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달성을 위해 힘차게 진군하고 있는 허정무호가 최종엔트리 발표를 이틀 앞두고 바로 오늘 밤(한국시각 30일 밤 10시), 동유럽의 다크호스 벨라루스와 평가전을 갖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우리보다 한참 낮은 82위에 머물러 있고,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팀이기는 하지만 선수 개개인의 역량도 그렇고 나름대로 유럽에서 저력 있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벨라루스와의 경기는 한국 팀에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여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경기는 최종엔트리를 앞둔 마지막 경기라는 점에서 선수 개개인에게는 아주 중요한 경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경기 활약에 따라 26명 엔트리 가운데 3명이 걸러지고 23명의 '최종 옥석'이 가려지기 때문에 '커트라인'을 왔다갔다하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이번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벨라루스전을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 5가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한국과 일본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박지성(14)과 대표팀 선수들이 골세리머니를 마친 뒤 그라운드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 20명이 넘는 선수가 나온다

이번 경기에는 무려 20명이 넘는 선수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난해 6월, 최종예선을 앞두고 가진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23명의 선수가 나온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이렇게 많은 선수가 나오는 것은 최종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어떤 경쟁력 있는 선수를 가릴 지 시험해볼 수 있는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최종엔트리 제출 시한(2일 오전 7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험을 미룰 수도 없는 만큼 허정무 감독은 가능한 많은 선수를 투입해 경기력을 점검해보고, 월드컵에서 뛸 경쟁력 있는 23명의 선수를 정하게 됩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가운데, 가장 눈여겨 볼 선수들은 바로 '신예 3인방'이 엔트리에 발탁될 지 여부입니다. 이승렬(서울), 김보경(오이타), 구자철(제주) 등 신예 3인방은 최근까지 경쟁력 있는 면모를 보여주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데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관문마저 넘어 월드컵 무대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상을 보일 이들이 될 수 있을지, 벨라루스전 활약상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박주영-안정환-이근호-이승렬, 공격수 전쟁 주목하라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공격수들의 생존 경쟁도 주목할 만 합니다. 박주영(AS 모나코)과 안정환(다롄 스더)이 유력한 엔트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떠오르는 신예 이승렬과 반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중인 이동국(전북)이 어떤 경쟁을 펼칠 지 주목됩니다.

에콰도르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상승세중인 이승렬이 벨라루스전에서도 위력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엔트리 진입은 거의 확실합니다. 문제는 이근호인데 자신의 활동 무대인 일본전마저 이렇다 할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후반에 교체 당해 더욱 입지가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이근호가 벨라루스전에서도 부진하다면 공격수 한 자리는 이근호가 아닌 이승렬 또는 이동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근호로서는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입장입니다.

엔트리 진입이 유력하지만 완전히 회복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 박주영의 플레이도 관심 대상입니다. 지난 일본전에서 45분을 뛰면서 패널티킥 골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던 박주영은 오스트리아 훈련에서 활발한 몸놀림을 과시하며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벨라루스전에서 선발 출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확실한 스트라이커'로서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또한 '조커 역할'을 아예 자처한 안정환도 코트디부아르전 활약에 이어 또 한 번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월드컵 영웅'다운 활약을 보여줄 지 지켜볼 일입니다.

- 새로운 조합 나올까

많은 선수들이 나오는 만큼 경쟁력 있는 새로운 조합이 나올 수 있을지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박지성-기성용-이청용-김정우로 이어지는 '필승 카드' 외에 또 다른 경쟁력 있는 카드가 나올 지 기대된다는 얘기입니다.

일단 부상에서 회복한 김재성(포항)과 염기훈(수원), 3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김남일(톰 톰스크)이 '새로운 필승 카드'의 유력 주자로서 벨라루스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능있는 플레이와 정확한 프리킥 능력이 좋은 김재성, 염기훈, 경험이 풍부한 김남일이 '필승 카드'에 버금가는 경쟁력을 갖추며 새롭게 떠오르는 카드로서 제 몫을 다 해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한일전에서 새로운 조합을 시험한 중앙 수비 역시 관심 대상입니다. 장신 군단, 그리스를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역시 키가 큰 이정수(가시마), 곽태휘(교토)를 한 조합으로 묶어 한일전에서 성공적인 시험을 펼쳤던 중앙 수비는 이번에 '붙박이 수비수' 조용형(제주)과 다른 장신 선수와의 조합을 시험해 보며 협력 수비, 역할 분담 등 호흡을 점검해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양한 카드가 많이 나오는 만큼 본선에서 써볼 수 있는 카드도 다양해질 수 있기에 이번 '마지막 기회'에 새로운 조합을 찾기 위한 노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기성용이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의 수비를 제치고 드리블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정확도 높은 세트 피스 키워라

수세에 몰렸을 때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법인 세트 피스의 강도 높은 훈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허정무호는 최근 2번의 A매치에서 위협적인 세트 피스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전담 프리키커였던 기성용과 염기훈의 슈팅은 모두 번번이 빗나가거나 수비벽에 막혀 '프리킥 스페셜리스트'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미 이전 월드컵 본선을 통해 세트 피스의 중요성을 잘 느꼈던 만큼 본선을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서 보다 세심하게 세트 피스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다소 부정확해진 킥 능력을 살리고, 날카로움을 더한 크로스로 키가 큰 선수들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시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모습을 더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 다소 무뎌진 세트 피스의 힘을 이번 벨라루스전에서 회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 4경기 연속 무실점 수비 보여줄까

효과적인 압박과 협력 수비를 통해 지난 3월 코트디부아르전부터 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온 포백 수비진. 저마다 경쟁력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며, 동료 선수들과 유기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수비진이 또 한 번 역량을 발휘해 4경기 연속 무실점을 보일 수 있을지도 주목해 볼 부분입니다.

4경기 연속 무실점은 지난 해 4월, 북한전 1-0 승리부터 시작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전 0-0 무승부까지 단 한 차례 경험해 봤는데요. 허정무호의 약점으로 지적돼 온 수비진이 연속 경기 무실점을 한다는 것은 본선을 앞두고 더 큰 자신감을 쌓을 수 있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점점 조직력이 좋아지고 있고, 무엇보다 절대 내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투지 넘치는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철벽 수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에 이어 유럽팀을 상대해서도 무실점 수비를 보여준다면 그만큼 경험도 쌓고, 자신감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많은 것을 점검해보고, 이를 토대로 최상의 전력을 완전하게 다듬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보이는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과연 이번 경기를 통해 허정무호가 본선에서의 희망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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