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긴 하지만 경주를 배경으로 한 일곱 형제들의 수학여행은 확실히 정보와 재미에 충실한 내용이었습니다. 첫 낙오를 경험한 강호동의 원맨쇼는 그가 왜 사람냄새가 폴폴 나는 연예인인지, 왜 강호동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MC인지를 보여주는 시간이었죠. 가는 곳곳바다 환호를 받는 이승기의 황제스러움, 경주 시민분들의 따스하고 친근한 모습은 지금 1박2일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위치를 재확인시켜주는 풍경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수학여행은 늘 그랬던 것처럼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매주 일요일 오후에 그랬던 것처럼 이런 시끌벅적한 웃음을 즐기면서도 전 한 편에는 먹먹함과 아쉬움을 지울 수 없더군요. 언제 나올까. 어떻게 이야기해줄까 조마조마한, 차라리 그냥 보고 싶지 않다는 떼쟁이 같은 마음으로 TV와 시계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다가 결국 본방송이 다 끝나고 다음 주를 예고하는 그 1분에 그런 감정이 터져버렸습니다. 김C가 정말 떠나는구나. 본 영화를 보기도 전에 실컷 예고편을 봤으면서도 영화를 보고 확인하는 느낌은 틀린 것처럼, 김C와의 이별을 예고하는 그 짧은 시간은 1시간의 즐거웠던 경주 여행의 즐거움을 깨끗하게 지워 버렸어요.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번 주 역시도 김C의 존재감은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눈에 부각되는 에피소드도 없었고 무언가 확연한 웃음 코드를 자랑하지도 않았죠. 그저 7명 중 한 사람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형제들의 웃음 잔치에 초대받은 맏형처럼 묵묵하게 제작진이 건넨 미션을 수행하고 여전히 어색한 듯, 낯선 자리에 불려온 듯한 모습으로 경주 여행을 소화했습니다. 자신은 늘 시청자인 것만 같다고 스스로 토로했던 것처럼, 1박2일에서 그의 모습은 늘 그렇게 약간의 이질감을 보여주었어요.

그렇지만, 김C가 없는 1박2일의 풍경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복불복이라는 독한 소재, 웃음 자체를 위해 더한 것도 감행하는 버라이어티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폭주를 한 쪽에서 조용히 막아주고, 형제들의 여행에 상식과 현실감을 덧입혀주던 그의 존재감은 드러나지 않아도 빼놓을 수 없는 1박2일의 장점이었어요. 그런 그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 방송 내내 어떤 티도 없이 조용히,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방송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그리고 그런 그를 떠나보내는 형제들의 눈물을 예고편에서 확인하자니 서운할 수밖에요.

하차와 투입이 툭하면 반복되고 폐지와 신설이 정신없이 오고가는 치열한 경쟁의 예능판에서 한 사람의 퇴장이 이렇게 깊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은 그만큼 1박2일이 성공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말이 되겠죠. TV 속의 그들이 단순히 연예인이 아니라 매주 한 번씩 만나는 가족 같은, 친구 같은 존재라는 것을 납득시킨 이들의 찐득찐득함은 타당한 이유, 확고한 결심으로 떠나는 멤버와의 이별에도 못내 그 손을 놓지 못하게 하니까요. 그냥 다음 주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나왔으면, 그들의 눈물이 김C가 준비한 깜짝 몰래카메라였으면 하는 부질없는 기대를 품게 만드니까요.

웃자고 보는 예능 프로그램, 다음 주의 재미를 궁금하게 만드는 예고편이지만 그래서 다음 주 1박2일의 예고편은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차라리 이번 주에 깔끔하게 헤어져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굳이 그가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싶지 않게 하는 1분이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따로 분리해서 다음 주를 기대하게, 궁금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홍보 전략이겠지만 그 예고편 하나만으로 한 시간 동안 웃고 즐겼던 1박2일의 유쾌함은 싹 사라져버렸어요. 왠지 찝찝한, 일요일 저녁이 기대되지 않는 일주일이 되겠네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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