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할 것만 같은 그의 행보가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위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바로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을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얼마 전부터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이 좋지 않아 풀타임 소화가 어려웠던 이동국이 에콰도르와의 평가전 후 가진 병원 진단에서 '3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데 이어 회복 속도가 더뎌 1차전 그리스전 출전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최종엔트리 발표(6/1)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부상 선수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밝히기도 해 이동국으로서는 그야말로 '절박한 심정'으로 마지막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이전에 부상 선수를 데리고 본선에 나선 경우는 꽤 있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직전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었던 황선홍은 경기에 뛰지는 못했지만 조별 예선 3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면서 동료들을 독려한 바 있었습니다. 또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이영표가 대회 직전 왼쪽 종아리 근육을 다쳐 6주 진단을 받고 1,2차전을 결장했지만 기적 같은 회복으로 3차전 포르투갈전에 처음 나서 박지성의 결승골을 도우면서 맹활약한 바 있었습니다. 이동국의 경우, '98년의 황선홍이 되느냐, 2002년의 이영표가 되느냐'를 놓고 갈림길에 서게 됐는데 이 모든 것은 전적으로 허정무 감독의 판단에 달려 있어 이동국의 열망이 허심(心)을 어떻게 자극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2년의 황선홍이 그랬듯이 이동국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지난해 8월 대표팀에 복귀해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며 이제 막 대표팀에서 힘찬 날개 짓을 펴는 상황에서 또다시 접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여전히 논란이 있기는 해도 K-리그 최고 골잡이고, 월드컵을 위해 허정무 감독이 요구하는 대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면서 진화형 플레이어의 면모를 보여주는 노력만 놓고 봐도 이동국의 월드컵 출전은 단 1경기만이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동국의 잇따른 월드컵 도전에 동료 선수들도 많은 동기 부여가 되고 있고, 또 그의 활약을 돕기 위해 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도 많이 돕고 있는 상황에서 본선 출전이 좌절된다면 그만큼 팀 전체적으로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 이동국이 가벼운 슈팅 연습까지 하는 등 월드컵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 열망을 갖고 서서히 몸을 끌어올리고 있어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이동국에게 주어진 남은 운명의 시간은 단 3일입니다. 조급한 생각보다는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몸을 완벽하게 만드는 자세가 회복을 더욱 빨리 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야말로 '고독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이동국이 '마지막 고비'를 넘어 월드컵 본선에서 우렁차게 포효하는 모습을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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