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이 안광한·김장겸 등 MBC 전직 경영진 4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이들이 사상 최악의 노동탄압을 벌였다며 검찰의 불구속 처분에 유감을 표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5부(부장검사 김영기)는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과 백종문·권재홍 전 부사장 등 MBC 전직 경영진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 파업 이후 MBC본부 조합원을 부당전보하고 노조 탈퇴 종용과 노조원 승진을 배제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안광한 전 사장 등은 2014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MBC본부 조합원 37명을 부당전보했다. 이들은 MBC본부 조합원들을 격리·배제할 목적으로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를 신설해 보도·방송 제작부서에 있던 조합원들을 부당전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안광한 전 MBC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서부지검으로 들어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는 안광한 전 사장의 갑작스러운 지시로 2014년 10월 27일 조직개편을 10일 정도 앞두고 신설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두 조직은 조직개편 4일 전까지도 인력구성 등에 대한 내부 논의가 전혀 없었던 '껍데기 조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두 센터는 전보된 직원들이 뭘 할지 생각을 모아 스케이트장·주차장 관리, VR 프로그램 제작, 드론사업 개발 등을 추진했을 뿐 어떤 업무가 구체적으로 주어진 적이 없었다"며 "직원들은 10여 년 이상 종사해 온 기자, PD 등 본래 직무에서 배제돼 경력이 단절되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김장겸 전 사장은 지난해 3월 10일 당시 백종문 부사장과 함께 MBC본부 조합원 9명을 두 신설 센터로 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실질적으로 재임한 물리적 기간은 길지 않다고 볼 수도 있으나 갑자기 외부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 안 전 사장 시절부터 핵심 포스트에 있었다"며 "보도본부장 취임 후에는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 18일 검찰에 출석하며 "8개월 만에 강제로 끌려 내려온 사장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게 터무니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서부지검에 부당노동행위 혐의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안광한·김장겸 전 사장에게는 2014년 5월 임원회의에서 "노조에 가입한 보직 간부들이 탈퇴하도록 하라.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 조처하겠다"고 말해 보직 부장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실제 당시 탈퇴를 거부한 TV파트 부장은 라디오뉴스팀원으로 강등됐다.
검찰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 사건은 소수 노조원에 대한 단발성 인사 불이익 또는 금품을 동원한 개입이 대부분"이라며 "이 사건은 최고경영진이 나섰고, 사측이 수년간 다수 노조원을 상대로 조직개편과 인사권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드문 사례"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이 함께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던 최기화 전 기획본부장과 박용국 전 미술부장에 대해 '경영진 지시에 따르기는 했으나 관여하지 않았거나 그 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각각 혐의없음과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MBC본부는 11일 성명에서 MBC 전직 경영진 4명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처분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MBC본부는 <‘사상 최악 노동탄압’ 김장겸, 안광한 불구속 처분 유감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공영방송을 권력에 갖다 바친 악질 범죄자들이 뒤늦게나마 사법적 심판대에 서게 된 점은 다행"이라면서 "그러나 사장 신분으로 모든 범죄 행각을 주도한 안광한, 김장겸 두 전직 사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MBC본부는 "두 사람은 수사 기간 내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관련자들과의 말 맞추기를 시도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쇄하는 등 조직적 증거 인멸을 교사한 범죄마저 드러났다"며 "그런데도 사건을 수사한 검찰관계자는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자기 죄에 대한 증거 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고 비판했다.
또한 MBC본부는 최기화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혐의없음' 처분에 대해 "최기화가 당시 회사의 주요 경영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최고위급 간부인 기획국장으로 재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최기화는 단순히 민실위 보고서를 찢은데 그치지 않고, 이후에도 민실위 보고서의 보도국 배포를 지속적으로 금지시켰다"며 "보도국 기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전화에 응대하지 말라고 지시까지 했다. 명백하고 지속적인 노동조합 활동 방해 행위인데, 이를 모두 묵과하고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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