 말을 던지는 심건욱. 그리고 그를 홍태성으로 착각하며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문재인.
정말 이런 사랑의 엉킴은 싫다. 너무나 잔인하다. 모두를 아프게 하는 사랑. 정말 심건욱은 나쁜 남자다.

한 명의 여자를 자신의 품 안에 품어도 그 사랑이 넘칠 것 같은데 그는 이제 세 명의 여자를 모두 사로잡아 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런 사랑을 할 좋은 남자가 아니라 생각한다. 문재인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더 뇌리를 스친다. 홍모네와 홍태라와의 사랑을 버릴 수 있다고 하지만 오직 문재인의 사랑은 도저히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들의 사랑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나쁜 남자, 그리고 이어지는 홍태성의 비극과 그의 연인이었던 최선영의 죽음과 얽혀버린 진실은 심건욱을 점점 조여온다. 그리고 이제서야 심건욱이 홍태성이 아닌 걸 알아버린 문재인...

나쁜 남자를 보다 보면 정말 세상에 이러한 사랑이 한 사람에 모두 다가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심건욱을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지만 홍모네와 홍태라 그리고 문재인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사랑의 슬픔이 가득해 보인다. 정말 심건욱은 나쁜 남자일까? 또 다시 사람을 미치게 하는 드라마의 탄생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www.jstarclub.com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의 연예계와 방송에 대한 전반적인 평론을 쓰고 있으며 포투의 기사로 활동하며 대중의 입장에서 소통하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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