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에서 야심차게 진행되었던 <김제동쇼>가 혹시나 하는 상황에서 역시나의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CJ계열의 엠넷에서 현 정권의 눈치 보기가 극심할 것이라는 예측은 맞았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사회를 봤던 김제동은 끝내 방송 복귀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미친 사회, 권력 눈치 보기만 성행 한다

돈과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는 재벌에 무엇을 기대할까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그래도 케이블이라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상황에 기대를 했지만 역시 그들의 성향이 바뀔 리가 없었습니다. 4월 21일 비를 첫 초대 손님으로 모시고 즐겁게 녹화를 마친 <김제동쇼>가 이렇게 무산될 거라고는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돈 냄새를 잘 맡는 그들에게 <김제동의 노브레이크>는 소위 돈이 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공중파에서 퇴출된 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토크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과 직접만나 소탈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토크 콘서트는 그만의 브랜드로서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김제동쇼>를 공중파라고 탐나지 않았을까요? 이미 현 정권에 장악 당해버린 방송에서는 권력의 눈치만을 살펴야 했습니다. 그를 방송으로 내보낼 정도로 정권에 맞설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은 명확하지요. 그런 상황에서 케이블이지만 CJ 계열사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엠넷에서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 노브레이크>를 그대로 가져와 TV쇼를 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볼 수 없었던 김제동을 케이블이지만 꾸준하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이들은 <김제동쇼>를 기다려왔습니다. 새로운 소통의 도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트위터와 자신만의 소탈한 이야기를 내세운 그만의 쇼는 관객으로 참여한 많은 이들이 일관되고 호평을 보냈듯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런 기쁜 기다림은 어느 사이 가능할까라는 안타까운 조바심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있었던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와 관련된 질문에 답한 그를 국내 언론들은 좌파발언으로 침소봉대하며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나는 좌파가 뭔지, 우파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것 때문인 것 같은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가장 먼저 조문하지 않았냐. 유족들의 요청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사회를 봤던 것인데 이것 때문에 좌파라고 한다면 기꺼이 좌파를 하겠다" - 하버드 로스쿨 발언 중

그는 이 발언 이후에도 자신에게 부당함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식 사회를 봤습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속에서 슬프게 울던 그의 모습은 기억 속에 여전한데 누군가에는 그런 인간적인 모습이 정치적으로만 보였나 봅니다.

김제동 측근은 엠넷 측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모식 사회를 본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추도식 참석을 재고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엠넷 측의 발언에 김제동은 공개적으로 추모식 사회는 당연하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런 발언들은 4월 비와 함께 한 녹화와 5월 6일 첫 방송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그들을 급격하게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첫 방송은 되지 않았고 차일피일 미루던 방송은 6월 개편과 함께 하겠다는 말로 이런 상황들을 무마해왔습니다.

이런 개편 이후 방송이 설득력이 없었던 것은 그들이 돈이 되는 장사를 굳이 미룰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지요. 분명 뭔가 있기에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방송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음은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단순함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19일 '방자전' 주인공인 김주혁과 조여정과 29일 구혜선이 출연하기로 한 녹화분이 취소되었습니다.

6월 개편과 함께 화려한 시작을 하겠다는 그들이 방송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후속 녹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특급스타 비가 출연했던 방송분을 버리더라도 <김제동쇼>를 폐지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다름없었습니다.

엠넷에서 방송을 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처음부터 그곳에서 방송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도 아니고, 그들의 즐거움에서 돈 냄새를 맡은 장사꾼이 판을 벌릴 테니 함께 하자는 권유에 보다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손을 잡았을 뿐 엠넷 일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정치권력이 사회 전체를 제어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이기에 씁쓸할 따름입니다. 중국의 문화 대혁명을 보고 배우기라도 한 듯 사회 전체를 자신들의 가치관으로만 도배하고자 하는 권력자들에 의해 그들 스스로 그렇게 부정하고 증오하는 빨갱이 사상을 감추지 못하는 행동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권력에 기생하고 때로는 권력을 돈으로 사기도 하는 그들에게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은 염치없음입니다. 자신만을 위해 돈을 버는 그들에게 돈을 버리고 정도를 걸으라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는 없으니 말이지요. 최소한 죄라도 짓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마저도 조심스러운 세상에 그들에게 무엇을 바랄까요?

확실한 것은 김제동의 공중파 퇴출은 권력자들의 눈 밖에 난 연예인에 대한 보복 조치였음이 이번 엠넷 사태를 통해 명확해졌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제동의 경쟁력을 들먹이는 무리들도 있었지만, 이번 엠넷의 몸 사리기와 눈치 보기로 권력자들에 의한 퇴출은 사실임이 분명해졌습니다.

6, 70년대 총 칼로 윽박지르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권력자들과 그에 기생하려는 무리들은 그들이 던진 기준에 알아서 맞추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져 있습니다. 교시라도 하듯 이야기를 하면 의중을 파악하고 알아서 행동하는 그들은 더욱 영악해져 갈 뿐입니다.

<김제동쇼>가 무산된 결정적인 이유는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는 것마저도 철저히 막아서는 현 정권의 독재성에 있습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되는 방송을 통해 자신들의 가치관을 주입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노력은 정권을 잡기 전부터 기획되어왔고 지금까지 거세게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획일화된 사회를 꿈꾸는 그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방송임은 명확합니다. 그렇기에 방송장악은 막아야만 하는 절대 가치입니다. 방송마저 빼앗긴다면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할 것입니다. 이미 알아서 행동하는 상황에서 MBC 마저 장악된다면 대한민국에서 그들이 원하는 소통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는 암흑시대가 올 것입니다.

<김제동쇼>는 이제 방송장악을 노리는 권력자들과 이에 대항하는 국민들과의 싸움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는 방송에서 정도를 걷는 언론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요. 이제 <김제동쇼>는 쇼 프로그램 하나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2010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상징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김제동을 투사로 만드는 사회는 다시 한 번 그를 통해 우리의 비루한 현실과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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