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독일월드컵에 첫 선을 보였던 우크라이나는 예상을 뒤엎고 8강까지 진출해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셰브첸코라는 확실한 공격수를 앞세워 화끈한 공격 축구로 첫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월드컵에 오르지 못했던 한을 말끔하게 씻어내며 세계 축구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월드컵이 '강팀들의 잔치'라고 하지만 약팀이 반란을 일으켰던 사례 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서 2002년의 한국, 1998년의 크로아티아, 1994년의 불가리아 그리고 1990년의 카메룬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본선에 들어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정상급 실력을 보여준 이 팀들에게 우리는 '기적의 팀', '돌풍의 팀'이라고 불렀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같이 우리가 머릿속에 꿰고 있는 우승후보들 외에 다수의 모든 팀들이 '돌풍의 팀'이 될 만 한 자격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정말 예상치 못했던' 팀이 좋은 성적을 낼 때 우리는 그 팀에 엄청난 관심을 보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본선에서는 좋은 실력을 과시하면서 '최고 이변'을 준비하는 팀들이 있습니다. 북한, 뉴질랜드, 알제리, 온두라스, 슬로바키아 등 '도박사들로부터 대표적으로 외면을 받고 있는 5팀'이 그 주인공입니다. '반란을 꿈꾸는 약팀' 아니 '다크호스팀'으로서 조용하게 칼을 갈고 있는 이들의 월드컵에서의 행보를 우리는 꼭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북한대표팀 정대세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그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팀은 북한입니다. 비록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코트디부아르, 포르투갈과 한 조에 속해 어려운 행보가 예상되지만 그런 만큼 북한의 존재감이 돋보이는 면이 많아 이번 월드컵에서 상당히 기대됩니다. 탄탄한 수비조직력으로 이미 파라과이, 멕시코, 그리스 등이 혀를 내두르기도 했는데요. 정대세, 홍영조같은 해외파 선수들의 기량도 탄탄하고 무엇보다 조직력, 정신력이 돋보여서 강팀들과 어떤 경기를 펼칠 지 기대됩니다.

'유력한 꼴지 후보'로 거론되는 뉴질랜드의 행보도 눈길이 갑니다. 뉴질랜드는 도박사들이 예상하는 월드컵 최하위 후보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팀인데요. 아무래도 오세아니아 축구 자체가 저평가받다보니 그런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전력이 그리 강한 것은 아니지만 수비수인 라이언 넬슨, 공격수인 크리스 킬런 등 몇몇 선수들이 잉글랜드에서 뛸 만큼 기량이 좋은 선수들도 꽤 포진해 있어 이번 월드컵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어떤 성적을 낼 지 기대되고 있습니다. 1982년에 이어 두번째로 월드컵에 참가한 뉴질랜드 축구가 오세아니아 축구의 자존심을 살리는 성과를 낼 지 꼭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아프리카 축구의 선구자 역할을 해냈던 알제리의 기적도 기대됩니다. 알제리는 이집트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는데요. 경기의 기복이 심하고, 크게 두드러지는 강점이 없지만 카림 지아니 같은 선수 개개인의 잠재적인 능력이 꽤 우수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등을 따돌리고 북아프리카 대표로서 이번 월드컵에 나서 큰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기대되는 면이 많습니다.

그밖에도 뉴질랜드와 함께 1982년 월드컵 출전 이후 28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는 온두라스는 스페인, 칠레, 스위스 등 조직 축구를 구사하는 강팀들 사이에 끼어 있어 고전이 예상되지만 북중미 예선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오른 슬로바키아는 걸출한 미드필더, 마렉 함식을 앞세워 탄탄한 조직력과 짜임새 있는 경기 운영으로 이탈리아, 파라과이를 잠재우고 지난 대회 우크라이나가 했던 것처럼 첫 대회에서의 기적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만큼 월드컵도 더 재미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상 처음, 또는 모처럼 월드컵에 오르는 만큼 이들은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우승후보들보다 더 철저한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치열한 지역 경쟁을 뚫고 본선에 나서 '무한도전'을 펼칠 이들 5개 팀의 행보에 우승후보만큼이나 많은 관심이 필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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