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고대영 KBS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이르면 다음 주 이사회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36일째 총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새노조)가 고 사장 해임 이후 KBS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KBS 새노조는 고 사장 해임 이후 가장 시급한 새 사장 선출과 관련해 외부 조언을 구했고, 조언해 준 이들은 투명한 절차를 통해 빨리 뽑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KBS 새노조는 17일 총파업 136일차 사내집회에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을 초청해 새 사장 선출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최강욱 이사는 지난해 11월 MBC 사장공모 절차에서 후보자 정책설명회·최종면접 등을 생중계하는 방식을 도입한 방문진 여권측 이사 중 한명이다.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 7월부터 'KBS·MBC 정상화시민행동'의 상황실장을 겸하며 공영방송 정상화에 앞장서고 정상화 이후 공영방송에 대한 시민사회 의견을 모아 제안해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7일 사내집회에 최강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좌)와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우)을 초청하여 KBS 사장 선출과 관련한 조언을 구했다. (미디어스)

KBS 새노조가 새 사장 선출에 대해 준비하는 이유는 다음 주 고대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성재호 KBS 새노조 위원장은 이들을 소개하며 "고대영 사장의 해임은 기정사실화 됐다"며 "고대영 사장의 해임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 시작의 중심이 새로운 사장의 선출"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욱 이사는 새 사장 선출 방식과 관련해 "현재 가장 필요한 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좋은 분을 빨리 뽑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이사는 "KBS 사장은 이사회가 뽑을 수밖에 없다. 사장추천위원회 등의 방법이 시간 면에서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며 "현행제도를 활용하면서 투명한 절차를 감안해 방안을 마련하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최강욱 이사는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된 MBC 사장공모 과정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시청자의 접근이 원할 하지 않았던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최 이사는 "KBS는 사장 선출 과정에서 유튜브·페이스북 등을 충분히 활용해 시청자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는 방식으로 가시길 바란다"며 "정책설명회 초대 등 시민들이 KBS사장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 잘 느끼게끔 해달라"고 조언했다.

김언경 사무처장도 빠른 사장 선임 방식을 추천했다. 김 사무처장은 "모양새 맞추느라 시간 길게 끄는 것은 정말 안 된다"며 "국민 참여 과정이 반드시 포함된 방식으로 빨리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 사무처장은 "현행법상으로 이사회가 사장을 선출하게 돼 있다"며 "KBS이사회에서 적절한 사람을 국민의 손으로 빨리 뽑아내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사장 후보자들의 제안이 구체성을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처장은 "MBC 사례의 경우 형식은 좋았는데 내용이 담보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 한다"며 "'막연히'가 아닌 아주 구체성 있게 (비전을)내주시는 후보자들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최강욱 이사와 김언경 사무처장 모두 장기적인 시점에서 현재와 같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방송법·방문진법에 따르면 공영방송 사장 선출은 이사회 고유 권한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은 관행적으로 여·야 추천에 의해 이뤄져왔다.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 정치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한 구조인 셈이다.

이에 대해 최강욱 이사는 "다음 사장을 뽑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며 "정치권력의 관여를 없애거나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 공론조사에 준하는 방식을 통해 해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100명 이상의 시민선거인단을 구성하고 이사회가 사추위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의 '촛불방송법'(가칭)방송법 개정안을 정치권에 제안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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