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을 거론하는 일은 참 조심스럽다. 자칫 경솔함으로 접근할 경우 괜히 김제동을 더 어렵게 하거나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제동은 하는 일마다 그 이름처럼 제동이 걸리고 마니 안타깝기 그지없고, 그것은 그대로 분노로 바뀌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자질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스포츠 칸은 31일 공공연히 떠돌던 케이블방송 Mnet 김제동 쇼 무산에 대한 김제동 측 소식을 전했다. 조만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김제동 쇼 MC에서 물러나겠다는 발표를 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위 보도에 의하면 Mnet측은 외압은 없으며 편성에 대한 사전 조율 중이라는 종전태도를 보이고 있다지만 예고 스팟조차도 내지 않는 정규편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김제동을 둘러싼 정치권의 불편한 시선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김제동쇼를 기획한 Mnet의 시도 자체가 무모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첫 회 녹화까지 마친 김제동쇼가 무산된 계기로 짐작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사회를 만류했던 제작진의 태도였다는 점에서 누군가 뜻을 굽히지 않는 김제동의 태도에 기분이 상했나보다.

사실 깜짝 놀랄 소식은 아니다. 이미 그럴 것이라는 소문을 진작부터 떠돌았고 결국 ‘김제동의 오마이텐트’처럼 정규편성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은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인식되었다. 이쯤 되면 김제동으로서도 화가 날만도 하다. 오마이텐트는 파일롯방송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Mnet 김제동쇼는 파일롯이 아니라 정규방송을 위해 이미 녹화를 마친 상태에서 뒤집게 됐으니 그 심정은 비록 내 일이 아니라 해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카더라 통신을 경계해야 하지만 정보가 제한되고, 통제될 때에는 세상에 떠도는 말보다 더 정확한 일도 없다. 신문, 방송이 제 기능을 다한다고 볼 수 없는 요즘이라면 귀는 공식통로보다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식을 쫓게 된다. 이것만도 참 슬픈 일이지만 정작 더 슬픈 것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여론과 민의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번 글을 통해 이렇게 지상파니 케이블이니 방송사에 치이는 것보다 차라리 인터넷방송을 하는 것이 배짱 편하지 않겠냐는 말도 홧김에 했지만, 그것이 김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묘하게도 이 소식이 전해진 날 MBC 월화 드라마 동이에서는 마침내 인형왕후가 모함으로 페위되서 출궁하는 장면이 방영됐다. 김제동 소식을 접한 심정 탓인지 떠나는 소복차림의 중전의 모습이 한없이 가엽기만 하다.

현재 권력을 쥔 쪽에서는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니 그렇게 말할 수는 있다. 그리고 국민은 진짜로 두 명의 대통령을 잃었다. 정치적 시각이 다름은 인정하더라도 국가원수로서 대해야 할 예우는 달라져서는 안 될 것인데, 국민된 자가 운명을 달리한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는 일 자체를 불온하거나 정치적이라고 주홍글씨를 새겨 넣는 일은 대단히 치졸한 모습이다.

김제동은 스스로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은 없다. 김제동을 정치적인 인물로 만든 것은 그에 대한 탄압이다. 그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국민으로서 해야 할 도리와 신념을 버리지 않은 것이 정치를 떠나 '한번 해보자'는 식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일개 개그코너 하나에도 마음 상하는 권력이니 도대체 현실적이지 않은 것들도 생각하게 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권력은 영원하지 않기에 김제동에 대해서 걱정스러운 것은 아직 젊은 그가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치적인 인물로 굳혀지는 것이다. 김제동 본인은 광대이며 딴따라에 불과하다는데 그런 그를 의식하고 마뜩찮게 여기는 시선들로 인해 웃겨야 하는 그의 직업 자체를 경색시키는 것은 프로그램 하차나 무산 등의 구체적 사실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다.

한편 김제동의 고난은 바보 노무현을 닮았다고들 한다. 낙선이 뻔한데도 지역감정과 싸워야 한다며 종로 선거구를 버리고 부산으로 내려간 노무현에게 처음 바보라는 별명이 붙었듯이 추도식 사회를 보면 짤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대에 선 김제동의 모습은 분명 노무현을 닮았다. 바보가 두려운가? 그는 개그를 하고 싶을 뿐이고, 대중은 그의 개그를 보고 싶을 뿐인데...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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