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10개 구단 중 2015년부터 리그에 참여한 kt를 제외하고, 2000년대 들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유일한 구단은 다름 아닌 롯데 자이언츠이다. 10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한화이글스도 2006년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바 있다. 2006년은 류현진이 프로 데뷔 첫 해, 괴물 같은 활약으로 사상 최초 MVP와 신인왕을 거머쥔 해이다.

롯데자이언츠가 가장 최근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년도는 1999년이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 우승은 1992년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래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유이하게 구단 명을 그대로 유지해온 롯데이지만 창단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8회를 기록하고, 정규시즌 우승만 10화에 도달한 삼성에 비해 한국시리즈 우승 2회(1984, 1992), 정규시즌 우승 0회를 기록한 롯데의 행보는 초라하게(?)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1980년대, 1990년대만 하더라도 롯데는 포스트시즌만 나가면 정규시즌보다 훨씬 끈끈해진 팀 컬러를 발휘하며 기적의 승부를 자주 연출하곤 했다. 1984년 최동원, 1992년 염종석 등과 같은 슈퍼 에이스의 활약을 통해 롯데는 전력과 기대를 넘어서는 승부를 일궈냈다.

기적의 승부는 자주 연출했지만 꾸준한 강자로 불리기에 롯데의 정규시즌 성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특히 2000년대 초반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하위권을 맴도는 암흑기를 겪으면서 90년대 들어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저력마저 머나먼 추억으로 박제시켰다.

2017 준플레이오프 5차전 NC 다이노스-롯데 자이언츠 경기. 롯데가 NC에 0-9로 완패 홈팬들에게 인사 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2008년부터 롯데는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끈한 공격야구를 앞세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이후 양승호 감독이 부임하면서 짜임새 있는 투수력을 앞세워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창단 이후 처음으로 5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구어냈다.

그러나 이전과 달리 롯데는 포스트시즌에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였다. 2000년대 들어 맞이한 포스트시즌 8차례의 포스트시즌 승부에서 롯데는 단 한 차례만 위닝시리즈 (2012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기록하였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지난 시즌에도 롯데는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온 NC에 2승 3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특히나 벼랑 끝 승부에서 롯데는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2001년 준플레이오프 3차전 (삼성), 2010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두산), 2011년, 2012년 플레이오프 5차전(SK), 2017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NC) 등 총 5차례의 벼랑 끝 승부에서 모두 패하고 말았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 (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장 큰 아쉬운 점은 타선의 해결능력 및 토종 에이스의 부재이다. 2010년대 이후 우승한 팀들은 외국인 원투펀치에 필적할만한 토종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SK의 김광현, 삼성의 윤성환, 배영수, 차우찬, 두산의 장원준, 유희관, KIA의 양현종 등 마운드에 오르면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승부사 에이스들이 버티고 있었기에 2010년부터 SK, 삼성, 두산, KIA 등이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2017시즌 롯데는 린드블럼과 레일리라는 뛰어난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했다. 하지만 토종 에이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12승을 거둔 박세웅이 있었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보냈던 박세웅은 후반기 들어 공의 위력이 감소하고 경험 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을 노출하였다.

내년 시즌 조원우 감독 체제 2기를 맞이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우선 공격력을 살펴보면 플러스 요인이 두드러진다. 비록 주전포수 강민호를 놓쳤지만, 손아섭과 재계약에 성공하고 호타준족의 강견 외야수 민병헌을 영입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좌타자 이병규를 영입하면서 공격 옵션 다양화에 성공했다.

민병헌은 전 소속팀 두산 베어스에서 많은 포스트시즌 경험과 우승 DNA를 체득했다. 그의 가세는 공격옵션 다양화와 더불어 포스트시즌만 되면 경직되었던 팀 타선에 활기를 불어넣을 가능성이 높다.

김창락 대표이사와 악수하는 민병헌 [롯데 자이언츠 제공=연합뉴스]

문제는 수비이다. KBO리그 포수 중 가장 높은 WAR (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한 강민호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우는가에 롯데의 운명이 걸려 있다. 특히나 성장세의 젊은 투수들이 많은 팀 내 투수진을 감안할 때 노련한 포수 강민호의 부재는 큰 아쉬움이다. 2018시즌 초반 고전을 거듭할 경우 롯데는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자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각 구단이 포수난이 심각한 점을 고려할 때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진의 구멍을 메울지는 미지수이다.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줬던 박세웅과 김원중 등이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여부도 롯데 성적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영입한 좌완 용병 듀브론트가 얼마나 내구성과 카리스마를 보여줄지도 아직은 의문부호이다.

반대로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지속될 경우 기대 이상의 전력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적재적소의 교체 타이밍에서 아쉬움을 노출했던 조원우 감독의 용병술도 우승을 위해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롯데가 대권도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규시즌에서 최소 플레이오프까지는 직행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을 거두는 것이 필요하다. KBO리그의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는 어지간한 포스트시즌 경험 없이는 한국시리즈 앞 단계를 거치고 패권을 거머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2015시즌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거머쥔 두산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의 경우도 상대팀 삼성이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도박혐의로 출장 정지를 당하면서 전력 손실을 맞게 되는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 덕을 많이 본 사례이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결국 대권도전의 필수 조건은 정규시즌에서 최소 2위 이내의 성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단기전으로 승부를 마무리하여 전력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올 시즌 롯데의 대권도전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정리해 보았다.

1. 외인 원투펀치 (듀브론트, 레일리) 합작 28~32승 달성
2. 토종 선발투수 (송승준, 박세웅, 김원중, 윤성빈 등) 합작 32승~35승 달성
3. 중간계투진 (박진형, 조정훈, 고효준, 김유영, 배장호, 장시환, 윤길현, 조무근) WAR 3.0 이상 달성
4. 마무리 (손승락) 최소 30SV 이상 달성
5. 포수진 WAR 최소 2.0 이상 달성
6. 중심타선 (손아섭, 이대호, 민병헌) 합작 홈런 최소 60개, 타점 최소 250점 이상 달성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하던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이후 26년이 흘러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2018년에 롯데자이언츠가 우승의 한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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