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동참하게 되면서 한반도기와 일부 종목 단일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북미관계 경색으로 차질이 예상됐던 동계올림픽을 평화롭게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고, 거기다가 9년간 단절되었던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으니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다. 야당들, 특히 자유한국당에서는 한반도기는 물론이고 남북 단일팀도 반대하고 나서 논란을 낳고 있다. 가까스로 만들어진 남북 화해분위기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는 이가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나 의원은 단순히 반대하는 수준을 넘어 IOC에 북한 참여를 반대한다는 서한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자 SNS에서 누군가 나경원 의원을 ‘왜국자’라 불렀다. 보수세력들이 관용적으로 쓰는 애국자를 비튼 말이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나경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평창 올림픽은 평양 올림픽”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는데, 이는 하필이면 일본 도쿄도지사 고이케가 한 말과 같은 점도 논란인 것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통일을 염원하는 것은 아니다. 나경원 의원에게 통일이나 평화가 우선이 아니라면 그대로 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그에게 통일을 강요하는 것은 반공을 강제했던 과거 독재정권들의 행태와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인으로서 타당한 역사관인가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애초 한반도기와 남북 단일팀 등의 시작은 보수 정권에 의해서였다. 그런 사실을 떠나서라도 이번에 모처럼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는 당장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는 거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매번의 남북 교류가 중요치 않은 때가 없었지만 이번 북한팀의 참가는 안전문제를 저어하던 외국팀들에 안심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나경원 의원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으로서 이와 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IOC에 단일팀 반대 서한을 보내는 등 정파적 입장에 함몰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할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나경원 의원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직 파면’이 제기되는 등 시민들의 반발 또한 당연한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이 현 정부의 약점을 찾고 싶다고 해서 모처럼 찾아온 남북관계개선에 대해서 너무 노골적인 반발을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나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 기반을 회복하는 데 악용해온 일본 우익정치인들과 뜻을 같이한다는 것도 우리 국민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 조성 문제 등은 남북의 합의로만 결정되는 사안은 아니다. 어차피 IOC 판단에 의해 판가름이 나게 된다. 그런 가운데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IOC 주재로 열린 회의를 통해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 결과 46명의 북한 선수단의 규모가 확정·승인됐다. 개·폐회식에서는 KOREA의 명칭과 한반도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남북선수단은 한반도기가 들어간 특별 단복을 입으며, 단일팀의 영문 축약어는 ‘COR’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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