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 터지면 천문학적 숫자가 뉴스와 신문 지면을 뒤덮기 마련이다. 그래서 몇억 정도는 시민들도 가볍게 여기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민간에 느껴지는 체감정도와는 상관없이 국정원 특활비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처벌이 매우 무겁다. 국정농단 재판에 변호사를 모두 해고하는 등의 기세를 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국정원 특활비 추가 기소에 결국 유영하 변호사를 다시 선임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가 담긴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궁했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 캠페인은 급기야 다스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플랜다스의 계’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플랜다스의 계’는 20일 만에 130억 원이라는 거금이 모였고, 최종 목표액인 150억도 모집도 문제가 전혀 없었다. 다스의 실소유자를 밝히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정의 크기를 대변하는 현상이었다.

그렇지만 다스의 실소유자 규명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이다. 특검까지도 거쳤지만,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에 갇혀있었다. 다스의 미스터리를 풀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정은 뜨거웠지만 과연 제기된 의혹을 사실로 입증할 증거와 증언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단독] 김성우 전 사장 "다스 설립, MB에 보고…지시도 받아" (JTBC 뉴스룸 보도영상 갈무리)

15일 JTBC <뉴스룸>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장면이 연출되었다. 두 명의 기자가 동시에 나와 각자 다른 기사 분석을 한 것이다. 둘이지만 하나인 기사이기도 했다. 한 기자는 다스 관련한 새로운 증언의 의미를 설명했고, 다른 한 기자는 MB의 집사로 불리는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이 국정원으로부터 4억 원을 불법 수수한 상황을 분석한 것이다.

거기에 이날 JTBC가 단독 보도한 다스 관련 보도도 대단히 유의미한 신호를 보내준다. JTBC 보도에 의하면, 김성우 다스 전 사장과 권모 전 전무 등 다스 핵심인물들은 2007년 검찰수사, 2008년 특검 수사에서 부인했던 다스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뒤집는 자수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은 과거 “과거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며 이번 조사에선 사실대로 말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사실상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증언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담았다고 볼 수 있다.

자수서는 진술서와는 다른 형의 감경이나 면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더 무거운 의미를 둘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자수서의 형식이 곧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그 형식의 무게보다는 10년 전 진술을 뒤집는 상황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 특활비 상납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JTBC를 비롯한 여러 매체가 앞다퉈 ‘단독’을 주장한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 관련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국정원 예산관으로부터 김백준 전 청와대 기획관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김백준 전 기획관은 부인하고 있어 혐의 이상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명백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렇듯 상황이 급물살을 타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20명이 넘는 전직 참모가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평소보다 두 배가량 많은 인원이 모인 회의였다는데, JTBC는 전언을 통해 이 회의가 다스와 특활비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전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당황한 모습이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난공불락이었던 명박산성이 마침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것일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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