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바타 소개팅에서 박명수, 박휘순의 활약으로 일약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일요일일요일밤에(아래 일밤)의 새로운 코너 뜨거운 형제들의 소개팅 2탄 '패자의 역습'은 놀라운 반전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패자의 역습은 아바타와 아바타를 조정하는 주인을 바꿔서 시도되었지만 그런 속사정을 모르는 소개팅녀들은 단지 눈앞의 아바타만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1차 패배자 박휘순과 노유민의 설욕은 영 불가능해 보이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뜨거운 형제들의 영원한 루저 박휘순만의 승리였고 미남에 노래에 춤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비스트 이기광의 굴욕이었다. 그 중간쯤의 노유민, 사이먼디는 순간 존재감이 사라지고 뜨거운 형제들에는 갑작스레 박휘순과 이기광의 존재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박휘순이 준 웃음의 강도는 확실히 지난주보다는 덜했다. 그러나 이 웃음의 코드라는 것이 한번 꽂히면 조건반사로 작동하는지 박휘순이 뭐만 해도 웃겼다.

그와 함께 지난주 탁재훈과 커플을 맺고 말을 듣지 않는 아바타가 됐었던 비스트 이기광은 소위 아이돌스러움을 털어버리고 오히려 박휘순보다 더 망가짐으로써 자칫 느슨할 뻔 했던 아바타 소개팅 재탕을 살려냈다. 팀리더인 윤두준이 일밤에서 허섭삼형제의 막내로 활약을 하는데 이기광까지 예능돌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장면이었다. 지난 간담회에서 뜨거운 형제들을 통한 원대한 꿈을 슬쩍 내비치기도 했는데, 그것이 단지 희망이 아니라 목표인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돌로서 예능에서 빛을 발한 스타는 단연 이승기와 조권이다. 조권은 아무래도 비주얼로 보나 가진 끼로 보나 이승기식 예능개척은 힘들었고 당연히 깝권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각종 예능을 섭렵하고 있다. 반면 이승기는 발라드 가수답게 (하기사 조권도 발라드 가수이긴 하지만) 까부는 것보다는 허당이라는 콘셉트로 가수로서의 이미지도 지키면서 1박2일에서 자기 자리를 꿰차는데 성공했다.

바로 이기광이 노리는 미래상은 이승기같은 호감형 예능돌이다. 직접 보나 티비로 보나 잘 생긴 얼굴은 변하지 않는다. 이기광은 요즘 다 잘생긴 요즘 아이돌 중에서도 작은 체구에 정말 누구나 동생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섬세한 선을 가졌는데 그룹 활동 할 때는 몰랐던 썩 괜찮은 보컬실력을 증명하고 있어 팬몰이에 한창 나서고 있다. 탁재훈의 명령을 번번이 거부했던 이기광은 박명수를 만나서는 정말로 말 잘 듣는 아바타로 변신했는데, 방영 후 팬들은 아우성이었지만 예능에 출연한 이상 어설프게 비주얼 담당으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고 결단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망가짐에는 외모도 통하지 않았다. 박명수-이기광은 두 번째 소개팅에서 외모와 재미의 양수겸장 전략으로 연승을 장담했지만 결과는 지난주 두 명의 소개팅녀가 모두 이기광을 선택한 것과는 달리 아무도 이기광을 찾지 않았다. 반면 박휘순은 지금까지 8명의 소개팅 여성 중에서 미모면에서 최강조를 사이먼디와 함께 만나서 투아웃 역전홈런을 때렸다.

하도 의외이면서도 은근히 바란 결과이어서 그런지 방영 후 박휘순을 선택한 여성이 제작진과 짜고친 고스톱이라는 의심이 불거지기도 했다. 아마 박휘순 본인도 그런 생각을 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뜨거운 형제들이 가까스로 살린 일밤의 불씨를 그런 조작으로 망치려는 아둔한 짓을 했을 리는 없다. 그들도 패떴이 몰락한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만큼 박휘순을 선택한 현대판 평강공주가 믿어지지 않겠지만 여성들이 반드시 외모로만 남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할 것이다.

우린 그동안 인터넷 상에 수많은 OO녀를 만들어냈다. 쩍벌남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인터넷상의 비호감 대상은 무슨무슨녀가 차지하고 있다. 그런 현상들이 여성들에 대한 편견을 확대재생산해서 일차적으로는 여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2차적으로는 여성에 대해서 편견에 빠져 잘못된 인식을 품게 되는 남성들 역시 피해자가 된다. 아무도 득보는 이 없는 OO녀 신드롬 속에서 박휘순을 선택한 이시우란 여성은 아바타 소개팅의 진정한 승자였고, 대인배였다.

김슨생 김연아만이 아니라 대인배 여성은 많다. 잘난 외모를 가진 여성이라고 모두 된장녀일 거라는 선입견은 여성을 멸시하는 동시에 화자인 남자 스스로를 위축되게 하는 자학일 뿐이라는 점에서 이시우라는 여성에 대한 호감이 생긴다. 박휘순에게 "지금 우리 뺀찌 놓는 거에요?"하는 등 비방송 용어도 거침없이 쓰는 그 여성의 인식에 대해서 잠시의 방송분량으로 많이 아는 척 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선택은 적어도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함정에 대한 경고의 의미 정도는 충분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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