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학부모시민단체연합(이하 전학연)이 EBS '까칠남녀'의 '성소수자 특집'을 문제삼아 프로그램 폐지 시위를 벌여 패널인 은하선 작가가 퇴출된 가운데, TV조선이 전학연의 주장을 받아 성소수자 혐오를 확대 재상산 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6일 방송모니터 보고서에서 "EBS <까칠남녀> 관련 기사는 대부분 전학연 측의 극단적인 주장을 보도하면서 EBS 측의 반론을 간단히 덧붙이는 보도들"이라며 "종편 시사 토크쇼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이 전학연 측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1월 10일자 방송에서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 패널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수정 경기대 교수‧최병묵 TV조선 해설위원 등 총 5명의 출연진 중 이수정 교수를 제외한 4명이 입을 모아 EBS를 비판했다고 지적했다.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 2018년 1월 10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민언련은 "그 논거는 전학연과 크게 다를 바 없다"며 "특히 최진‧최병묵 두 인물은 기본적인 시각에서 반인권적 한계를 노출하며 혐오 발언을 거리낌 없이 내뱉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 원장은 해당 방송에서 "전문가들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성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솔직히 그런 건 반대"라면서 "바이섹슈얼이나 레즈비언 이런 부분들을 조장하는 듯한, 오히려 교육 효과보다는 역효과가 훨씬 더 많은,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EBS '까칠남녀'를 비난했다. 이어 최 원장은 "개그맨들이 동성애를 상당히 재미있게 얘기를 해서 '동성애는 나쁘지 않네? 재미있을 것 같네'라는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덧붙였다.

최병묵 위원은 "저런 문제를 특집 방송으로 하려면 성소수자를 비판하는 사람과 옹호하는 사람을 갖다 놓고 균형 있게 문제를 다루면 그냥 그럴 수 있겠다 싶은데, 저것은 조장하는 듯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교육방송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성정체성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본성으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인간 존엄성 및 기본권의 일부"라며 "당연히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누구라도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두 패널의) 근거가 조야하고 기상천외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17년 12월 25일부터 2부작으로 방영된 EBS'까칠남녀-성소수자 특집' 방송화면 갈무리

최진·최병묵 씨 외 다른 두 패널의 발언도 문제가 됐다. 최진봉 교수는 "개인적으로 판단해 보건데 EBS는 사회가 많이 바뀌고 있으니까 그 사회에 맞게 우리 학생들이나 어린이들이 저걸 좀 잘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만들었던 것"이라면서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약간 너무 오락적인 내용이 포함되다 보니까 그게 조장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자극적인 내용으로 간다고 하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소지는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수정 교수의 경우 유일하게 "성정체성이라는 게 TV 프로그램을 보고 그냥 결정되는 건 절대 아니다. 이것은 거의 대부분이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생물학적인 경향성이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특정한 성적 취향을 마치 아이돌에 빗대어서 뭔가 이상화시키는 부분, 이 대목은 좀 위험성이 있다"고 말해 방송컨셉이 특정 성적 취향을 이상화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최진봉 씨의 경우 앞뒤가 맞지 않는 논지를 펼치다 결국 '동성애를 조장하는 방송'이라는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이수정 교수에 대해서도 "실제 방송을 보면 ‘특정한 성적 취향을 마치 아이돌에 빗대어서 뭔가 이상화시키는 부분’은 없었으며 ‘성교육’ 또는 ‘성담론’을 나눈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진행자인 김광일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저런 프로그램 때문에 분명하게 불편해하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EBS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좀 손보고 다듬을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결론내렸다. 또한 김 위원은 "중고등학교 아이를 불러내서 ‘누구야 좀 나오너라. 지금 너도 봐야 될 프로그램이 있는 것 같아, 같이 좀 보자꾸나’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는 편향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민언련은 "진행자까지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하는 TV조선은 '반인권 TV'"라며 "김 씨의 질문에 이미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는 방송’이라는 주관적 편견이 전제되어 있다. 결론 역시 편견과 왜곡으로 점철됐다"고 지적했다. 또 민언련은 "TV조선은 이 주제로 대담을 시작할 때부터 '음란방송 중단!…뿔난 엄마들'이라는 자막으로 제목을 뽑아 스스로 전학연 측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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