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5월이면 찾아오는 MBC의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비록 5월 가장의 달에 맞춰 방송되는 것은 이번 편뿐이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언론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틴틴파이브의 시각을 잃은 이동우 편은 사라져가는 시각만큼 더욱 커지는 사랑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내게 남은 5%, 사라지는 빛만큼 커지는 사랑의 힘

정상인에게 시각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은 결코 알 수 없을 듯합니다. 특히 시력이 안 좋아 안경을 착용하는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는 한 가지는 바로 시각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라는 막연한 두려움입니다.

시력은 회복되지 않는 질병이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안경을 쓰고 있는 분들이라면 동감하시겠지만 안경을 쓴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죠. 항상 자신의 몸에 보조기구를 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일상생활에 불편함과 함께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안경을 쓰는 것도 불편한 상황에서 만약 시력을 모두 잃어버린다면...그건 결코 나에게는 찾아오지 말았으면 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만큼 세상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은 암흑을 넘어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느낌으로 다가오니 말이지요. 이젠 과거가 되어버렸지만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틴틴파이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개그맨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표인봉, 김경식, 홍록기, 이동우, 이웅호 이렇게 다섯 남자로 구성된 이들은 개그맨이면서도 노래를 하는 독특한 존재였지요. 방송에서도 나오지만 2001년 방송국에서 배포하는 달력에 당시 유명했던 조성모, 김건모 등과 함께 틴틴파이브도 함께 했다는 것은 그들의 인기를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기도 하지요.

그런 인기는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법이고 어느 순간부터 사라지기 시작하는 인기로 인해 이동우는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왔다고 회상합니다. 시력을 잃어가며 라디오 패널로 일주일에 한 번씩 출연하며 받았던 한 달 17만원이라는 돈은 현실 속 이동우를 보여 주는 모든 것이었습니다.

인기인이 아닌 살기 위해 방송을 해야 하는 그의 삶은 항상 출연료에 급급했고, 개편 때를 두려워해야만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생긴 건 결혼하고 신혼여행 때 자신의 눈이 나쁜 것을 알게 된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아서였죠.

야맹증을 의심해 찾아간 병원에서 희귀병으로 알려진 망막색소변색증에 걸렸음을 안 그는 좌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이 병은 이제 새로운 가정을 꾸민 그에게는 절망과도 같은 상황이 아닐 수 없었죠. 이제 행복한 결혼도 끝이고 자신에게는 절망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부인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지켜주었죠.

부인도 남편이 시력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다른 방식이 아닌 함께 살아가려는 그들에게 시력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대신해 일을 하는 아내. 그런 아내를 위해 유치원에 다니는 딸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함께 놀아주는 이동우이 삶은 과거의 화려했던 연예인의 삶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한 동안은 주변에도 자신이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밝히지 않았던 그가 이제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팡이가 아니면 불편한 외부 활동으로 모두가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힘을 내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을 연예인으로 살게 해주었던 틴틴파이브 활동이었죠. 시력을 잃어가는 그에게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라서본다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그에게는 간절한 소망이었을 겁니다.

그런 그의 바람을 동료들은 함께 했고 그 첫 무대인 공중파 TV에 출연하고 대기실에서 지연 생방송되는 자신들의 무대를 보며(그는 볼 수 없으니 들으며) 한없이 흘리던 눈물은 이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스러움이었겠죠. 더불어 다시 한 번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했을 겁니다.

거의 시력을 잃어가는 남편을 바라보며 부인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힘들게 일하는 것보다 남편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죠. 돈을 떠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1년 동안 하던 라디오 방송도 폐지가 되어버리고 남들보다 빨리 시력을 잃어가는 그에게 남겨진 것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도 사랑하는 부인과 딸이 전부였습니다. 어린 딸에게 만큼은 자신이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젠 딸도 아빠가 앞이 잘 안 보인다는 것을 압니다.

어린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행복도 이젠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 편의점 냉장고 속 콜라를 찾지 못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그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의 자활을 돕는 단체에서 컴퓨터를 익히는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닥친 불행에 맞서며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어린 딸을 멋진 드레스를 입히고 향하는 곳은 자신으로 인해 다시 시작된 틴틴파이브 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할 단 한 번의 콘서트 무대였습니다. 어린 딸과 부인에게 자신이 무대에 서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동우는 한없이 행복합니다. 어린 딸을 위해 직접 작사한 '지우의 꿈'을 부르며 어린 딸을 무대 위에 올려 함께 하는 그와 그런 그를 한없이 따뜻한 시선으로, 박수로 호응해주는 관객들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에게 신은 빛을 빼앗아가 버렸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사랑을 남겨두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면 그의 삶은 불행하지 않을 겁니다. 뇌종양을 앓다 수술까지 받아야 했던 아내. 지금도 완치가 되지 못한 몸이지만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해야 하는 그 아내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는 힘없는 가장의 아픔. 그런 아픔마저도 사랑으로 치유해가는 가족의 힘은 위대했습니다.

그 어떤 시련이 닥쳐도 사랑이라는 거대한 힘으로 이겨내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금 이렇게 화면을 보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이 삶이 얼마나 축복인지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에 겸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듭니다.

방송 마지막에 보이던 따사로운 햇살과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은 그가 시력을 잃고 찾은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력을 잃은 이동우는 평화방송 정식 디제이가 되었고 8월에는 뮤지컬도 준비하는 그에게 세상은 사랑을 선물했습니다.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에게 많은 이들은 희망을 바라보고 사랑을 이야기하겠죠.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한 사랑.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고 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상황에서 시작된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은 위대한 기록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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