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언니가 드디어 2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을 하였습니다. 은조와 기훈, 기훈과 효선, 효선과 강숙, 기훈과 홍회장, 은조와 정우 등 모든 캐릭터간 갈등이 해소가 되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요.

여러분은 그런데 정말 이런 신데렐라 언니의 해피엔딩을 만족하시나요?

홍조커플이 무단횡단 하는 이유

기훈과 은조는 결국 불굴의 의지(?)로 둘만의 사랑을 완성시키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고 있던 효선에 대한 미안함, 대성의 죽음에 따른 죄책감 등 많은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18회에서도 마지막 20회에서도 그 둘의 애절했던 극적인 만남에서는 도로의 반대편에서 서로 마주보다가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특히나 18회에서는 검찰청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깜짝 놀라기도 했었는데요. 첨에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그랬나보다 했는데 그것 역시 다 이유가 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기훈과 은조는 도로의 반대편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다가가지 못한 채 그들의 마음을 갈무리하고 있었는데요. 그렇게 도로를 지나다니는 수많은 차량들 속에서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횡단보도의 파란불도 칠월 칠석이면 까마귀가 그들이 만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오작교도 허락되지 않았었죠.

그래서 기훈과 은조는 서로가 만나려면 그런 수많은 차들이 지나다니는 도로를 교통사고가 나서 다칠 위험을 감수한 채 무단횡단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 사이로 지나다니는 수많은 차들, 그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아름다운 사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켜야만 하는 법을 어기면서 무단횡단을 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즉, 효선에 대한 미안함, 대성의 죽음에 따른 죄책감 등을 떨쳐버리고 보다 자신들의 감정에 충실하면서 이기적이 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홍조커플은 이효리도 피해갈 수 없었던 KBS의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방송불가까지도 극복하며 그들의 사랑은 이루어지게 되죠.

당연하지만 허무했던 네 번째 말, 사랑해

기훈이 대성도가를 지키기 위해 홍주가를 협박하러 가면서 은조에게 쪽지를 주고 갔었는데요. 4번째 말은 기훈이 나중에 무사히 돌아오면 그때 얘기해주겠다고 했었습니다. 그 네 번째 말이 은조와 기훈이 다시 재회하면서 밝혀졌는데요.

그 네 번째 말은 바로 '사랑해'였습니다. 저는 솔직히 설마 설마 했는데요. 그동안 감성을 자극하는 주옥같은 대사로 감동을 주었던 신데렐라 언니였기에, 그 네 번째 말 역시 무언가 결정적이고 그들의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말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사랑한다는 말이겠지 했지만, 뭔가 더 포장을 해서 명대사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했었죠.

그런데 '사랑해' 단 세 글자일 뿐이더군요. 역시 그 어떤 달콤한 말보다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가 모든 것을 함축하고 결국 모든 것을 말해주는 가장 아름다운 대사였던 것입니다. 마지막에 기훈이 사고 당하는 줄 알고 놀랐던 은조가 죽어서 다시는 그 네 번째 말을 못 듣는 줄 알았다며, 죽기 전에 빨리 말하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시종일관 눈물 속에서 죽음을 암시하던 신데렐라 언니는 그 모든 암시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죽으면 다 소용없다는 교훈을 남기며 '사랑해'라는 말과 함께 홍조커플의 사랑은 완성되게 됩니다.

신데렐라 언니의 해피엔딩, 시청자에게는 새드엔딩?

물론 지붕 뚫고 하이킥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주인공의 죽음에 노이로제 걸린 것처럼 해피엔딩에 만족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는 신데렐라 언니가 명작으로 남기 위해서는 비극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첨에 신데렐라 언니를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를, 신데렐라 언니의 시각에서 어떤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이야기를 보여줄까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요. 그렇게 원작과 신데렐라 언니 속의 캐릭터를 비교하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대하여 원작에서 나오는 유리구두, 마법이 풀리는 12시 정각 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입해 보곤 했었습니다.

신데렐라가 누군지, 그 언니가 누군지, 계모가 누군지, 왕자가 누군지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과는 알고 있는 즉, 신데렐라와 왕자가 결혼하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숨겨진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었죠. 원작에서는 신데렐라와 왕자가 이어지지만, 사실은 신데렐라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그 언니와 왕자가 서로 이어지지 못하는, 신데렐라가 악녀고 언니는 피해자일 뿐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기대했었죠.

그리고 은조를 보면서 죄와 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의 문학을 읽던 그 감동을 느끼고 싶었는데요. 드라마 초반까지만 해도 정말 그런 기대감을 만족시키며 감탄했었습니다. 그런데 회가 진행될수록 점점 은조의 감정라인이 질질 끌리기 시작하더니, 그것을 보다 지친 시청자들에 의해 원성을 사게 되었는데요. 그 때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로 전개가 되어가죠.

대성도가를 살리는 것은 전혀 긴장감이 없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았던 정우의 존재감도 없어집니다. 홍주가 둘째 아들이 효선을 좋아하는 것도 뭔가 있을 것처럼 해놓고서는 아무것도 없구요. 단지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홍조커플의 폭풍멜로(?)만을 위한 이야기로 바뀌어가는 것이죠. 드라마 초반 암시되어졌던 많은 복선들이 전혀 의미 없어지고, 제작진은 단지 기훈과 은조의 키스신을 이슈화 시키며 관심을 끌고 시청률을 보장받으려 하더군요.

그렇게 신데렐라 언니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것이라는 컨셉은 사라진지 오래이고, 단순히 기훈과 은조의 러브스토리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감탄하게 만드는 드라마라고 기대감을 가지게 했던 신데렐라 언니의 해피엔딩은, 결국 그러한 기대감에 실망감만 안겨주며 적어도 저에게는 만족하지 못한 새드엔딩으로 기억남을 것 같네요.

여러분은 정말 이런 신데렐라 언니의 해피엔딩을 만족하시나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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