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다큐멘터리 '공동정범'을 연출한 김일란 감독이 "여기 사람이 있다"는 용산 철거민들의 외침을 회상하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 죽음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았다"고 당시 정부를 비판했다.

김일란 감독은 22일 MBC라디오'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공동정범'의 메세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용산참사 당시 계속 구호가 됐던 것은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라며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역할인데 용산참사를 보면 죽음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기 때문에 자책하며 고통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의 삶을 지켜보다 보니 '사람이란 과연 무엇일까'라는 고민까지 이르게 됐다"고 털어놨다.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 스틸컷. (엣나인필름 제공)

'공동정범'은 2009년 용산참사 당시 경찰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을 산 철거민 5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에 따르면 당시 정부와 검찰은 망루 화재의 책임을 철거민들에게 전가했고, 이충연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전국철거민연합 소속 4명을 '공동정범'으로 처분했다.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은 농성을 위해 망루를 지으며 비밀 유지를 위해 전국철거민연합 연대자들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았지만, 검찰은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처리했고 이들 사이의 갈등은 깊어졌다.

김일란 감독은 "그때 국과수에서도 화재의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고, 그럼에도 당시 검찰은 '화재가 난 것은 철거민들 탓'이라고 기소를 했었다"며 "기소 내용은 망루에 남아 있었던 사람들이 일부러 공모를 해서 불을 냈고 경찰관 한 분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같이 살아 나오셨던 분들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원망하거나 이런 감정의 골이 굉장히 깊어졌다"면서 "왜 서로를 원망할까 감정을 따라가 보니 그 끝에는 부당한 재판이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들이 9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용산참사를 통해 국가폭력을 다룬 영화 '공동정범'의 초청장을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에 전달했다.(사진=연합뉴스)

용산참사 생존 철거민들은 참사 9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참사 주범인 이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전 대통령 사무실에 '공동정범' 초대장을 보내기도 했다.

김일란 감독은 "(철거민들이)아무래도 용산참사가 발생한 이유 중 하나로 경찰들의 성급하고 무리한 과잉진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감독님도 그렇게 보시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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