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경주 수학여행 2탄의 최고 이슈는, 어리버리 김종민이 승부사 강호동을 낙오시킨 쾌거(?)에 있었다. 가위바위보의 강자 강호동이, 7인자 김종민에게 무릎을 꿇은 것. 덕분에 관리종목에 들어갔던 김종민은 기지개를 폈고, 교촌마을 웃음의 1인자 윤덕환어르신의 도장은 빛이 바랬다.

<1박2일> 스탬프 투어 레이스는,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연상시켰다. 토끼처럼 빠르게 1,2,3등으로 도착한 김C, MC몽, 은지원은 '낙오'라는 단어로부터 여유로웠다. 그러나 가장 늦게 도착한 거북이 이승기와 김종민에게 발목이 잡히고 만다. 이승기는 천마총으로 MC몽을, 김종민은 '안압지-분황사'를 거친 쌍도장으로 김C-은지원의 고생을 수포로 만들었다.

강호동의 낙오 - 어르신의 저주?

이미 자전거로 인해 실격 처리된 이수근. 논란은 있었으나 윤덕환어르신의 도장 및 친필사인을 받아온 강호동만이 유일한 생존자가 된 상황. 강호동은 과감히 자신의 특권을 버렸다. 제작진이 제시했던 스탬프를 받아 온 것은 아니었기에 공정성의 시비를 피하고, 본능적으로 '나만 아니면 된다.'는 자신감의 발로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제안한 눈치게임이 '강호동-김종민'의 벼랑끝 승부로 내몰았다. 친절하게 도장을 찍어주신 윤덕환어르신의 자비를 포기한 탓일까? 마치 어르신의 유쾌한 저주(?)가 강림한 듯, 강호동의 불패신화는 꼴찌 김종민의 주먹으로 깨지고 말았다.

비록 강호동은 낙오자가 되었지만, 택시기사분의 도움으로, <1박2일> 베이스캠프가 불국사 유스호스텔이란 사실을 직감한다. 이어 PD의 실수를 캐치하고, 심리전을 동반한 이수근과의 전화통화에서 확신을 갖는다. 냄새 맡는 귀신, 돼랑이 강호동의 추리는 날카로웠다.

목적지인 베이스캠프에 가장 늦게 도착하게 될 강호동은 덕분에 달빛이 내린 안압지의 환상적인 누각을 만끽할 수 있었다. 반면 여섯 멤버들은 김C의 뒹굴기 신공에서 알 수 있듯이, 유스호스텔의 딱딱한 방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역시 여행은 토끼식이 아닌, 거북이처럼 여유를 가져야,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 됐다.

강호동의 낙오보다, 경주시민이 더 웃겼다!

이 날 방송분에선 낙오된 강호동을 중심으로 재미를 찾아 나섰다. 일당백 강호동은, 지난 주 '욕심쟁이'에 이어, 다시 한번 위력적인 존재감을 떨쳤다. 물론 초딩스러운 발상이나, MC몽을 누른 '양평 돌대가리' 이수근의 재발견도 수확이다. 그러나 '기적'과 '반전'이라는 찬사를 보내기엔, 여전히 김종민이 몰고 온 웃음의 강도는 약했다.

이전의 <1박2일>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멤버들의 활약상은 미비했다. 그러나 <1박2일>의 절대카드 시민들이 있었다. 언제 내놓아도 먹히는 조커. 수학여행 2탄의 대박웃음은, 스탬프 투어 레이스에 연결고리를 담당한 경주시민들에게서 나왔다.

김종민에게 '개그맨 잘 가.'라고 말해 준 꼬마1, 쓸쓸한 강호동의 친구가 되어준 꼬마2, 분황사가 멀리 있냐고 물었던 은지원에게, 멀지 않다며 '2km'라고 말해 준 아저씨1. 이승기에게 뽀뽀마다 않던 아저씨2. 문화해설사의 퇴근시간을 알려 준 아저씨3, 그리고 "승기 맞제?"와 함께 손 붙잡던 아줌마일동. 김C가 잘 생겼다며, 카메라를 들이대던 여대생들...

누구보다 '강호동이 만난 사람들'은, 웃음을 뽑아주는 데도 메인급이었다. 우연히 만난 강호동의 고등학교 선배님은, 강호동이 '예쁘다'며 엉덩이를 두드려 줬고, '우째 됐든 (학교를) 빛내라!'는 명언급 폭소를 날려 주셨다.

그리고 울고(?) 있는 강호동에게, '와 우노?'로 나타난, 이 날의 에이스 윤덕환어르신. 스스로를 교촌마을의 일인자로 칭하며, 자신의 만능도장을 꺼내 강호동을 안심시킨 뒤, '죄가 되냐?'는 반전개그로 대폭소를 끌어내신다.

언제나 그랬지만, <1박2일>이 일반시민들과 만나면 시너지효과가 상당하다. 웃음이 필요할 때엔 웃음을, 감동이 필요할 땐 감동을 선사해준다. <1박2일>은 여행을 컨셉으로 잡았지만, 결국 여행속에서 만나는 사람, 그리고 인연. 그 속에서 부딪히는 마음의 소리를 폭풍같은 웃음으로, 때로는 잔잔한 감동으로 하룻밤을 선사한다. 경주시민들의 도움이 컸던 수학여행편도, 여지없는 일박공식으로 유쾌함을 풀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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