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건 2012년이었다. 한 시간 일해도 김치찌개 한 그릇 사 먹을 수 없는 4580원을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한 달에 고작 4일을 쉬며 일한 결과 16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최저임금은 매년 올랐지만 상승폭은 매우 작었다. 2014년엔 겨우 5000원을 넘은 5210원이었고, 2016년엔 처음으로 6000원 대를 돌파했고, 마침내 2018년 1월 1일 7530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이 발표된 뒤 두 가지 반응으로 나뉘었다.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은 쾌재를 불렀고, 사용자들은 대폭 상승한 최저임금에 우려를 표했다. 최저임금이 오른 지 22일째인 오늘 상반된 두 반응은 여전하다.

▲지난해 4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철폐 '만원행동' 출범 기자회견에서 알바노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주된 수입이 아르바이트인 20대 청년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청년은 최저임금이 오르자 1주일에 15시간씩 일하던 알바를 14시간으로 강제 조정해야만 했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면 주휴수당을 지급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시급이 오른 상황에서 주휴수당까지 지급하기엔 사용자 입장에선 무리였던 모양이다. 또 원래 네 명에서 일했지만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는데, 비용 때문에 인력 추가 계획은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한다. 임금이 오르면서 근로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늘어난 셈이다.

다른 한 청년은 스스로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 청년은 매달 40~50만 원의 돈을 생활비로 사용한다. 작년 최저임금으로 작게는 61시간에서 최대 77시간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었지만, 지금은 53시간에서 66시간 정도만 일해도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임금이 오른 덕에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취미생활이나 취업공부 등 자기계발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런 반응들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여야 간 대립각이 세워졌고, 현실에서는 아르바이트 근로자와 소상공인 간의 대립이 시작됐다. 아르바이트 시간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니 다시 최저임금을 낮춰야 할까, 아니면 임금이 오른 덕에 자기계발 여유가 생겼다는 청년들을 위해 내년 최저임금도 올려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최저임금은 앞으로도 계속 인상돼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에 따른 월급은 157만 원으로 측정되었지만, 이는 작년 3분기 1인 가구 월평균 소득인 167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상 청년들에게 최저임금은 평균 소득에도 미치지 못하는 선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임금’일 뿐이다.

임금 상승으로 인한 자영업자vs청년 또는 청년vs청년 구도와 같은 '을들 간의 싸움'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이 확정되자 자유한국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말했다. 왜 청년들이 가져가는 돈만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고 얘기하는가. 1000원 오른 최저임금은 지옥이고 수백만 원씩 오르는 임대료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소상공인을 힘들게 하는 카드 수수료(결제 금액의 2.5%),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져가는 수수료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 없이 왜 자꾸 청년과 소상공인 즉 없는 사람들 간의 싸움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현재 최대 임대료 상승률은 연 9%이지만 현장에서 이를 지키는 건물주는 거의 없다. 이를 지킨다 하더라도 계약 후 5년이 지나면 임대료 상한선 제한이 없어 무분별하게 올려도 무방하다. 또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에서 지급하는 물품만을 써야하는데 그 가격이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비싸다는 뉴스가 한두 번 보도된 것도 아니다.

자영업자가 부담을 갖는 건 1000원 오른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대립각이 세워진 소상공인과 알바생의 구도 뒤에서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한다. 아르바이트 현장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시기에 정부는 이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을들의 싸움으로 만들고 있는 세력은 지금 상황의 본질이 최저임금에만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참고로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 말했던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받는 월급(일반수당)은 올해 663만원이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시급 2만67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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