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본선에 나설 우리나라 축구대표팀 23명의 최종엔트리가 마침내 확정, 발표됐습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당초 예정보다 12시간 20분 빠른 1일 새벽(한국시각),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에서 23명의 최종엔트리를 기습 발표했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이근호(주빌로 이와타)가 결국 많은 사람들의 예상대로 부진한 경기력에 허심(心)을 자극하지 못하고 탈락이 확정됐고, 벨라루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신형민(포항), '막내' 구자철(제주)까지 모두 3명의 선수가 탈락의 쓴맛을 봤습니다. 반면, 12년 만의 월드컵 출전을 노렸던 이동국(전북)은 마침내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꿈을 이뤘고, '신예' 이승렬(서울)과 김보경(오이타) 역시 감독의 눈에 들어 개인 첫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또 안정환(다롄) 역시 월드컵에 3회 연속 출전해 아시아 최초 월드컵 3회 연속 득점과 최다골 경신 기회를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전체적으로 선수 구성, 그리고 선수 개개인의 전력을 놓고 보면 4강에 올랐던 2002년이나 원정 첫 승을 거뒀던 2006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고 봅니다. 이제 막 20살에 접어든 기성용, 이승렬, 김보경 등 '젊은 피'가 상당수 포진됐고, 김남일, 이영표, 이운재 등 30대를 '훌쩍' 넘긴 선수들도 베스트급 멤버로 뛰면서 전체적으로 '신-구 조화'가 눈에 띕니다. 또한 해외파가 10명이며 그 가운데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7명에 달해 역대 최다 규모로 바깥에서 뛰는 선수들이 다수 발탁되면서 질적인 면에서 한층 더 진화한 팀이 만들어 졌습니다.

무엇보다 주축 멤버들의 기량이 탄탄해 '공-수 밸런스'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는 부분도 이전 대표팀보다 더욱 좋아진 면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느덧 5년차에 접어든 박지성(맨유)의 기량은 더욱 감각적이고 지능적으로 진화됐고, 2년 전 프랑스리그 AS모나코로 이적한 박주영 역시 물오른 득점 감각과 밀리지 않는 몸싸움 등을 앞세워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또 젊은 선수들임에도 당당한 플레이가 눈길을 끄는 이청용과 기성용,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차두리, 변함없는 꾸준한 기량이 눈에 띄는 이영표, 김정우 등도 허정무호의 '살림꾼'으로서 좋은 기량을 선보였던 선수들입니다. 비록 지난 주말에 열린 벨라루스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해도 최고 수준의 기량만 보여준다면 이전의 일본전 같은 시원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것이 바로 현 대표팀, 허정무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허정무호가 16강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해결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곽태휘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강민수가 대신 들어간 상황에서 수비 조직력이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또한 주축 선수들에 버금가는 백업 자원들의 기량이 얼마나 더 향상될지도 관건입니다. 이들의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허정무 감독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도력을 총동원해서 목표에 버금가는 전력을 만들고, '유쾌한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23명의 정예 멤버가 확정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전력 다지기에 들어갈 예정인데요. 그리스전까지 단 11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과연 최고 수준의 전력을 끌어올릴지가 걱정이긴 합니다만 지난달 11일부터 이어온 훈련에서 쌓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이를 더욱 돈독하게 다져 본선에서 좋은 실력을 갖춘 팀으로 만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연 허정무호의 '유쾌한 도전'이 정말로 유쾌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 앞으로의 준비 과정, 그리고 본선에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 월드컵에서 뛸 태극 전사 23명 명단

GK: 이운재(수원), 정성룡(성남), 김영광(울산)

DF: 조용형(제주), 강민수(수원), 이정수(가시마), 김형일(포항), 이영표(알 힐랄), 오범석(울산), 차두리(프라이부르크), 김동진(울산)

MF: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튼), 기성용(셀틱), 김정우(광주), 김남일(톰 톰스크), 김보경(오이타), 김재성(포항)

FW: 박주영(AS 모나코), 이동국(전북), 안정환(다롄 스더), 염기훈(수원), 이승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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