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개그맨 수난시대라 일컬어도 하등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 되었다. 봄가을 방송사 정기개편 때마다 시청자를 웃기기 위한 예능 프로그램은 계속 생기거나 리뉴얼된다. 최근 KBS만 보더라도 예능국의 신설 프로그램이 해피버스데이, 야행성 등이 있지만 그것을 이끌어가는 출연진의 명단에 개그맨의 이름은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이경규, 이수근 등 이미 예능에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은 논외로 할 필요가 있다.
일부 개그맨들은 다른 방송사로 진출하면서 활로를 찾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개그맨들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MBC의 경우 특히 더 심각해서 하땅사의 기습 폐지로 인해 개그맨들은 졸지에 거리에 내몰리고 말았다.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은 그나마 폐지를 논하지 않을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대부분 개그맨들은 소외를 겪고 있다.
그런 실패의 원인에는 일차적으로 개그맨들의 준비와 적응이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제작진들의 조급함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무한도전, 1박2일이 처음부터 그 이름 그대로의 명성이었던 것은 아니었듯이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인내와 기다림이 더욱 요구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새로 예능을 만들면서 바로 무한도전이 되고, 1박2일이 되기를 바라는 것 아닐까 싶다.
한편 개그맨들은 리얼예능에 보통 3D 담당으로 투입되는 경향을 보인다. 코미디의 기본 요소에 슬랩스틱이 있으니 요즘 몸개그라는 우리식의 예능조어에 숙련된 것이 개그맨이기는 하지만 작가와 피디가 개그맨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개그맨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만 활용도 자연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동민, 박휘순의 웃음 기술 발휘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박휘순은 박명수와 아바타 설정을 했고, 장동민은 개콘에서 호흡을 맞춘 신봉선과 커플놀이를 통해 고함개그, 죽자사자개그를 터뜨릴 수 있었던 점이다. 지금까지의 예능은 어떻게든 예능감을 발휘해 혼자 살아남는 방식이었다면 이제 막 희망을 보이고 있는 박휘순과 장동민은 콤비를 통해 숨죽였던 개그본능을 마음껏 펼쳐낸 것이다.
그것은 거의 동료와 호흡을 맞춰서 웃음을 만들었던 습성일 수도 있다. 각개전투식의 예능에서 그런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 도태됐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짝이 맞춰졌으니 예능이라고 팀플레이를 하지 말란 법 없고 구색 갖춘 복식조 웃음을 보여주면 그 또한 예능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완전히 예능의 정석을 모두 갖춘다면 그 후에는 얼마든지 각개전투에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개그맨들을 기용하는 피디들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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