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어제 LG와의 목동 경기에서 넥센은 애프터스쿨의 유이의 시구를 계획했습니다. 유이가 넥센의 스폰서의 모델이자 김성갑 코치의 딸이기이에 가능했던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경기 시작 직전까지 시구를 해야할 유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이는 도착하지 않았고, 유이를 촬영하기 위해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취재진들이 목동 야구장 홈 플레이트 뒤에 도열했지만, 허탕을 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허탕을 친 기자들의 떨떠름한 표정이 확연합니다.

유이가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넥센의 2회말 공격이 종료된 뒤였습니다. 넥센 구단과의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그라운드에 들어와 마이크로 시구 펑크를 사과했지만, 경기 중에 야구와 무관한 이유로 상당수의 취재진과 함께 그라운드를 점유한 것은 합당한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굳이 사과하고 싶었다면 그라운드에 들어오지 않고 넥센의 응원석에서 했어도 충분했을 것입니다.

유이가 그라운드를 떠나 아버지 김성갑 코치를 만나기 위해 넥센의 덕아웃으로 향하자 그라운드를 차지했던 취재진 또한 우르르 이동합니다. 이들에게 '야구'는 뒷전이었습니다.

이후 유이는 3루측 넥센 응원단에서 응원을 함께 한 후 경기를 잠시 지켜보았고...

본부석에 들어온 뒤 경기 중에 야구장을 떠났습니다.

유이가 제 시간에 맞춰 시구를 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겠지만, 언급한 바와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째, 시구 시간을 어기고 지각해 펑크낸 점입니다. 프로야구 경기의 시구자가 경기 직전 취재진까지 운집한 가운데 나타나지 않아 시구를 취소시킨 것은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사전에 공지된 이벤트가 자의적으로 취소된 것이니 관중들과의 약속을 어긴 것입니다. 교통 체증과 접촉 사고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변명의 여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둘째, 시구를 취소시킨 뒤에 경기 중에 그라운드를 점유했다는 사실입니다. 사전에 예고된 행사가 아닌 이상 그라운드는 선수들만의 것입니다. 공수 교대 시간조차 허투루 사용될 수 없다는 것은 굳이 거론할 필요조차 없을 것입니다. 투수는 포수와 연습구를 주고 받으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야수들도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을 하며 몸을 풀고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하지만 시구를 펑크낸 유이가 사전 예고도 없이 갑자기 그라운드를 점유하는 바람에 3회초 수비에 들어가는 넥센 선수들은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2회초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넥센 선발 김상수가 갑자기 3회초에서 3실점하며 3:3 동점을 허용한 것이 유이의 그라운드 점유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유이의 시구 펑크와 그라운드 점유는 이벤트를 계획한 홈팀 넥센에 악영향을 주었습니다.

야구장에서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야구'입니다. 아무리 유명 연예인이, 설령 정치인이 야구장을 찾는다 해도 그들의 편의를 위해 야구 경기와 선수들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됩니다. 아버지가 프로야구 선수였으며 현역 코치인 여성 연예인의 시구 펑크와 그라운드 점유 해프닝은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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